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사건 해설(2)

in #kr5 years ago (edited)

업비트 사건 해설(1)

업비트 사건에 대해 해설(2)편을 쓰겠다고 예고했으니, 할 얘기가 많이 남진 않았지만 마저 쓰겠습니다. 이 글은 업비트의 해명과 반박문을 통해 알게 된 '업비트가 인정한 내용'입니다.

검찰 발표에 대한 업비트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업비트 발표의 내용을 따옴표로 인용하며 해설해 볼게요.

"법인 계정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이익을 취하거나 허위로 매매한 바 없습니다."
"해당 법인 계정은 출금 기능이 없으며, KRW(원화 포인트) 및 암호화폐를 시스템 상에서 입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법인 계정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은 실제 원화나 암호화폐를 입금하지 않은 계정인데도, 시스템 상으로 돈이 생겨라라고 입력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입력한 돈으로 거래가 체결되면, 그걸로 이익을 취하진 않을 수 있어도 '허위로 매매한 바가 없'다고 얘기하긴 어려운데요. 왜 이렇게 썼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법인 계정의 특성상 회사에서 이미 보유 중인 회사 현금과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거래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해당 법인 계정으로 입금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그절차를 생략하였을 뿐, 유동성 공급은 회사 보유 실물 자산 내에서만 이루어 졌습니다."
-> 회사가 보유한 자산으로 해당 계정에 충전하지 않고, 그냥 시스템을 조작해 없던 돈을 만들어낸 것이었으나, 실은 임의로 만들어낸 만큼의 현금이나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오케이캐시백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포인트로 비유를 들면요.(사실이 아니라 비유입니다) 캐시백을 운영하는 SK플래닛이 계정 하나를 만들어서 그 계정에 충전이나 적립을 하지 않고 그냥 시스템을 조작해 100억원이 있다고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 SK플래닛이란 회사엔 1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있었으니, 실제 충전한 적은 없으나 100억원을 지불할 능력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이런 일은 규모가 있는 주식회사에선 발생하기가 어려운데요. 기업에서 운영하는 고객보상 포인트제도는 회계상으로 '부채'로 인식해 재무제표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회계조작이 되는 것이고,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라 회계법인까지 연루되는 대형 '회계분식 사건'이 되는 것이죠.

"업비트가 고객에게 출금해 주어야 하는 현금과 각 종류별 암호화폐에 대해 그 이상의 현금과 암호화폐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세 차례(2018년 1월19일, 6월 28일, 10월 8일)의 회계법인 실사로 확인 받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받은 10월 8일 기준으로 업비트는 고객에 대하여 지급할 암호화폐 대비 금액 기준으로 약 103% 보유하고 있습니다."
-> 회계법인이 실사해 출금할 만한 현금과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단 얘기인데요.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선 회계법인이 회원자산과 법인자산을 분리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가 임의로 만든 법인계정에 충전한 적도 없는 자산을 있다고 표시했고, 실제론 이 자산이 없다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을텐데요. 어느 회계법인이 이런 실사를 했는지 궁금하네요. 해당 회계법인이 만일 업비트의 회계감사까지 맡게 된다면, 어떤 감사의견을 낼 지도 의문입니다.

"서비스 오픈 초기에 시장가 주문 기능이 있었습니다. 거래량(매도호가)이 적은 코인의 경우, 매수/매도 각 호가별(매수/매도 각 10호가) 가격 차이가 크게 났습니다. 이 때 시장가 주문을 내는 경우 급격한 체결가의 변동이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매수자가 의도하지 않는 금액으로 거래가 체결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즉 현재의 체결가보다 상단과 하단의 적정한 범위 내에서 매도 및 매수호가를 제출하여 급격한 가격변동에서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습니다."
->업비트가 밝힌 자전거래의 취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적정한 범위 내에서 매도 및 매수호가를 제출'입니다. 업비트가 매도와 매수 호가를 모두 냈고, 거래 상대방은 매수자, 매도자 모두 있다는 얘기죠.

"다만 이번 사건은 1년 전인 거래소 오픈 초기에 발생한 일부 거래에 관한 것일 뿐 현재의 업비트 거래와는 전혀 무관하며, 업비트 서비스는 평소와 같이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 완곡한 표현으로 보이는데요. 이전 경영진이 운영할 때의 문제이고, 지금의 경영진은 자전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결국 업비트는 없는 돈으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유저들을 속였으나, 유저들이 돈을 인출하려 할 땐 정상적으로 인출해 주면서 문제를 발생시키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업비트의 소송 전략도 "당장은 속였으나, 속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도 아무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속였어도 속이지 않은 것과 결과의 차이는 없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래로 가격 변동이 발생하니, 실제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거래 투명성을 지향하는 블록체인 정신에 반하고, 불투명했던 거래소 운영의 단적인 사례라는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업비트야 수익이 많은 거래소니, 인출에 문제가 없었는데요. 만일 작은 거래소가 내부에서 허위거래를 하다가 손실을 내면 아마 인출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떻든 간에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업비트의 발표 만으로도 블록체인 업계가 경계하고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상당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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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공식" 발표문을 읽으면서 의아했습니다.

"법인 계정으로 유동성을 공급", 그리고 "상단과 하단의 적정한 범위 내에서 매수 및 매도호가 제출" ... 이거 2개만 해도 법에 걸릴 것 같은데 너무 당당하게 저렇게 써놔서 신기합니다.

저도 발표문 읽고서 '예상외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인정했네'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더 숨기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유동성 공급', '매수 및 매도호가 제출'이란 용어를 곱씹어 보면 이 용어가 그리 쉽게 읽히진 않겠단 생각도 들더라구요. 실제로 기사들 몇 개 읽어보니,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려운 용어들이 많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