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여행기 (07.20~23), 1일차(2)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jkhchoice (Joe) 입니다.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여행기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과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즐겁게 글을 이어나가고 있답니다. 댓글이 힘이 된다는 말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답니다.

쓰다보니 작가의 말 같은 공간이 되어버렸네요. 이건 이것 나름대로 좋은걸지도 :)


제주 여행기 (07.20~23), 1일차(2)
  • 일정 : 제주공항 - 제주시내(점심 등) - 김녕해수욕장(스노쿨링) - 성산(저녁 및 숙박)
  • 식사 : ① 마구로쇼쿠도 - ② JongJong - ③ 광치기 정육식당 - ④ 카페 도렐
  • 관광 : ⓐ 니모스토리(김녕해수욕장_스노쿨링)

image2.JPG

여행의 진정한 매력은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지의 먹거리를 즐기거나, 특정 명소(대표적인 박물관이나 관광장소)를 가보는 것, 그리고 활동적인 것을 체험하는 것이 그에 해당한다.

제주에는 다양한 엑티비티 활동이 있다. 3~5m정도의 얕은 바다를 잠수하며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스노쿨링', 좀 더 먼 바다로 나가 좀 더 깊은 곳을 잠수하며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빙', 산소가 공급되는 헬맷을 착용하고 바다 바닥을 걸어보는 '씨워킹', '땅콩보트'와 '파라세일링' 등 마음만 먹으면 즐길 것들이 많은 곳이다.

제주의 바닷속을 들여다 보고 싶었기에, '스노쿨링'을 체험하기로 결정했다.

nimonimo.jpg

ⓐ 니모스토리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 17길 33-1)

처음인 나와는 달리, 제주에서의 스노쿨링 경험이 있던 동행의 말에 의하면, 1만원 정도면 스노쿨링 장비만 대여할 수 있지만 기초나 잠수에 대한 강습같은 것은 없기에, 처음하는 사람은 강습이 묶여 있는 곳을 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며 동행의 서칭 끝에 스노쿨링 강습과 먹거리(와플&커피)가 제공되는 곳을 찾았다.

2시간의 스노쿨링 클래스에 3명 정도의 강습자가 붙고,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것 부터 잠수해서 물고기를 보고 오는 것 까지 2~3명 당 1명의 강습자가 코칭을 해준다. 스노쿨링을 마치고 샤워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으며(카페 내부에 깔끔한 샤워룸이 구비되어 있음), 카페에서 내린 커피1잔과 와플이 제공된다. 인당 35,000원의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image3.JPG

image4.JPG

image5.JPG

어린시절이 생각 났다. 또래들에 비해 상상력이 풍성했던 나는, 바닷속이나 우주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엉뚱한 상상들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거대한 고래 뱃속에는 사실은 바다왕국이 있어서 물고기들이 낮에는 바다를 헤엄치며 돌아다니고 잠을 잘 때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서 잔다는 식이었다. 상상 속의 나는 물고기 왕을 만나기 위해 친구들을 만들어가며 바다로 떠난다.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더이상 이런 상상들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해버린다는 것이다. 이제는 구름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땅속에 다른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우주 어딘가에 다른 생명체가 있지는 않을까 상상할 필요도 없다. 발견되면 뉴스에 나올테니까. 무언가를 오랫동안 상상해내기엔 세상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 기분이다. 보통의 어른이 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야하는지, 가끔은 우리조차 스스로를 속일때가 있다. 알고보면 어른이란 참 재미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어린왕자의 글귀가 생각났다.

P1330027.JPG

③ 광치기 흑돼지 정육식당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86)

하지만 어린왕자가 모르는 어른의 즐거움이 있다. 하루를 마치며 마시는 술 한잔의 즐거움. 푸른 초원과 성산 일출봉을 배경 삼아 먹고 마시는 순간의 즐거움은 읽고 있던 어린왕자 책을 덮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 속에서 2시간 동안 전신운동(동행이었던 형님은 '스노쿨링'을 '전신운동'이라고 표현했다) 하면 피곤할거라고 생각했던 동행은, 미리 챙겨두었던 와인(이름은 까먹었지만, 해외 출장 갔다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구매한 칠레산 레드 와인이라고 설명한게 어렴풋이 기억난다)을 꺼냈다. 역시 술은 고생하고 먹어야 제 맛! 고기의 육즙과 레드와인의 조합이 상당히 괜찮았다. 이대로 취해 버린 채 하루를 마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휴식이겠구나 생각했다.

아,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사전에 전화로 허락을 받고 가져간 것이다. 아무런 과정없이 술을 들고가면 상당히 큰 실례.

