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RE: 완벽에 이르는 길 - 영화 <블랙 스완> 다시 보기

in #kr6 years ago (edited)

영화 한 편을 촘촘하게 얘기하셔서 영화를 다 본 것 같아요. 예전에 봐서 가물가물하던 장면이 막 되살아납니다ㅎ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시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 같아요.
예술가의 이야기라고 봤을 땐, 어떤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자신을 깨뜨리는 과정을 담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한 개인의 보편적 내면에 관한 얘기라고 하면, 욕망과 억압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전 후자의 시각에서 좀 생각했는데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억제하도록 사회적인 교육을 받지요. 적당한 억제는 타인과의 공존에 필수적인데, 이걸 지나치게 억압받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타인과의 공존을 해치지 않는 욕망까지도 스스로 억압해버리는 거죠. 자기주도성을 상실해버리죠. 메가님의 언급처럼요.

‘자신은 항상 착해야 한다. 사랑스러워야 한다’ 라는 관념에 갇혀 용감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예술이나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간 고유의 욕망을 제거해버리면 겉으로 번드르르한 가식과 허위만 남지요. '인간'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없는 거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봉착한 문제가 바로 그것인 거 같아요. 한 번 굳어버린 자아를 깨뜨리는 과정은

자기를 죽여야만 역설적으로 자기가 살아난다.

이 정도로 험난하지요.

요런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이야기가 사람의 삐뚤어진 욕망 때문에 일어난 일을 얘기하는데, 이 영화는 거꾸로, 분출되지 못한 욕망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구나, 하고요.

그런 걸 보면 우리는 욕망을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서 움직이도록 해야 할 거 같아요. 내가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어 있으면 깨뜨려야하고, 너무 나대면 통제해야 하니 말이죠ㅎ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메가님의 글을 보면 억압되었던 욕망들을 적정선에서 이끌어낸 과정을 거치신 거 같아요. 글을 보면 자신을 꾸미지 않고 한 '인간' 그대로 드러내시려는 게 보이니까요.ㅎ

어쿠 쓰다보니 이렇게 길어져 버렸네요. 1등 댓글 노린 건 아닙니다,, ㅋㅋ;;

Sor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