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꽃

in #kr7 years ago

여느 해와 다름없이 겨울잠을 잤다.

가만히 웅크린 채 봄을 기다렸다.

기나긴 겨울밤. 이제는 익숙해진 탓인지, 이전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겨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래 왔듯 변함없는 기다림과 좀처럼 식지 않는 갈망에, 나는 애를 태워야만 했고, 많이 지쳤다.

어느새 소리 없이 찾아온 봄,

내게서 제일 먼저 피어난 꽃.

'故 김광석'

오늘, 아름다운 꽃과 함께 추억이 다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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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쌓아둔 추억이 바람에 흩어졌다.

아침 바람맞으며 잠에서 깨니 추억 하나. 가만히 내려앉는다.

'반딧불이…'

어둠이 짙은 밤. 공황 활주로를 거닐다 만난 신기한 녀석.

살며시 움켜잡은 두 손, 그 사이로 빛나는 초록별 하나.

환한 그 빛에 괜스레 감춰둔 속내가 드러날까 두 손 높이 치켜들며 바람에 날려 보내던 그 밤.

꽃이 지고, 꽃이 다시 피어 이미 내게는 잊힌 그 밤이, 이른 아침 내게로 다가왔다.

쓸데없이 피어난 들꽃 같은 추억이라 생각되어, 잊으려 했건만, 어제도, 오늘도 내게서 도통 떠나려 하지 않는다.

꽃이 지고, 또다시 꽃이 피었다.

그대 오지 않은 이곳엔 어김없이 바람이 불었고, 어느새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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