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100% 망한다고? 양자 컴퓨터와 블록체인 보안 이야기] Chapter 2. 놀라운 자연의 마법, 양자 중첩/얽힘/순간이동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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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제 글 솜씨가 부족한 탓에 내용을 접하실 때 다소 어렵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일반 컴퓨터와 비교하여 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Chapter 2. 놀라운 자연의 마법, 양자 중첩/얽힘/순간이동에서는 양자 중첩양자 얽힘이 야기하는 자연의 마법 같은 현상들, 특히 양자 상태의 측정과 양자 순간이동에 대하여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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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복습

양자 컴퓨터는 모든 가능한 상태가 중첩되어 얽혀 있는 상태를 이용한다.

  • 자연 현상은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
  • 측정 혹은 섭동 행위 자체가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용어 정의

  •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 : 어떤 입자가 에너지 또는 위치와 관련하여 가질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상태들로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역학적 특성.
  •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 둘 이상의 양자 상태를 밀접하게 연관시켜 서로 엮어 놓은 상태. 얽힘 상태의 양자들은 서로 분리된 물리계에서도 어느 한쪽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쪽 상태도 그 결과에 따라 필연적으로 결정되는 현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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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결과로는 초기 양자 상태를 알 수 없다!

둘 이상의 입자를 서로 밀접하게 연관시키면 상태들의 중첩에 의해 얽힘을 야기합니다. 양자 얽힘으로 엮인 두 입자의 개별 상태는 측정하기 전까지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측정하는 순간 상태에 영향을 주어 허용된 특정 고유상태 중 하나로 확정시키기 때문인데요. 측정을 통해 어떤 계(system)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계의 상태를 흐트러뜨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내용을 현실에서 있을 법한 상황에 맞춰 비유해보겠습니다.


고전 상태의 측정

A는 질량 1kg, 길이 1cm 정사각형 철판을 측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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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시행을 반복해도 동일한 물리적 조건 (등온, 등압) 하에서는 철판의 질량과 길이가 바뀌지 않습니다. 질량을 측정한다고 길이가 바뀌지 않고, 길이를 측정한다고 질량이 바뀌지 않겠지요. 고전 상태의 측정은 측정 행위가 상태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고 측정 결과로 초기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요.


양자 상태의 측정

A와 B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관계입니다.

상황 (1)
A: B야, 널 사랑해.
B: 나도 정말 사랑해.
B는 사랑 표현을 한 A에게 더 큰 사랑을 느낀다.

상황 (2)
A: B야, 널 사랑해.
B: 그래. 고마워~
B는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 부담을 느끼고 나도 정말 A를 사랑하는 걸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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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의 경우, A와 B가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겠지요. 하지만 상황 (2)의 경우, A는 괜히 사랑 표현을 해서 B로 하여금 둘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킨 걸 수도 있습니다. 평소 A와 B의 관계를 통해 사랑 표현을 했을 때 B의 대답과 반응을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결과를 초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상태의 측정은 측정 행위가 상태에 영향을 주며 측정 결과로 초기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꽤 어설픈 비유일 수는 있지만 조금은 이해 정도가 높아지셨나요?


양자 얽힘은 국소성의 원리를 초월한다!

측정을 통해 양자 얽힘으로 엮인 두 양자 중 한 쪽 계의 상태를 결정하면 그 즉시 다른 쪽 계의 상태를 결정할 수 있는데요. 마치 정보가 순식간에 한 계에서 다른 계로 순간이동을 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양자 순간이동 (quantum teleportation) 이라고 합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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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 원리를 일컬어 국소성이라고 하는데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정보의 전달에 있어 계의 상태에 관한 정보가 항상 그 계의 주위를 통해서만 매개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공전하는 지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태양, 지구 사이의 만유인력으로 공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태양이 어느 순간 우주에서 갑자기 팟! 하고 사라져버린다면 지구의 운동은 어떻게 될까요? 고전적으로 따지면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 그 즉시 지구는 공전 궤도를 벗어나 직선 운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여 국소성의 원리를 적용하면 태양이 사라진 직후 그 영향이 빛의 속도로 전파되어 지구에 닿게 되는 순간 지구의 직선 운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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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E), 보리스 포돌스키(P), 네이선 로젠(R) 등의 물리학자들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면 반드시 이러한 국소성을 가져야한다EPR 이론을 내세워 양자역학적 얽힘 상태를 부정합니다. 얽힘으로 엮인 두 양자 중 한 쪽 상태가 결정되면 계의 주위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다른 쪽 상태에 즉시 영향을 주는 것 자체가 국소성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존 스튜어트 벨의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 상태는 국소성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고 정보가 계의 주위를 통하지 않고도 매개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EPR 이론은 모든 물리계에 적용될 수 있는 진리가 아니었고 양자 얽힘 상태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EPR 역설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으며 인과율의 역전과 동시성의 파괴와 관련하여 함께 자주 언급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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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아인슈타인. 양자역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였지만 정작 자연 현상이 확률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공리로 하는 양자역학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죠. 아인슈타인도 틀린 말을 한 적이 있다니 의외지요?

