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그레이엄(3) - NCAV 전략(1) OR 워렌버핏이 어쩔 수 없이 가치투자자가 된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벤자민 그레이엄은 뛰어난 투자자였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그의 명작인 '증권분석' 과 '현명한 투자자' 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또한 수많은 가치투자자를 가르친 위대한 선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엄의 학생들 중 '워렌 버핏' 이라는 학생이 재능이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투자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번에는 버핏이 그레이엄에게 무엇을 배워 갔는지 한번 살펴 보죠.

<필자가 아는 둘이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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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맨 왼쪽, 그레이엄은 왼쪽에서 3번째. 왼쪽에서 5번째가 톰 냅(Top Knapp), 6번쨰가 찰리 멍거이며, 9번쨰가 월터 슐로스. 대박사진!)

워렌 버핏은 역대 최고의 가치 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저도 가치투자자의 꿈을 꾸면서 워렌 버핏의 모든 주주서한을 읽었으면 워렌 버핏의 인터뷰를 수집한 buffetfaq.com에 있는 모든 내용까지 읽었습니다. 실제로 비슷하게 투자하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제 수치스러운 과거를 공개했습니다. 동료 퀀트 투자자들이 저를 얼마나 비웃을까요? 가치투자를 하다니! 저 혼자만 부끄럽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워렌 버핏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공개하려 합니다.

워렌 버핏은 퀀트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중소형 자산주 퀀트! 수많은 가치투자자들이 무시하는 퀀트 투자를 10년 이상 했고, 더 쇼킹한 것은 – 수익률로만 따지면 퀀트 투자자 버핏의 수익이 가치투자자 버핏의 수익보다 훨씬 더 높았습니다.

왜 그가 아름다운 퀀트투자를 배신(?) 하고 가치투자자가 되었을까요? 간단합니다. 돈이 너무 넘처 흘러서 더 이상 마땅한 소형주를 찾지 못해서 였습니다.


여러분 재산이 혹시 100억원 이하라면, 어려운 가치투자 필요 없습니다. 지표 몇 개만 보고 단순하게 투자하는, 워렌 버핏의 초창기 투자 방법인 퀀트투자! 이쪽으로 오세요…

아래 내용의 주요 출처는 버핏의 자서전인 ‘Snowball’과 워렌 버핏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buffettfaq.com입니다. 또한 아래 내용은 곧 발간될 "버핏클럽" 책자에 발간됩니다.

<버핏클럽 1호, 와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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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워렌 버핏, ‘현명한 투자자’와 만나다


잘 아시겠지만 워렌 버핏은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으면, 10대 초반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는 모든 주식 책을 다 읽었는데, 1950년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라는 자가 쓴 ‘현명한 투자자’ 라는 인생책을 읽게 됩니다.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은 마법으로 돈을 버는 곳이 아니고 논리적인, 수학적인, 체계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수치에 밝은 버핏은 이 책과 그레이엄이 도드 교수(David Dodd)와 같이 집필한 ‘증권분석’ 이라는 책을 통으로 외워 버립니다. 버핏은 하버드를 지망하여 입학 인터뷰를 봤으나 거기서 보기 좋게 떨어집니다. 슬퍼하고 있는 와중 우연히 “아니? 그레이엄과 도드가 콜럼비아에서 가르친다 아이가?” 를 알아낸 버핏은 콜럼비아 대학 신입생 모집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도드 교수에게 메일을 씁니다.

내용은 대충: “당신과 그레이엄은 투자의 신이예요! 난 당신들을 사랑해요! 나 당신들에게 배우고 싶어요! 아이러브유!” 정도였다고 합니다. 좀 유치하지만 도드 교수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입학을 한 버핏은 두 저자보다 ‘현명한 투자자’ 와 ‘증권 분석’ 의 내용을 더 잘 알았고, 따라서 그레이엄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A+를 받은 학생이 됩니다.

II. 만 페이지 책을 정독하여 NCAV 주식을 찾은 사나이,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은 졸업한 후 그레이엄 회사 (Graham-Newman Corp.)에서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레이엄은 유대인만 채용한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버핏이 하도 졸라서 결국 입사를 허락합니다. 버핏은 거기서 무슨 일을 했을까요? Moody’s Manual이라는, 일만 페이지(!!) 분량의 기업 수치와 통계가 적혀 있는 책을 정독하면서(!!) NCAV 주식을 찾아냅니다.

<무디 매뉴얼은 대충 이런 책입니다 – 우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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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핏은 이런 미친(?) 짓을 했을까요?

바로 NCAV 주식을 찾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면 “청산가치보다도 더 싼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 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이기도 합니다. NCAV 주식에 분산투자하면 돈일 잃을 가능성은 매우 적으며 복리 최소 2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NCAV(Net Current Asset Value)는 우리말로 ‘순유동자산’이 며, 유동자산에서 기업 전체 부채를 뺀 금액입니다. 기업의 자산은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으로 구분하는데, 기업을 청산할 때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을 청산하고 부채를 갚으면 주주들이 가져갈 몫이 남습니다.

