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 곳을 떠났나'의 4 번째 에피소드가 '스팀잇'이 아니길 희망합니다.

in #kr6 years ago

최근 들어 스팀잇에서 발생한 이슈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스팀잇의 미래를 걱정하며 포스팅을 해 주셨습니다.

비록 기대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해당 포스팅들에서 댓글로 제 생각도 정리해서 올릴 것이라 말씀드렸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합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스팀잇에 들어와서 초기에 제가 올린 포스팅들이 바로 '나는 왜 그 곳을 떠났나' 였습니다. 당시에는 운 좋게 고래 분들의 관심을 얻어 스팀잇을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글들이죠. 아직 포스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3 번째는 SLR 클럽에 관한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의 흐름을 보면 아마도 4 번째는 스팀잇이 될 거 같은 불안감이 아주 강하게 듭니다. 


스팀잇은 한국형 온라인 게임이다.


그 동안 스팀잇을 하면서 한 때는 이것이 세상을 바꿀 , 암호화폐의 상용화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유력한 플랫폼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스팀잇을 보니 결국 이 곳도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흘러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형 온라인 게임 , 즉 MMORPG라는 장르에 대해 생각하시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스팀잇과 한국산 MMORPG의 공통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PAY TO WIN" 과 작업장 입니다.

부분 유료화 라는 말은 현질을 할 수록 게임에서 이기게 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남들보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노가다를 한다면 현질의 수준을 낮출 수는 있지만 최근에는 게임 회사들도 영악해져서 돈을 지르지 않고는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이런 구조의 문제점은 회사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게임의 수명을 팔아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비스가 진행될수록 고 레벨 유저와 저 레벨 유저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이상적인 방법은 저 레벨 유저들이 빨리 성장해서 일정 수준의 유저층이 두터워지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저 레벨 유저 앞에는 "현질"이라는 두터운 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고 레벨 유저만큼 돈과 시간을 게임에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그들은 상대적인 박탈감만을 느낀 채 게임을 떠나게 되죠.

자 생각해 봅시다.

무과금러가 100 명 있습니다. 월 1 만원 이상 결제 유저가 50 명 , 월 10 만원 이상 결제 유저가 10 명 , 월 100 만원 결제 유저가 1 명 있다고 가정해보죠.

무과금러는 일정 수준까지는 버팁니다. 그 상태에서 최고 랭커는 자기 아래에 160 명의 유저가 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월 100 만원을 쓴다는게 일반일들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죠. 그럼 10 만원만 질러 봅시다. 여전히 내 아래로 150 명의 유저들이 있네요. 이 정도면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만족을 느끼기 위해 질러 볼만 합니다.

그럼 월 1만원만 투자해도 100 명의 유저보다는 낫네요. 위로 11 명의 랭커가 있지만 다른 50 명과는 경쟁이 되고 나머지 100 명보다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무과금러들이 지쳐서 모두 떨어져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 월 1만원을 질러서는 서버 내 최하층민 수준이 됩니다. 누구도 밑바닥 생활을 체험하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준이 되면 위기감을 느낀 게임 회사는 더 큰 현질 요소를 게임에 추가하게 됩니다.

당장 유저 풀이 반토막이 나니 1인당 수익을 더 뽑아야 합니다. 결국 갈수록 유저는 현질에 지쳐가고 게임을 떠나게 됩니다.


또 다른 게임을 망치는 요소는 작업장입니다. MMORPG 라는 장르가 성숙해 가면서 '작업장'이라는 요소는 게임 내 필요악이 되었습니다. 많은 게임들이 작업장 문제로 몸살을 앓지만 이를 확실하게 해결한 곳은 없죠.

작업장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 내 화폐 가치 하락과 사냥터 부족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작업장은 저 레벨 사냥터 중 가장 효율이 좋은 곳에 위치합니다. 당연히 게임에 들어온 저 레벨 유저는 이들 작업장 때문에 제대로 된 성장을 할 수 없게 되며 이는 곧 유저 이탈의 주 원인이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이들이 막대한 양의 골드를 풀어놓기 때문에 골드 시세가 박살이 납니다. 그럼에도 이들 작업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게임 내 경제가 이들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고 레벨들이 늘어날 수록 게임 회사는 이들이 보유한 골드 수준을 고려해 상위 콘텐츠의 골드 소비 시스템을 만듭니다. 문제는 작업장으로 인해 게임 내 골드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는 수준보다 높아지는데 있습니다.

유저들은 이들 작업장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골드를 삽니다. 이렇게 쌓인 골드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을 바로 보유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합니다. 그럼 게임 회사는 이러한 '현질러'들의 수준에 맞춰 게임 내 밸런스를 잡아야 합니다. 그럼 이제 문제는 일반 유저들에게 돌아가죠.

안 그래도 골드 소비량을 따라 가기도 벅찬데 아이템 가격은 날이 갈수록 올라 갑니다. 마치 현실의 우리가 아무리 일해도 가난해지는 것처럼요.

결국 유저는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을 떠나게 됩니다.


