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릇듣기] 시간이 흐른 뒤면

in #kr6 years ago

저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편입니다. 싫으면 좋은 척 못하고, 불편하면 편안 척 못하고.. 그런 성격이 표정에도 다 드러납니다. 사회생활 레벨을 표정관리 잘하는 순으로 매긴다면 저는 아마 100중에 5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보고 솔직해서 좋다고 합니다. "보여지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의 너인 것 같아서 믿음이 간다"고 말입니다. 그 말은 사실이며,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의 그 솔직한 모습이 선을 긋는 것 같다". 계속 얼굴 볼 사이에, 넘어갈 건 좀 넘어가라고.. 굳이 표현 안 해도 되는 감정들이 표정에 튀어나와버려서 누군가에게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A가 있습니다. '한때'라는 말이 붙었듯, 지금은 멀어졌습니다. 표정에 드러나는 저의 솔직함 때문에요. 저도 모르게 A에게 기대했고, 알아가며 실망했습니다. 가식과 위선 그리고 자주하는 거짓말, 거짓 약속.. 그런 것들이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그래도 A의 안 좋은 모습을 다른 친구들에게 알리거나 하는 이간질 같은 짓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A를 겪어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A또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멀어지기 전 A가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저는 진심으로 걱정했습니다. 감정에 휘둘려 앞을 보지 못하는 A가 자신이 만든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처받고 울고 있는 A가 안쓰러웠고 더 좋은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레 조언했습니다. 그때 A는 저에게 상처받은 거 같습니다. 조언 속에 있는 저의 진심이 A에겐 그저 포장지 없는 아픈 말이었나 봅니다.

실망이 거듭되면서 내 감정선에서 A는 점점 빠져나갔습니다. 그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A의 인생에 주제넘은 참견을 했다는 생각도 들고, 괜한 감정낭비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 말에 상처 받았다던 A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약 한 달 전 A와 카톡을 주고받았습니다. 서로 오해했던 부분들이 있어 아주 조금 해명했고, 친했을 당시 좋아했던 건 진심이었다고 말하고, 상처를 줬었다면 미안하다고. 서로 그런 얘기를 조금 주고 받다가 끝이 났었네요.

그러고 어제 밤에 갑자기 A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것 같았는데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하더라구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취중진담인지, 뭔지.. A에게 했던 실망들이 아직은 저를 불신으로 밀어넣습니다. 만약 A가 진심이었다면 저는 또 미안하게 되겠네요.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성급하게 해결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지내다보면 진심이었는지, 또 거짓이었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사실은 싱숭생숭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라도 정리해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오늘의 미릇듣기가 너무 진지해져 버렸네요. 마음이 너무 복잡해져버려서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고 주문을 걸고 있습니다 :) 억지로 끼워맞추려고도 않을 거고 애써 외면해버리지도 않을 겁니다. 적당한 노력 정도만 내가 준비하고, 남은 건 시간에게 맡겨볼 생각입니다 ㅎㅎ

[미릇듣기] T - 시간이 흐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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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은 취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진담이 아니기에 술깨고 제대로 이야기 들어보시고 판단하시길

알콜 빼고 거짓말 빼고 진심만 나누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이라면 쭉 함께 할것이고 아니라면 자연스레 멀어지지 않을까요? 인간관계라는게 그렇더라구요!

공감합니다. 인연이 맞다면 계속 함께 할 수 있겠죠?
감사합니다!

같은 부분에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개선에 여지가 안보이면 분명 똑같은 문제로.싸우고 상처 받을거예요!!

서로 이해관계가.형성안되면.다시.친해지기는 어려울.듯.보이네요!!!😓

쓸때없는.감정소비하지 마시길.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건 더이상 실수가 아니라고 보면 되겠죠 ㅎㅎ 이런 댓글들을 받으니 마음이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 감사합니다 :)

어려워요. 참... 사람 마음이라는게 말이죠.

저또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다니는 타입인데 원망 당하는 일이 있더라고요. 하하

어떤 것보다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운 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 같은 타입은 할 말 꾹 참고 썩혀 놨다가는 화병나죠 ㅎㅎㅠ

결국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안타깝지만 모든 사람과 친우가 될 순 없다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ㅎㅎ..

공감합니다 .. 실망만 남은 게 아쉬울 뿐이죠 ㅠㅠ

3명 중에 스승이 있고, 3명 중에 똘아이가 있다는 격언을 안고 삽니다. 3명이 이상하다 말하는 사람은 정말 이상하더군요. 통계는 과학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까요.

오 그런 격언이 있는 줄 몰랐는데, 좋은 말인 거 같아요 ㅎㅎ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
감사합니다!

스승까지만 격언인걸로. --; 돌아이 일정성분비의 법칙은 경험상 진리입니다^^

제 경험들도 그 법칙이 진리라고 말하네요 ㅎㅎ

저도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술에 취해서 전화했지만 반성하고 있다면 한번 만나서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면서 남는건 친구밖에 없다고 하잖아요.ㅎㅎ;;

저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그 친구와 진심만 오가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고 나중엔 그 친구도 좋은 사람으로 옆에 남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한번 마음 주면 크게 주고 닫히면 정말 꽝꽝 닫혀버리는 거 같아 늘 중간이 없는 느낌이네요 ㅎㅎ

그동안 A가 뒤늦게 뭔가를 느끼고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못했는데
취중에 본심이 튀어나온거면 좋겠네요.
이어질 인연이라면 이어지겠죠? 그게 맞는거 같아요.
노래 잘 듣고 있어요 ㅋㅋㅋ

본인의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뭔가를 느꼈다면 정말 다행인데 말이죠 ..
다시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다면 그래보고,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딱 거기까지인 거겠죠? 감사합니다!

저도 비슷한 성격인데, 저는 성격이 좀 더 더러워서 ..
취해서 전화로 똑같은 말을 들으면
취한 척, 진심을 전하는 척 하는 것 같더라구요.
@홍보해

사람들 다 있는데서 굳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사과할 이유가 있었나
그렇게 생각되더라구요..
저도 성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가봐요 ㅎㅎ 감사합니다!

@hazzys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개사원! :D

식상한 말이긴 하지만.. 시간이 많은 부분을 해결해주기는 해요 :-) 화이팅!

식상한 말이기에 더 와닿기도 하네요 ㅎㅎ
위로 감사합니다 : ) !

힘내세요! 짱짱맨이 함께합니다

짱짱맨 오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