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독립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련 된 행사들(공연, 마켓, 영화 등)을 보러다니고 있는데
한국의 독립예술신은 내게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흔히 개발도상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들을 개발(Development)할 때, 원조국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 국가들에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것이다.
도로, 상수도, 병원, 학교 등의 인프라 즉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해주는 것은 일차적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조활동이다.
초기 인프라의 구축에는 전 개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중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비용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스스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의 끼니가 급한 상황에서 인프라는 그들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하면 근본적으로 개발 될 수 없다.
많은 NGO들이 아프리카에 식수를 개선하기 위해 상수도를 설치하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건립하고,
질병 퇴치를 위해 병원을 건립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한국 독립예술신을 보면 개발도상국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든다.
독립예술의 창작자와 독자는 해당 신이 발전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지만,
이들이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는 거의 전무한 수준에 머무른다.
창작물을 소개하기 위한 장소, 플랫폼에서부터 창작물에 대한 홍보가 모두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있다.
시장의 원리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면 몹시 명쾌하겠지만, 충분히 시장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이
인프라 구축의 미흡으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 또한 빈번하다.
우리는 모두 이것을 알지만 초기에 투입되어야 하는 막대한 자본을 댈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리고, 당장에 한 달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창작자들에게 이것은 그들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인디이기 때문에 이러하다는 통상적인 관념들이 이 상태 그대로 머무른다면,
그리고 인디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한국의 독립예술은 절대 확대되거나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그리고 그 뒤 공연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충분히 의미가 있고, 성장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는 창작물들이
빈약하디 빈약한 인프라에 갇혀있는 것이 나로써는 참 슬펐다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는 사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을 만들어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