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무조건적인 복지는 옳은가?

in #kr6 years ago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얼마간 포스팅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시간이 나는대로 다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이번 주제는 자주 느껴오던 것으로, 무상급식이 망쳐놓은 것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무상급식은 말 그대로 학생들의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지요. 나라에서 급식비를 지원하여 국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는 그들 나름의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제도입니다. 장점은 하나입니다. 학부모들이 한 달에 6만원 정도 하는 급식비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아, 하나정도 추가하자면 정말 돈이 없어서 신청 못하는 가정이 부끄러워할 일이 하나 줄어든다 정도가 되겠네요. 그 외에는 단순한 포퓰리즘이며, 막대한 재원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근무중인 학교를 기준으로 학생 식사 한끼가 대략 3천원(교사의경우 3300원정도가 책정이 됩니다) , 학급당 27명, 48학급을 기준으로 한 달에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390만원 가량입니다. 학교를 나오는 달인 9개월을 곱하면 일년에 3600만원 정도가 되겠네요. 이렇게 급식비 낼 능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들에게도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해주려면, 나라가 돈이 상당히 많거나, 다른 분야에 사용해야할 학교 예산을 줄이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되어야겠지요. 물론 현재 상황은 두 번째 상황입니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주는 대신,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연수들이 대폭 축소되었고, 학교 시설물과 장비에 들어가야 하는 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48학급 중 대부분의 교실이 7년 이상 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은 계속해서 끊기고, 컴퓨터실의 경우 30석중 7석가량이 부팅조차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없으니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잘 쓰면 상당히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3600만원을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분야에 써버리니 정작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예산 문제와 더불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어차피 돈을 내지 않고 먹는 급식이다보니 학생과 학부모 중에도 상식을 벗어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하고 있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은 줄서는 시간을 포함해 10분 내외이며, 점심시간은 1시간입니다. 학기초에 밥과 김치 두쪽만 받아와서 밥을 먹거나, 받자마자 모두 모아서 버리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지도하고 부모에게 말하였으나, 부모는 집에서는 잘 먹으니 그냥 두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어릴 때 먹기 싫은 반찬을 억지로 먹다가 스트레스성 알레르기가 생긴 적이 있어 편식에 대한 지도는 하지 않습니다. 건강이 나빠지고, 채소의 맛을 알게 되면 알아서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버리느니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던 중, 분명히 줄을 서서 급식실로 이동하던 아이들 중 몇명이 식사시간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먼저 운동장에 나가서 그네를 타려고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부분에 대해 지도하고 부모에게 연락하였으나 역시 결과는 이전과 같았습니다. 그런 상황을 6번쯤 겪고, 5명가량의 남자아이들이 계속해서 밥을 먹지 않고, 교사에게 말하지도 않고 도망가는 점심시간이 계속되자 학부모들에게 다시 전화를 하여 지도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렇게 조금 나아지는 듯 하더니 이제는 엄마가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매일같이 밥을 먹지 않는 학생도 생겼습니다.

이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그냥 노는 것이 좋아 점심을 먹지 않아도,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밥을 달라고 하면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준비해주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어차피 공짜로 주는 밥인데 먹으나 마나 무슨 상관인가 하는 태도로 일관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결식아동이 있고, 돈 몇푼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화가 치밉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바르게 지도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진대, 아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맞춰주려고 하는 부모들이 있다보니 이런 상황도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낸 돈이 정말 가지지 못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형식의 복지는 분명히 옳은 것이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당히 가진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적당히 가진 사람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무조건적인 복지는 없어져야할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복지는 안일함을 낳습니다. 노숙인 복지 예산을 다 쓰려다 보니 노숙인 한 명당 침낭을 5개씩 배급하고, 노숙인들이 그 침낭을 팔아서 술을 사먹은 일화나, 취업수당을 받은 청년들이 호텔에 가서 노는 데 돈을 다 써버린 이야기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나라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번쯤 논해볼만 한 주제라고 생각하여 글을 써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글이 참 어지럽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