[행복코치's Book] "고래(천명관)", 여성 3대에 걸친 이야기.. 뭐라 말하기 참 어려운 그런..

in #kr6 years ago

작년 연말에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읽고 쓴 후기입니다. 소설 내용이 너무 강렬해서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를 할 수 없었답니다. 그때의 후기를 옮깁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금요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몇 장을 읽고, 토요일 오전 서너시간동안 내리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뭔가 훅~하고 나에게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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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천명관이라는 작가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소개를 읽다가 고령화가족을 쓴 작가라는 걸 알았다. 예전 서울에서 살 때 남편과 함께 본 연극, 콩가루집안도 이런 콩가루가 있나 싶을 정도의 내용이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는 "고령화가족".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천명관 작가가 영화판에서 시나리오를 많이 썼단다.

그래서 그런가.. 이 고래 안에도 변사같은, 대변인같은 사람이 나와서 참 맛깔나게 이야기를 한다. 그려, 좀 기다려 보라니께..그런 식으로...

3대에 걸친 여성이야기다. 박색으로 주인집 둔한 아들과 정분이 나서 쫒겨나는 국밥집 노파와 그와는 전혀 피가 섞이지 않고 단지 노파가 남긴 돈으로 연결된 금복과 그녀의 딸 춘희...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름이 나오는 이는 금복, 춘희, 걱정, 수련.. 그리고 코끼리 점보... 이 뿐이다. 다른 이들은 생선장수, 칼자국, 쌍둥이자매, 약장수, 간호사, 청산가리, 문, 철가면, 건축가, 트럭운전자, 아이 등등. 그들의 특징이 그냥 이름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냥 편하게 죽은 사람이 없다. 차가 쳐박히거나, 트럭에 받히거나, 감전사하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독살을 당하거나, 사형을 당하거나, 아마 가장 자연스럽게 죽은 이는 춘희인 듯하다. 열심히 벽돌을 만들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뼈만 남았으니까.. 점보를 타고 날아서 안드로메다로 갔으니 잘 마무리가 된 것이겠지..

휘몰아치듯 읽어 내렸는데 뭔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아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읽은 후 이렇게 정리가 되지 않는 소설은 첨이다.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런 플롯없이 얼기설기 엮어 놓은 때문인지, 그렇다고 에이 이거 아니네.. 할 수도 없이 묵직하기도 하고... 도대체 어떤 것 때문에 이런 걸까...

국밥집 노파는 주인집 반편이 아들과 정분이 나고, 거기에서 태어난 딸은 미색이나 애꾸가 되고, 술주정뱅이 아비를 둔 금복은 타고난 음탕함으로 뭇 남성들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사업수완을 발휘해 여장부가 되고.. 그런데 그녀의 딸은 덩치가 남자들처럼 우람한 반편이라는 것도 그렇고... 각 장마다 국밥집 노파가 등장해서 뭔가를 헤꼬지하는 것도 그렇고... 너무나 잘 꾸며진 미로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나온 듯하다. 그런데 마음이 왜 이리 짠~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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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내용이 복잡하내요 ㅋㅋㅋㅋ 대충 원미동사람들 같은 느낌일까요? ㅎㅎ

한 번 읽어보세요.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가 없답니다.
좀 어지러운 유럽영화를 본 듯한 느낌일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