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광고 볼 때마다 느끼는 이중적 감정을 정말 명료하게 찝어주셨네요.. 뒤늦게 제대로 읽었지만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빈곤 포르노의 제작 환경으로서의 사회"라고 정확히 지적해 주셨지만 저는 빈곤 포르노가 '우리'를 '본질적으로 지울 수 없는 부채감'에서 해방시켜주는 값싼 대체품이라는 점에서 비판적입니다. 빈곤 포르노는 부채/해소가 쌍둥이처럼 붙어있는 '면죄부'를 생산하고 우리는 돈을 약간 지불함으로써 처음부터 해소되기 위해 조작되어 있던 부채를 청산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일종의 환각제라는 느낌입니다.
또한, 몇몇 진보주의자들이 현대 국가의 복지 시스템에 대해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탱하기 위한 미끼 겸 임기응변'이라고 비판하듯이 유사한 논리가 빈곤 포르노에도 대입된다고 봅니다. 가령, 아프리카의 빈곤은 전적으로 서구 제1세계의 책임입니다. 제국주의 시절 맘대로 땅을 쪼개고 사람을 착취해서 지금의 부를 쌓아놓고 그 '비용'은(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전 세계에 전가하고 있습니다. 빈곤 포르노는 그 극대화된 체제의 지탱 시스템이지요. 사실 그들이 진정 책임과 부채를 통감한다면.. 전력으로 아프리카를 도와야 하겠으나 결국 여윳돈 중 여윳돈을 넣고 값싼 위안을 얻는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시민인 '우리'가 느끼는 부채의식이란 어쩌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진정한 작업은 빈곤 포르노 비판에서 수반되는 이 '반사적' 역설감을 이겨내고 나아가 '지울 수 없는 진정한 부채의식'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마땅히 돌려줘야 할 것에게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더 쓰다간 중언부언하게 될 것 같네요. ㅋㅋ 왕자님 글이 좋아서 논지에 근거 몇 글자 덧붙이고 도망갑니다..
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도망가신다고 표현하시기에는 포스팅급의 댓글을 다신 것 아닙니까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이자도 안되는 값싼 부채의 탕감이 아니라 진짜 원금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ㅋㅋ 그런 의미에서 제가 나름의 오마주 시리즈(?)를 기획 중인데.. 그 첫 번째로 왕자님의 이 글을 타겟팅해도 될까요? 막 거창한 건 아니고, 좀 오래되었지만 좋은 글 되살림과 동시에 해당 글이 다루는 주제에 대해 내용을 덧붙인다, 재논의한다? 정도의 의미로 써보려구요. 구체적으로는 왕자님이 다룬 빈곤 포르노 글의 구절들을 논문에서 인용하듯이 인용하며 저도 관련해서 글을 한편 쓴다는 의미로 ㅎㅎ 혹시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 혹시나 이 글을 제가 어떤 맥락에서 쓰게 되었는지 동기를 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키티펑크님이 가입하기 전 일이라 모르시고 계실수 있는데 목록에 없는 제 글 중에 빈곤 '포르노 후기' 라고 있습니다.
예,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