국소성의 원리에서 자유로운 양자 얽힘 상태는 한 입자의 상태를 결정하면 계의 주위를 매개하지 않고도 다른 입자의 상태를 즉시 결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현재 기술적으로 두 개의 얽힌 원자 사이에서 양자 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성공했으나 아직 분자 이상의 단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했답니다. 단, 상대성 이론의 공리를 위배하여 빛보다 빨리 정보를 전달한다는 뜻은 아니랍니다. 또한 양자 순간이동은 실제 물리적 입자를 움직일 필요 없이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정보의 전달에만 관련된 것으로 운송 수단이 아닌 통신 수단임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간혹 양자 순간이동을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하여 대상 물체를 입자 단위로 분해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다시 조립하는 일종의 잘라내기+붙여넣기 택배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오해를 바로 잡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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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하다보니 내용이 길어져 처음 제 예상과 달리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에 관한 내용을 한 번에 다 전해드리게 못했습니다. 오늘은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이 야기하는 자연의 마법 같은 현상들, 특히 양자 상태의 측정과 양자 순간이동에 대하여 다뤘는데요. 다음 시간에는마찬가지로 양자 중첩양자 얽힘이 가능하게 하는 양자 병렬성이 양자 통신 보안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드리고 싶은데 어려운 주제를 다루다보니 혹시나 내용을 벅차게 느끼고 계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댓글로 질문을 달아주시면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Chapter를 소개 합니다.

Chapter 3. 병 주고 약 주는 양자 컴퓨터? 양자 병렬성과 양자 통신 보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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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본문에서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 Y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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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어렵네여 컴알못!

컴퓨터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 양자역학적 물리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ㅎㅎ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겠지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궁금한 게 많이 있는데 차근차근 물어보겠습니다. :)

궁금한 점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ㅎㅎ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복습에 예시까지 친절히 들어주시다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려운 주제일수록 복습과 예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ㅎㅎ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생소한주제라 몇번을 올려봤네요!!

여러 번 봐주시다니 더욱 감사합니다~ 어려운 주제라도 쉽게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미시적 자연현상의 확률적 움직임을 통제해서 컴퓨팅한다 것이 가능하다면 현재로서는 계측이 안되는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관과 산술적인 세계관이 합쳐질 수도 있겠네요.

확률적 움직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랍니다 ㅎㅎ 확률의 지배를 받는 자연 현상은 필연적으로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을 통해 양자 상태를 단 한 번의 조작으로 모든 가능한 상태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들거든요. 이를 양자 컴퓨팅에 응용하는 것입니다.

좋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양자역학적 개념이 철학적 사상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 원리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소요님은 소유하고 계신 지식의 범위가 정말 넓으신 듯 합니다.
저는 한참을 보아도 @@ 수준이라 ^^

아는 척하다가 훈하니님한테 혼났습니다. ㅜ.ㅜ

음.. 어려운 내용이지만 유익한 것 같습니다. 시간되시면 제블로그도 구경와주세요

어려움은 허물고 유익함은 더하는 포스팅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steameat 작명 센스가 대단하시네요 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ㅋㅋㅋ 택배 ㅋㅋㅋㅋ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수준에서도 적용되고 막 순간이동 현실화하면 재미지겠네요 ㅋㅋㅋ

안타깝게도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스타트랙에 나오는 장면처럼 사람을 입자 단위로 분해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다시 조립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답니다. 물질이 아닌 정보만을 양자 순간이동 시킬 수 있지요. 물질이 심지어 생명체라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상상을 보태서 물질이 양자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소한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원본과 티끌만큼의 차이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단순한 전송 실패 수준에서 끝나지 않겠지요 ㅎㅎ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맞팔 부탁드려용~~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컴퓨터에 관한 이야기인지 알았는데 말로만듣던 양자역학적인 이야기가 나오네요.. 세부적인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알수 있네요.
잘 읽고 갈게요
팔로우도 하고 갑니다.

전체적인 흐름이라도 전해드릴 수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세부적인 내용까지 쉽고 재미있게 접하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많이 어려운 개념이지만 이해될때까지 읽어보겠습니다 :) 팔로우 하고 가요!

많이 어렵게 느껴지시면 편하게 질문해주세요! 저도 팔로우하겠습니다 ㅎㅎ

아아 이런내용 너무너무 좋습니다!!! 잘보고가요.

즐겁게 봐주셔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양자순간이동..
어릴적에 보았던 'Tha fly'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사람을 입자화하여 A에서 B로 전송시키던
결국 기기안에 파리 한마리가 들어온 것을 모르고 전송하였다가 파리인간이 되었던 SF영화..
그런 @hunhani님을 통해 이곳에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생명체는 불가능한 것이었군요. ^^
덕분에 잘 배우고 갑니다.

무척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생명체 뿐만 아니라 유형의 물질은 불가능하지요 ㅎㅎ 공상영화에서 입자화시켜 전송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많은 분들이 양자 순간이동, 양자 전송 개념을 그런 식으로 오해하고 계시더군요. 당장 기술적으로 불가능해도 언젠가 가능하다면 정말 좋을텐데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sochul 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굉장히 뿌듯합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hunhani
흥미롭습니다!
본문 내용 중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 원리를 일컬어 국소성이라고 하는데요.

라는 내용에서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두 물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게 하기 위해선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가능한건가요?
(입자의 크기와 계의 상태를 고려해야 할 것 같군요.)

예를 들면 대한민국 서울에서 있는 한 남자와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여자가 사랑이라는 정보를 통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리학적으로 입자는 부피가 없으므로 크기를 논할 수 없습니다. 예로 드신 상황은 물리학적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단순히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자면 두 양자의 얽힘 상태가 온전히 유지된다면 지구 반대편이든 우주 끝자락이든 상관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얽힘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