P1330033.JPG

P1330037.JPG

④ 카페 도렐 (서귀포시 성산읍 동류암로 20)

술을 조금 깰 겸 들른 카페에서 재미난 커피를 만났다. '카페 도렐'의 시그니처 커피인 '너티 클라우드'인데, 요녀석 참 명물이다. 에스프레소+피넛버터+우유의 조합인데, 재미난 점은 얼음 대신 아주 차가운 우유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커피쟁이인 나에게는 참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아이스 커피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희석 된다는 점이다. 그때문에 일부 카페는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면 일반 커피를 낼 때 보다 조금 더 진하게 만들어주는데, 처음에는 맛이 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얼음에 희석되어 먹기 편해지는 것을 고려한 방식이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1)기다려야 하거나 2)놓치지 말아야하는 점은 적어도 내게는 불편한 포인트다.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며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는 생각이겠지만,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일관된 맛과 온도가 유지되기를 바랄 때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보광동의 '헬카페'에서 찾았었는데, '헬라떼'를 주문하면 작은 물 한컵 정도의 라떼를 내어주며 얼른 마시라고 이야기한다. 양보다는 맛의 풍부함에 몰빵한 단순한 방식이 심플하고 명쾌해서 좋았던 기억이 났다. 여기의 '차가운 라떼'는 지옥 처럼 뜨거운 헬라떼의 겨울왕국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거기에 은은하게 녹인 피넛버터의 맛은 에스프레소와 우유의 조합에서 찾아오는 이질적인 부분을 재치있게 메워주었다고 생각한다.

맛있다는 말을 풀다보니 길어졌다. 필자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간내어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P1330011.JPG

노곤 노곤 하루가 지난다. 잠시 덮어두었던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잠을 청한다.

'있잖아 사실은 지구에는 사막만 있는게 아니야. 내가 온 곳에는 제주라는 섬이 있는데 말이야...'


즐겁게 읽으셨나요? :) 제주 여행기의 1일차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하루의 이야기가 두 호흡(2개의 포스팅) 정도로 나눠질 것 같습니다.

글의 연속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큰 호흡(하루의 이야기=2~3개의 포스팅) 사이에 쉬어가는 느낌의 짧은 글(단편적인 생각이나 일상에 대한)을 올려볼까 생각중입니다.

여행기로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적인 부분들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인데요,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글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

제주 여행기 (07.20~23) 1일차(2). by Joe


Sort:  

안녕하세요 muksteem 전국 맛지도 등록 알림봇입니다.
본 글이 전국 맛지도에 등록되었습니다.
http://www.muksteem.com/index.php?permlink=@jkhchoice/07-20-23-1-2
링크 확인부탁드립니다.
문의사항은 댓글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스노클링 꼭한번 해보고싶은 경험이네요!!

꼭 한번 해보셔요! 스노쿨링만의 매력에 빠지시게 될거예요 ㅋㅋㅋ

제주도가면 카페도랠은 꼭 가야할거 같네요!!
다양한 이야기가 스팀잇을 더 사람향나는 곳으로 만들것 같습니다 ㅎㅎ

피드백해줘서 고맙습니다 @cljg981 (ggwon)님!

p.s 얼른 한국으로 와서 더치커피를 만들어주세요 ㅋㅋㅋㅋ

Upvoted. I'm going to resteem this now :)

저도 이번달에 제주도를가는덕 너무기대되네요!!!ㅎㅎ

혜란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

'나 제주도 갔다왔어!'라고 외치고 보니, 주변에 참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시기나
1~2주 뒤에 제주에 갈 계획이란걸 알게되었습니다.

여행가시기 전에 이런 저런 것들 준비하시겠지만,
제 글에서도 도움되는 정보를 얻어가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여행 준비 잘 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종종 소통해요 :)

알차게 제주도 즐기시다 온 것 같습니다!
스노쿨링 저도 한번쯤 해보고 싶네요!!

태호님 안녕하세요! 저도 스노쿨링은 처음이었는데, 재미를 느껴서 다음에 가도 할 것 같습니다!
하실 기회가 생긴다면, 약간의 강습이 포함되있는 곳을 찾아서 배우시면 금방 익히고 재미도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

와아!! ^^ 제주도 좋으셨겠어요!!
사진만 봐도 설레입니다 >_< ㅎㅎ
스노쿨링은 정말 최고인것 같아요 ㅋㅋ
'너티 클라우드'도 한번 먹어보고싶어요^ , ^
다음 포스팅도 기대할께요 :)

@kimarang 님 안녕하세요! 카페 도렐이 서울에도 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신사쪽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시간나시면 분점에서 드셔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하루되세요 :)

헐 스노쿨링이라니 대단하시네요ㅎㅎ 물을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일이지만 멋진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