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도전! #10 - 백년 전, 일본에 살았던 독일인의 주택이야기. / The story of a German house that lived in Japan a hundred years ago

in #kr7 years ago (edited)

1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집

일본에서 지내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오래된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외국인 거리에서 만난 건물들은 실제로 100년 전에 외국인이 살았던 건물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100년 후의 우리 집'을 생각한다면, 아마 사람들은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타노 이진칸에서 모에기 하우스와 가자미도리(풍향계의 집)를 보면서 그 집들이 왜 남아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재건축 연한은 30년입니다. 원래 40년이었지만, 최근에 단축되어 3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목조주택의 경우 유지보수만 잘해주면 100년은 물론이고 200년까지 버틴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가 더욱 인정받기 시작한다면. 스토리가 남아 있는 집들의 흔적 역시 보존될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꿈을 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는 일입니다.

이 집엔 누가 살았을까. 또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등. 우리는 그 집에 대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집을 짓게 된 계기는 물론이고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기록으로 함께 남으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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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 대해서 연구를 하며 여행을 떠나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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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한글 안내도 잘 되어 있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꼭 고베에가면 방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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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규모만 보더라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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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도리관이 유명한 것은 외벽이 조적벽돌로 되어 있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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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집을 돋보이게 한다.

아파트와는 다른 주택의 추억.

우리나라는 재개발로 인해서 역사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가 있는 건물들이 사라진다는 뉴스를 쉽게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가 있는 건물은 모두 스토리가 있는 건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전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집을 짓고 그 집에 있는 것들이 잘 보전된다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 집의 가치는 단순히 건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저희 가족이 유명인이 되지 않더라도 집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이야기들은 우리 가족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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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쓰였을 벽난로. 집 규모를 보면 사용되었을 땔감 양도 상당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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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오래된 집들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집 안에 세부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어떤 삶이 이곳에서 일어났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이 정도 집을 지으려고 한다면. 필지 문제는 물론이고 자재 값도 상상을 초월할 것 같습니다. 당시엔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우리는 우리대로 형편에 맞게 짓게 될 것입니다.

집은 그 시대를 반영합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도 60-70평 주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30평 전후의 전원주택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으려고 하는 집의 규모 자체만으로 그 집들의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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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테라스에서는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테라스에 대한 확신.
저희 집에는 2층에 정말 작은 테라스가 있습니다. 부부 두 사람이 밖을 볼 수 있을 정도의 규모입니다. 단순히 테라스가 있고 없고의 차이 이상으로 밖과 안을 연결하는 역할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방을 크게 할 수도 있지만. 쪼개서 테라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집을 짓기 전에는 100% 알 수 없는 부분을 옛 집을 통해서 이런저런 기능이 있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이 테라스에서 무언가를 했을 텐데. 그 자리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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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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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식탁.

식탁은 온전한 가족들의 안식처.
요즘에는 가족들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100년 전에 사용된 가자미도리(풍향계의 집)는 식당의 규모가 매우 큽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가족들끼리 식사도 하고 자주 대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일단 자주 모이려면 서로 너무 바빠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사교육을 하지 않고. 저와 아내는 일로 인해서 너무 바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할 때는 귀를 기울여주고 식사 분위기를 재밌게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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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디테일을 보면 현재 있는 우리집 가구와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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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을 재현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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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은 현재 보더라도 풍경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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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미술품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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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마스의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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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규모는 물론이고 전체 집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

이런 상상은 누구나 오래전부터 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신축주택의 90%가 아파트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주택을 짓는 일은 일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에 주택을 짓는 연령대가 30대 - 40대가 되면서 총 가구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분명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전원주택이라 좋다 안 좋다의 문제를 떠나서 각 가정의 개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모두 서울에 모여서 살고 있는 형국이지만. 올 한 해가 지나고 나면 이제 서울 인구도 900만 명대가 된다고 합니다. 꼭 서울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에 집을 짓는 사람도 더욱 늘어나겠지요.

집은 생각의 반영입니다. 집을 어떤 구조로 짓는지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가자미도리의 설계를 보면 집 안에서 동선이 뱅뱅뱅 돌 수 있도록 해서 막힘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한 공간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이 뛰어난 집으로 효율을 상당히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저희 집은 특이한 모양은 탈피했습니다. 대신 집 안뜰을 만들고 그 안에 대청마루를 넣기로 했습니다. 한옥과 양옥의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설계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가자미 도리에서는 설계의 동선과 함께 테라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외장재는 나무 사이딩보다 벽돌이 얼마나 튼튼한지 볼 수 있었습니다. 왜 벽돌을 선호하는지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100년이 지나도 튼튼해 보이는 벽돌의 견고성에 감탄하며 나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스타코 플렉스를 외장재로 쓰는 것과 벽돌을 사용하는 것의 가격은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이 부분에서 아내와 저는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년이 지나도 튼튼해 보이는 가자미도리를 보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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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멋진 집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집이니 고베 가실일이 생기시면 꼭 한번 방문해보세요. 추천해드립니다!

고베 가서 방문했던 추억이 새록새록나네요. 집 짓기에 도전하신다니 팔로하고 지켜보겠습니다. 물론 업봇도요 ^^ 놀러오세요~

고베에 가면 나름 분위기도 있고.
가볍게 즐기기에 참 좋은 동네입니다.
조용한 편이기 때문에 마음도 차분해지지요. ㅎ

엄청 고급 스럽네요 ㅎㅎ

정말 그 독일인은 많은 돈을 벌었나 봅니다.
이 집에 살았던 여자 아이는 파파 할머니가 되어
수십년 후에 다시 방문하게 되고 일본 언론에서는 대대적인 보도를 하게 됩니다.

기타노 이진칸, 두번 가 봤습니다. 좋죠. 그 뒤에 가족 여행으로 경남 남해 독일마을을 갔더랬죠. 거기서 이진칸을 기대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ㅋㅋ 독일마을은 맥줏집 밖에 갈 곳이 없더군요. 독일풍 주택들은 다 펜션이고 최근에 새로 지어진 것들. '진짜'와 '재현'의 차이랄까요. 또 가고 싶네요 이진칸.

저도 남해 독일마을은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있었는데.. 말씀을 들으니 고민이 되게 됩니다.

기타노 이진칸을 두번이나 가보셨다고 하니 그 분위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저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계속 가고 싶은 곳중에 하나입니다. ㅎㅎ

독일마을은 그냥 중앙 광장에서 맥주나 실컷 드시고 오시면 될 듯합니다.ㅋㅋ

그럼 독일 수제소세지도 있으면 좋겠군요! ㅎ
양평에도 독일마을이 생긴다고 하는데 ㅠㅠ
기타노 이진칸 처럼 되려면 100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요..

지금 만드는 독일마을은 100년 뒤까지 남아 있다면 그냥 양평마을이 되겠죠? 이진칸은 실제로 일본 (강제?)개항 뒤 해외 공관, 외국 부자들이 살던 집들이 남아 있는 거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이진칸 같은 곳이 나오려면 전국에 남아있는 적산가옥을 떠다가 일본마을을 만들면 될 텐데... 싫으네요.

일본에서온 아파트단지 매니아가 극찬을 했다지만..
한국의 단지는 정말 몰개성이죠
벌집 같은 느낌?
집은 정말 저래야 사는 맛이 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