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끄트머리 그 언저리 즈음
노래 하나가 tv속에서 심드렁이 서성이나 싶더니
어느새 내 가슴에 꼬옥 박혀서는 영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없다뿐인가 나로하여 기억을 토해내라며
등을 세차게 두들겨 대는 적반하장도 서슴치 않는다.
시큼한 쉰내나는 기억이 기어이...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사랑의 표현 됨됨이가 꼭 예쁘장하지만은 않더군
품행이 반드시 달달하지만은 않더군
내내 토닥토닥 살가스레 굴다 어쩌다 한번 뿐인 것도 아닌
시종일관 마치 전생의 원수를 현생에서 조우한 듯
처음부터 끝까지 냉랭하기만한 사랑도 있더군
다독의 탓이던가 유난히 흑백의 경계를 구분지으며
절대 금을 넘지 않으려는 그 특유의 결벽스러움이
사랑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진 않더군
어디가서 연기수업 한번 받아보지 못한
엑스트라의 어설픈 무관심의 표정이 그러했을까
중력같은 이여,
내 모든 시선을 움켜지곤 절대 놓아주지 않던
나의 감각 어느 한곳 물샐틈을 허용치 않던.... 욕심많던 이여...
알고 있어요.
당신은 어제와 똑같이 (아마 내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그곳에 그냥 존재해 있었을 뿐이란 걸..
무료하고 상투적인 문장을 복붙한 듯한 일상에
무심코 던져진 존재에 가격당한 여자는 휘청거렸다지요
당신으로하여 혼돈만 불러일으켰던 나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말이 안되지만 나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사랑도 있더이다
붉음이 푸르게 멍들기도
단장斷腸의 애달픔이 부질없이 꽃단장 짓기도
그리해 붉은 립스틱 헤피 흩날리며 웃음 짓기도
그러하기도 하더이다
어찌합니까 이게 내 사랑인걸요.
기의와 기표의 괴리감에 절뚝거리는 그런 사랑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