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여행기] 사이판의 날씨, 타이푸드, 카페, 스노클링, 별빛투어

in #kr7 years ago (edited)

*여행기간 : 2017. 7. 16~ 2017. 7. 28
*페이스북에 여행기를 작성했다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올림.

<둘째날>

사이판은 온습도 보존의 법칙이 통용되는 곳인가보다.
첫날은 덜 덥고 많이 습했는데 오늘은 상당히 덥고 안 습하다.
(그리고 남은 모든 날이 상당히 덥고 건조했다. 스콜이 시시때때로 내려도 습해지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낮은 것은 있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점으로 타이 푸드를 먹으러 뚜벅뚜벅 갔다.
숙소는 시내 가라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뚜벅이 만렙에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누들과 볶음밥을 먹으려 했다가 직원의 영업에 점심 뷔페를 이용했다.
똠얌꿍에 고수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서 먹지를 못했다. 팟타이가 최고 맛있었다.
사이판의 모든 과일이 이런지는 모르겠으나 사과와 수박이 모두 당도가 낮고 심심한 맛이다.

IMG_2131.JPG

사진으로 보니 비주얼이 그닥이다. 하지만 팟타이 최고!

블로그 후기가 많아서 우리도 찾아간 것이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사이판에 여행 온 한국인 커플과 가족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그 중 많은 커플이 래시가드를 입고 있었다.

이 타이 가게의 가장 좋은 점은 와이파이가 기가막히게 빠르다는 것.
사이판 여행하며 들렀던 곳 중 와이파이가 가장 빨랐다.
어느정도였냐면 숙소보다도 빨랐고(!), 보이스톡을 거의 끊어짐 없이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내 가라판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카페인 차 카페로 갔다.
(제대로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한국인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미국 땅인 사이판에서 진동벨 시스템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서 그런지 여기도 한국인 친목 장소인 것 같았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도 만났다.

IMG_2152.JPG

블로거 느낌 나게 찍어보았다.

<스노클링>

아점을 먹고 짧은 낮잠을 자고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온종일 더운 곳이어서 그런지 바다가 따뜻했다. 사실 조금 기분 나쁜 따뜻함이었다. 마치 바다 전체에 누군가 계속해서 오줌을 방류하고 있는 느낌..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어있는 해변이 아니었기도 하고, 낮 시간에 사이판 관광객들은 대부분 액티비티를 즐기러 나가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라이빗 비치가 되었다.
멀리 시내 쪽 해변에 보트를 타는 사람들이 몇 몰려 있었고, 그 이외에는 우리의 시야 끝까지 모든 해변이 비어있었다.

꽤 오랫동안 걸어 들어가서 미 군함이 꽤나 크게 보일 때까지도 발이 닿았다.
사이판 바다 멀리에는 배가 대여섯 척 떠있었는데 상시 사이판을 보호하고 있는 미 군함이라 했다. 띄엄띄엄 떠 있는 것 자체가 멋있었다.

중간에 난파선의 흔적인지 부서진 구조물들이 있었는데 물고기들의 안락한 터가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중점적으로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구경했다.

스크린샷 2017-09-09 오전 1.23.45.png

동영상으로 촬영된 장면 중 한 프레임.
물고기와 산호가 굉장했다.

굉장히 커다란 성게들도 보였는데 가시가 내 손가락보다 훨씬 길었다. 찔리는 순간 30초 내로 독에 중독되어 사망할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스쿠버 다이빙 때 쓰려고 고프로를 사 왔는데 방수 하우징이 제대로 되는지 시험해보기도 전에 당장 실전에 투입되었다. 다행히도 방수가 잘 되어서 동영상을 여러개 촬영했다. 아쉬운 건 직접 본 것만큼 이쁘게 나오지 않고 조금 뿌옇게 촬영된다는 것. 뭐든 눈으로 보는 것만큼 나오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IMG_2192.JPG

마치 고프로 광고

아점 먹으러 나올 때는 햇빛이 굉장히 강했는데 스노클링을 즐길 땐 구름이 많고 흐렸다. 사진으로는 조금 더 칙칙하게 나오겠지만 놀기에는 최고의 날씨였다.

<별빛투어>

자살 절벽으로 별빛 투어를 갔다.
사진이 찍히지도 않았지만 그 현장을 직접 보는 것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 글로도 절대 표현하지 못할 것을 안다. 직접 보지 않고 읽는 이 글은 과도한 감성에 버무려진 글일 것이다.

실제로 은하수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머리를 돌리는 대로 시선이 닿는 하늘 모든 곳에 별이 있었다.
각기 다른 색으로, 다른 밝기로 빛이 나는데 어떤 것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고 어떤 것은 퍼져서 보이기도 했고 희끄무레하게 빛이 나서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잔상을 보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내 인생에서 현실에서 본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사장님이 돗자리를 깔아주셔서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내 시야를 꽉 채우는 스크린이 펼쳐진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별자리 설명을 들은 후, 모두가 누워서 조용히 별만 바라보고 있고 바람이 불어 지나가고 저기 아래에서는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집중해서 한 별을 보고 있자면 주변의 다른 별들이 지워졌다.
그렇게 별 하나하나를 뜯어내어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별 중에서 저렇게 희미한 별은 지금은 본인이 있던 자리에 없겠지.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별이 보였다.

지금 보이는 이 모든 별의 빛은 아주 옛날부터 달려오고 있었고 지금도 어디론가 뻗어나가고 있다. 그 길의 중간을 내가 훔쳐보고 있다.

별똥별이 떨어졌다. 살면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을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30분도 안되어 5개는 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순식간에 지나가서 어! 하고 놀랐지만, 그다음부터는 준비를 하고 있다가 소원을 빌었다.
한은에서 알바하면서 봤던 그 현금만큼만 (합치면 조 단위는 될)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세요. 이루어지기를 정말로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