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은 9.13 부동산 대책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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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뚜껑이 열렸다.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발표한 이번 대책에는 종부세 개편, 대출규제, 임대주택사업자 규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언론은 난리가 났다. 어김없이 ‘세금폭탄’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한 언론사는 ‘강남 래미안,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용산 한가람’ 세 채의 집이 있는 사람의 종부세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항의 섞인 기사를 내보냈다. 세 채는커녕 마포 래미안 한 채 가지기 힘든 ‘평범한 사람’들 귀에는 잘 와닿지 않는 정보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이번 대책으로 과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은 어떤 타격을 입게 될까? 가상의 사례를 들어 따져보자..

1. 윤현유 (31, 부부합산 월 소득 300만원)

이제 갓 결혼을 한 윤현유씨는 대기업 4년차 대리로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지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전세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부가 ‘전세 대출 보증을 막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이번 대책으로 전세자금 대출 보증에 제한이 생긴 건 맞다. 하지만 무주택자인 김씨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주택이 없는 사람이 전세를 얻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없다. 부부합산 소득이 얼마가 되든 공적보증이 제공되며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다.

1주택자 이상부터는 공적 보증에 대한 제한이 있다. 원칙적으로 소득이 7천만원 이하여야 하며 맞벌이 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자녀가 있는 가구는 요건이 조금 더 완화되는데 3자녀 가구는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이어도 무방하다. 소득이 1억원이 되려면 월 834만원, 실수령액으로도 663만원씩 받아야 한다.

결국 이번 대책으로 전셋집을 얻고 싶은 사회초년생에게 가해지는 제한은 없다. 증여받은 집이 있다거나 투기를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닌 한.

2. 손원철 (38, 부부합산 월 소득 550만원)

중소 IT기업에서 회사 동료로 만난 손원철씨 부부는 보증금 2억을 내고 경기도 인근 전세집에 거주하고 있다. 내집마련이 꿈이지만 최근 오르고 있는 집값때문에 고심이 많다.

이번 대책이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원철씨에게는 희소식이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분양물량을 추첨할 때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간 청약시장에서 무주택자들이 조금 더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택이 없었는지가 곧 가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유리해졌다. ‘가점’만 높은 게 아니라 물량 자체가 무주택자에게 우선공급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기존에 무주택으로 분리하던 분양권, 입주권 소유자도 유주택자로 보고 가점제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함에 따라 무주택자들의 당첨 기회는 더욱 넓어졌다. 따라서 경쟁이 심한 청약지역에서 무주택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단 정부 발표에 따르면 추첨제의 비율은 투기과열지구 85㎡이하 0%, 85㎡ 초과 50% / 조정대상지역 85㎡이하 25%, 85㎡ 초과 70% 으로 물량을 정하고 있다.

다만 대출한도(LTV, DTI)는 크게 변화가 없다. 유주택자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서울 중요지역(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역)에서의 대출 한도는 주택가격의 50%(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 생애 최초 구입자의 경우는 80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모아둔 돈이 없다면 여전히 진입장벽은 있다.

3. 김병진(48세, 부부합산 월 소득 780만원)

마흔여덟의 중견기업 부장인 김병진씨는 2008년에 9억을 주고 잠실새내역 주변 아파트를 샀다. 당시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매물이 상대적으로 싸게 나왔다. 김씨는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물건을 매입했다. 20년 만기 대출을 끼기는 했지만 분명히 시세차익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물건은 두배가 넘게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8억 정도에 거래된 것 같은데 지금은 19억, 20억을 불러도 물건 자체가 안 나온단다.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다.

병진씨는 9.14 대책 이후로 종부세가 크게 높아졌단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확인해보았다. 병진씨의 집은 2018년 기준 공시지가가 9억 8400만원이었고 종부세 납부대상이었다. 병진씨는 올해 12만5798원의 종부세를 납부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공시지가의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133,660원을 내야 한다. 8000원도 채 오르지 않았다. 물론 공시지가는 조금 변동이 있을테니 종부세는 8천원보다는 조금 더 오를 것이다.

하지만 병진씨의 고민은 따로 있다. 회사의 신사업으로 인해 2019년부터는 세종으로 발령 난다. 당분간은 계속 세종에 있어야 할 것 같아 거주용 소형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고 싶지만 뉴스를 보니 1주택 보유자는 규제지역(세종시도 규제지역이다)내에 아파트를 구매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나온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은 이미 주택을 한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실수요자일 경우에는 몇 가지 예외를 두어 대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병진씨는 대출받는데 큰 무리가 없다. 병진씨의 케이스처럼 직장근무 여건 등으로 불가피하게 2주택을 보유하여 실거주하는 경우, 부모와 같이 살던 집 없는 자녀가 분가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위해 자기 집 근처에 새로 집을 얻는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기존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도 이사를 해야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자녀가 학교에 취학하는 경우에도 2년 내에 기존 집을 처분한다는 조건 아래 대출이 허용된다. 결국 실거주 목적의 병진씨는 별다른 제한 없이 현행 제도 그대로 대출받아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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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를 보면 그런 의문이 들 수 있다.

″저게 ‘평범한 사람’이라고?”

맞다. 앞서 든 사례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구 소득 3~4분위, 6~7분위, 8~9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살만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직격을 맞을 사람은 거의 없다.

글 백승호(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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