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화우 -하늘가득 꽃잎이 날리고,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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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절대무공의 비술을 터득한 고수가 자신이 터득한 무술을 제자에게 전수하지 못하고 시로 적어서 어딘가에 숨겨둔다. 그 시를 구결이라고 한다. 그러면 강호에 수많은 무협가들이 그 전설적인 최강의 무술 비결을 찾아 나선다.

최고의 무술가가 되기 위해, 혹은 부친이나 사랑하는 이의 원수를 갚기 위해, 또는 악인을 몰아내고 혼란에 빠진 강호를 평정하고 선한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그들은 그 전설적인 고수가 살던 장소나 무술을 연마하던 곳을 찾아서 그 대가의 행적을 밟고 기리면서 구결을 찾는다. 그러나 그런 구결을 찾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선인도 악인도 강호의 고수도 신출내기도 모두 뛰어 들어서 뺏고 뺏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거의 언제나 착하고 재능 있는 또는 천운의 도움을 받은 세상을 구할 신인이 구결을 획득한다. 그러면 구결에는 이런 구절들이 적혀 있는 것이다.

만천화우

하늘 가득 꽃잎이 날리고,

그러면 그는 하늘 가득 꽃잎이 날리는 형태를 검술로 혹은 무술적 동작으로 구현해 낸다. 인체 안에 본래 내재한 힘과 외적인 자연의 조건이 만나 강력한 파워가 발출 되는 무술 동작을 구현한다.

아 정말 멋지다.

난 무협만화를 보면서 그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일찍이 좋은 스승을 만나 무술을 연마하거나 혹은 큰 위기에 몰려 벼랑에 떨어졌는데 기인을 만나 오히려 몸도 치료받고 절세 무공을 연마하게 되는 기연을 만난다거나 혹은 어마 무시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전설의 비급으로 전해져 오는 구결을 획득하는 그런 만화 속 주인공들이 진정으로 부러웠다.

난 순정만화 따위는 보지 않았으니 친구들이 캔디나 하이디를 따라 그리면 흥! 하고 속으로 콧웃음을 치고는 속으로 "너희들 추공을 알아?" 이러면서 만화방 한구석에서 오직 이 제학의 신간 무협만화를 찾았다. 무협만화 없으면 두 번째로 찾는 만화는 마법 만화였다. 그다음이 신화 만화...

무협만화는 나에게 힘과 권력, 믿음과 배신, 충성과 간교 그리고 사랑과 행복 등 인간사 모든 것들에 대한 것을 아주 일찍이 알려주었다. 무협만화에는 언제나 삶에 극적인 전환이 있었으며, 자기 극기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결말은 끝내 선과 순수가 이겼다. 선하고 순수한 사람이 언제나 무협 세상의 주인공이었고 그들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숨어있던 초인 같은 기인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은 언제나 끝내 승리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구결 때문이다. 나는 무술이 아닌 삶에 대한 구결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구결이란 말을 이제 현실적으로 새로 사용하려 한다.

구결이란 삶에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열쇠와 같은 구절로서, 올바른 힘의 원천에 닿음으로써 그 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간결한 시구와 같은 것이다.
이 구결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서 본래적으로 내재한 자연스러움이, 올바름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노인이 되기 전에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라는 마음 상태를 연습하면 좋을 것이란 글을 포스팅했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는 바로 구결 중에 하나다. 이 구결을 어떻게 얻게 되었고 어떻게 그 힘을 확인하게 되었는지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봉천동에서 상담실을 할 때였다. 어느 날 예약자는 한의사 분이었다. 강박증상으로 최면 분석을 받으러 오셨다. 심각한 강박증이었음에도 몇 회만에 순조롭게 잘 나았다. 그분 스스로 나를 의지하고 믿음을 가지고 나아갔기 때문이다. 마지막 날 그분 스스로가 "이제 다 되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고 나가려던 때였다. 내가 물었다.

"지금 다 나았다는 것을 어떻게 아세요?"

이것은 의심에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자신이 이러저러해서 다 나았다고 말할 때 자신이 나은 증거와 정황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서 공고하게 하기 위한 의도로 하는 질문인 것이다.

"전에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스스로 치유했어요. 그때의 느낌과 같아요."

"아, 우울증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혼자 치유하셨군요.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어떻게 치유하셨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어요?"

내담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서 나의 스승이 되곤 한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그분에게서 아주 짧은 놀라운 말이 나왔다.

"우울증 상태를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았더니 사라지더군요."