유동자산에는 현금, 단기 금융자산, 매출채권, 재고 등이 있는데, 일부 재고를 제외한 유동 자산은 실제 청산가치가 장부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비유동자산은 토지, 설비 자산, 건물, 기계 등으로, 청산가치는 장부가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지, 건물은 매수자를 찾기 힘들 때가 있고, 기계는 특정 기업에서만 쓸 수 있도록 맞춤형 설계 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레이엄은 기업의 청산가치로 순유동자산(NCAV)을 선택했습니다. 비유동자산의 가치를 0으로 평가해 기업의 청산가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사실 주식 가격이 이렇게 낮은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시가총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투입해 주식을 모두 사고 나서 기업을 청산하면 곧바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실제로 워렌 버핏은 왕창 주식을 사서 기업을 통째로 지배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저렇게 터무니없이 싼 주식이 존재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1950년대 미국에는 저런 주식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이를 알게 된 워렌 버핏은 이렇게 측정한 기업의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훨씬 높은 “NCAV 주식”을 만 페이지를 뒤지면서 찾았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저런 주식들을 ‘담배꽁초’ 라고도 불렀습니다. 별로 훌륭한 기업들은 아니나, 너무 저평가 되어 있어서 한번 정도는 크게 올라 줘서 투자자에게 ‘담배 한 모금’ 같은 맛있는(?) 수익 을 선사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워렌 버핏은 1950년대 내내 저런 NCAV 주식들만 찾아내서 떼돈을 벌었습니다. 버핏의 2005년 인터뷰에 따르면 버핏은 저런 주식을 사서 1950년대 연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합니다. 자서전 ‘Snowball’에도 “1950년대 버핏은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런 NCAV 주식의 수익률을 분석하는 논문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습니다.
논문의 결론은 다 같습니다. 저 전략이 개발된 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전략의 수익률은 연 25-30%에 육박합니다.

저자도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률을 분석해 봤는데, NCAV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팔린 주식을 샀다면 2002-2017년 복리 24.8%를 벌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심지어 배당수익률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III. 워렌 버핏, 비자발적으로 가치투자에 입문하다


그럼 버핏은 도대체 왜 연 50% 수익을 벌 수 있었던 NCAV 전략을 포기했을까요? 60년대 초반 버핏이 투자 귀재라는 사실이 소문이 나서 투자금도 많이 모였고, 버핏 자체의 자산도 비대해 졌습니다. 1962년, 버핏이 운영하는 자산은 7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버핏은 NCAV 전략으로 부자가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문제가 생긴 겁니다. 버핏 펀드의 자산 규모가 급증하자 NCAV 전략으로는 많은 돈을 소화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NCAV 주식은 주로 소형주입니다. 중형주나 대형주가 청산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어쩔 수 없이(?) 기업의 비계량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필립 피셔의 책을 연 구하고 파트너인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도움을 받아 비계량투자 기법을 터득했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버핏은 갑부가 되었고, 역대 최고의 투자가라는 명성도 얻었습니다.

교묘한 마케팅: 비계량투자는 필자가 작성한 "피터 린치 시리즈"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세 친구들의 모임 - 빌 게이츠, 찰리 멍거, 워렌 버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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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버핏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가 되었으나 좀 허전했을 겁니다. 그는 그레이엄의 간단한 계량투자 전략이 가장 돈 벌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버핏은

“1950년대 수익률이 최고로 높았다. 주가지수를 작살 내 버렸다. 내가 다시 100만불만 가진 가난뱅이가 된다면 나는 다시 연 50%를 벌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연 50% 이상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한다”


라고 주장하면서 늘 땅 짚고 헤엄치듯이 손쉽게 돈을 벌었던 1950년대를 그리워했습니다. 돈이 너무 많아서 요즘은 수익률이 겨우 20%도 안되니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2000년대 중반, 버핏은 NCAV 주식 수십 개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냅니다. 그곳은 한국이라는 땅이었습니다. 버핏의 한국 투자 표류기, 우리가 어떻게 버핏을 흉내낼 수 있는지, 어떻게 NCAV 주식을 5분만에 찾아내는지, 다음번에 한번 같이 살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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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날씨인사...

요런느낌이군요...^^ 오늘은 날이 아주좋아요^^

호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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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포스팅 기대합니다 ㅋㅋㅋ

기대됩니다^^

한국투자표류기는 다음 포스트에서부터? 궁금해지네요

이래야 더 많은 독자들을 끌어모으죠 ㅎ

여러분 버핏의 한국 표류기는 일단 저 책이 나올때까지는 중단입니다 ㅎ

'버핏클럽'이라는 책은 공동저자신가요 아니면 단독저자신가요.
잡지처럼 일정 주기를 두고 계속 나오는건가요.
언제쯤 출간되나요. 궁금합니다. ㅎㅎ

저는 그냥 기사 하나 쓰는 거고요, 잡지처럼 일정 주기로 나온다는 거 같습니다. 첫부는 5월 말쯤 나온대요.

정보 감사합니다! 챙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