"아! "

반가운 마음이 짧은 감탄과 함께 제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런 짧은 구결을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다. 그러나 나 역시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단박에 그가 올바른 힘의 원천에 닿음으로써 스스로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도 같은 방법으로 제 우울증을 치료했습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 바로 그것입니다. 정말 멋진 분이세요. 대단하세요."

저는 남자분이지만 그분을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포옹하고 보내 주었다.

몇 년 전 두어 달 가까이 우울증인 분들을 내내 상담했다. 그 무렵 나 또한 많이 지쳐 있다. 우울증인 분들은 오면 정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분들이 하나씩 둘씩 좋아지는 것은 그분들의 비어있는 에너지를 그만큼 내가 채워주기 때문이었다.

에너지를 채워주고, 다시 의식에 프로그래밍을 하고, 의지를 끌어올리고, 희망과 전망을 일으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해석을 바꿔주어야 하는 일이었다. 매 순간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 하다가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에너지 고갈 상태에 이르렀다.

처음 우울증이란 것을 경험했다. 우울증도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내 경우는 이유가 없었다. 그냥 에너지가 다운되면 너무 고통스러웠다. 살아갈 의지도 희망도 없어졌고 모든 것이 그냥 힘들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편안한 마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약 한 달 여를 지났다. 어느 날 저녁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그만 저만하던 에너지가 또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또 무기력과 함께 무서운 고통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마음 상태를 지켜봤다. 그리고는 알아차렸다. 내 마음 또한 대단히 강하게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저항하고 있지? 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지?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놔두자. 좋아하지도 말고 싫어하지도 말자."

그 순간 마법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떨어진 에너지가 마치 바닥을 치고 다시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마을 지붕들이 이어져 스카이 라인을 예쁘게 그어 놓은 것을 보면서 에너지가 찰랑찰랑 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도 한의사 분처럼 정확히 똑같은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 마음 상태를 통해 우울증에서 그렇게 스스로 돌아 나왔다.

다른 우울증인 분들도 나와 똑같은 방법으로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식상태에 따라 마음 상태가 들어먹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의식상태에서는 분명히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는 어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의식상태를 획득해야 함을 알고 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 "

젊은 시절에는 오직 좋아하는 것 아니면 싫어하는 것 두 가지 마음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그 중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는 매사에 좋거나 혹은 싫거나 아주 선명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래서 늘 그렇게 선명한 포지션을 취하려고 많은 애를 썼다.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치고 있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짓이라고 배웠다.

그 선명한 이분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단히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것은 알게 모르게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칼날처럼 날카로운 상처를 내며 지나갔다. 나이가 들면서 이것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명하고 선명한 것 또한 사실 혼돈스러운 것으로서 무지를 잘라내 버리고 취한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아무것도 선명하고 분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모른다는 자기 포기가 점점 커져갔다. 그 덕분에 마음속에서 저 구결이 떠 오르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

이 구결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이 구결이 가진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왜 이 구결은 성인들을 통해 반복해서 발견되어지고, 심지어 나 같은 상담가나 탐구가를 통해서도 발견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또 다른 힘을 발현하는 구결들을 소개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름대로 꽤 많은 구결들을 명상과 상담을 통해 획득했고 그 구결들을 제때에 제대로 찔러줌으로써 많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위한 마지막 구결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 앓았던 질병들을 거의가 스스로 발견한 구결들을 통해 치유해왔다. 아니 나는 질병의 치유 과정에서 구결을 발견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큰 숙제와 싸우고 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힘에 부친다. 구결을 찾아 나 스스로의 악을 물리칠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참 요원하다.

모모의 카시오페아처럼 '넌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고, 그리고 그 해답이 그 멋진 시구가 떡하니 내 앞에 드러났으면 좋겠다. 어떻게든지 끝내 찾아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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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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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고맙습니다.

이시스님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요:)
글을 읽으면서 무협지와 무협영화만 고집하던 옛친구가 떠올랐어요. ^^ 요즘 미하엘 엔데 단편집 읽고 있는데 카시오페아가 튀어나와서 반가웠습니다.

넘 감사합니다.

제가 이 댓글에 풀보팅 드립니다. 보파는 작지만, 아! 너무 고맙습니다.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해주신게 축복이 되었나 봅니다. 정말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네요. 고맙습니다. 저에게 정말 좋은 일 하셨어요 평온한 밤 되세요

무협지와 무협영화에 푹 빠져 지내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ㅎ
결국은 깨달음을 얻어 절대고수가 되죠 ㅎ

이미 해답을 알고 계시네요! ^^

제가 이 댓글에 풀보팅 드립니다. 보파는 작지만, 아! 너무 고맙습니다. 이미 해답을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해주신게 축복이 되었나 봅니다. 정말 중요한 실마리를 찾았네요. 고맙습니다. 저에게 정말 좋은 일 하셨어요 평온한 밤 되세요

극의에 도달하면 기가 갈무리되어 겉보기에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고 하는 경지에 도달하신것 같은 느낌이네요.
조금씩 이전글도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건 넘 과찬이십니다. ㅋ 전 그냥 탐구하는 상담가입니다 .^^ 평온한 저녁 되세요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
정말 중요한 구결이군요~

이번에도 여느때처럼 구결을 찾아서 이시스님 스스로 악을 물리치실 거라고 생각해요

이시스님은 이미 해답을 알고 있잖아요^^

우다람님 넘 감사합니다. 평온한 저녁 되세요

좋은 구결을 찾으셨군요.
저의 구결 한가지도 비슷합니다!
이래도 좋고...저래도 좋고...
ㅎㅎㅎ

역시 매력적인 시타님..멋진 구결을 갖고 계시네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걸 검술로 표현하면 어떤 동작이 나올까요? ㅋ

만천화우...너무 멋진 표현입니다.
무협지를 본 적은 없지만 만천화우를 구현한 무술이 어떨지 궁금하구요~~~

이지스님의 정신세계는 저랑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참 위에 있는 듯~ㅎ
영육의 밸런스를 잘 컨트롤 하시는 분이라 결과도 좋을 겁니다. 분명요~~~^^

겸손하게 자기를 낮춰서 상대방을 띄워주는 분은 분명 고수님에 틀림없습니다. ^^ 기분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결과를 빌어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는 어찌보면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네요. 나와 상관 없어야 하는것에는 관심을 꺼버려야 겠습니다.

어렸을때 무협지에 빠져살았을때가 있었어요.전설의 신공을 얻거나 무기를 얻어 영웅이 되어가지만 항상 마지막엔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진리를 얻더군요.잘 읽고 갑니다^^

예, 쌍둥이 아빠님도 어릴때 무협에 빠져 사셨군요. 의리와 정의감 많으시겠어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기...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자신을 관조하는 경지인것 같은데요..
운기조식만 하시면 내공도 쌓으실수 있을듯 하네요..ㅎㅎ

운기조식 그런거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ㅋ

오호 무협만화, 무협소설을 좋아하셨군요!! 전 아닌데...ㅎㅎ
상담치료라고 해야하나요? 지금도 하고 계신지...위에 언급된 한의사분도 대단하시네요!! 우울증을 스스로 치료하시다니...

상담은 지금 쉬고 있습니다. 전화 상담 간간이 하는 것 외에요^^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 - 무상무념의 경지

어쩌면 현재 kr에 가장 필요한 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하지 싫어하지도 않기... 비슷할지 모르겠으나 저는 서로 다름을 이해 하는 것보다 인정을 하는 삶의 자세를 갖고자 노력합니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 많은 수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삶의 자세..넘 멋지죠 그것도 하나의 구결이죠 평안한 밤 되세요

전 이시스님이 무협지도 쓰니나 했네요?? 첫글 읽으며.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기"

무아의 경지 전전단계정도 되겠네요.
대단한 능력입니다.

물속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면 더 내려가고
힘을 빼면 올라가는 그런거 같은거죠.
어딘선가 읽은거 같은데 제가 정의는 멋드러지게 못내립니다.
음~~ 암튼 대단,,,

예, 물속에 빠진 사람 비유는 정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게 잘 안먹힙니다. ㅋ

항상 잘 먹히면 무아에경지에 오르신거죠^^
잘 안먹히는 경우가 생기는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항상 잘 하셨듯이 이번에도 잘 먹힐겁니다.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거겠죠^^

편하게 하시면 될 겁니다. 다 잘될겁니다. 늘 그랬듯이~~
120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왜 저항하고 있지? 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지? 그냥 일어날 일이 일어나게 놔두자. 좋아하지도 말고 싫어하지도 말자."

저도 중간에 속하면 박쥐같아서 항상 뭔가를 명확하게 결정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했는데 오늘 글을 읽으니 좀 편하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두기...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네 그냥 두기...그것도 넘 좋은 것 같아요 평온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