스팀잇에서의 '현질'과 '작업장'


스팀잇에서의 '현질'은 곧 스파 충전이 되겠죠. 이것이 시스템적으로 지원되는 정상적인 기능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봐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러한 '현질' 시스템의 단점은 경쟁을 요구하는 플랫폼에서 대다수 유저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모 게임의 서버 랭킹 1위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장본인은 바로 가수 김건모 씨입니다. 사실 우리는 김건모 씨가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 상관할 순 없습니다. 다만 김건모 씨 정도의 재력을 갖춘 사람만이 소위 말하는 '랭커'가 됩니다. 이건 순전히 본인의 게임 실력이나 노력과는 상관없는 것이죠. 이것이 과연 게임 내 건전한 경쟁 구조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스팀잇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현질'을 하는 계정과 그렇지 않은 계정에는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죠. 내가 돈을 얼마를 투자했는데 그게 아무 쓸모가 없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투자가들이 투자해서 스팀을 사고 이걸 충전해서 보유해야 스팀/스팀달러 가격이 유지된다.

어뷰징을 찬성한다고 하는 측도 , 그걸 반대하는 측도 모두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결국 이 플랫폼 역시 냉정한 자본게임인 것이죠.


스팀잇에서 작업장은 보팅봇입니다. 

막대한 스파를 보유한 이들은 오로지 "거래"라는 형태로 그 자신들의 보팅을 배분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작업장처럼 이들이 스팀/스팀달러의 시세를 파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질'과 마찬가지로 이들 보팅봇 세력 역시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죠. 역시 보팅봇들이 많은 스파를 보유해야 스팀/스팀달러가 유지된다는게 대다수 고래님들의 생각입니다.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것이 '고팍스'계정이죠. 이전에 '위키트리'계정이나 일부 유저의 보팅봇을 통한 대세글 등극을 그렇게나 비난하던 유저들이 이번에는 이렇게 열렬하게 '고팍스' 계정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고팍스' 사안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봅시다. 고팍스는 충전한 스파를 자신을 위해 쓰지는 않았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글에 보팅을 했고 이 글들은 대세글에 올라갔죠. 다만 이 과정에서 보팅을 받은 일부 계정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대다수는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고팍스 같은 국내 고래가 더 많아져서 스팀잇 내 KR 태그의 지분을 늘리자는 논리죠. 어딘가 비슷한게 없으신가요?

대기업을 키워서 한국을 부강하게 만들자던 그 논리와 놀랍게도 닮아 있습니다. 


자 , 이런 가정을 해보죠.

스팀잇에 여러분들이 싫어하시는 그 "꼴통" 언론들이 계정을 만듭니다. 고팍스 정도는 비교도 안 될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서 여러 개의 보팅용 계정을 생성합니다. 이미 스팀잇내에서 어떤 행동이 비난 받는지 알고 있으니 멍청한 수법은 쓰지 않죠. 이렇게 생성된 보팅용 계정들을 동원해서 이번에는 글 작성용 계정 여러 개의 포스팅에 보팅합니다. 당연히 '특정 정치 의도'가 반영된 글들이 대세글을 휩쓸어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어뷰징도 없습니다. 한 유저의 글이 대세글을 장악하는 것도 아니고 한 계정이 막대한 보팅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보기엔 갑자기 등장한 수많은 유저들이 또 다른 신규 유저들에게 투표한 결과일 뿐이죠.


더 우려스러운 건 일베와 메갈/워마드 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들 커뮤니티는 암호화폐에 적대적이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스팀잇이 커나가서 이게 사회적인 힘이 있는 SNS 서비스가 된다면?

당연히 그들 역시 여기에 유입되겠죠. 일베 뒤에 누가 있는지 생각하면 그저 다운보팅만으로 이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그 기업과 돈 싸움을 해서 이기실 분 있으신가요?


결국은 분배의 문제이다


우리는 스팀잇을 글을 쓰고 보상을 받는 플랫폼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스팀/스팀달러 채굴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단지 채굴된 코인의 분배를 글에 보팅을 받은 수준에 따라 나누는 것일 뿐이죠.

그래서 어뷰징이 발생하고 문제가 되는 겁니다. 어뷰징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자세가 바로 스팀/스팀달러 가격 방어 입니다.

이건 상당한 모순입니다. 그 어떤 코인도 투자에 대한 위험을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코인을 채굴하고 트레이딩을 하건 그건 우리의 결정이며 그 위험은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팀잇은 이걸 회피할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죠. 보상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유저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됩니다. 결국 자신이 투자한 돈과 시간에 대해 일정한 가치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겁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여러분들은 유저들이 왜 MMORPG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게임을 접을 때 투자한 비용의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리니지가 아직도 재미가 있어서 유저가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냥 돈이 되니까 다들 하는 겁니다. 

현질을 통한 단기간의 성장이 가능하니 골드와 아이템의 시세가 높게 유지됩니다. 그러한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는 막대한 골드가 필요하고 이걸 작업장이 공급하죠. 유저는 이런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가 되니 게임에 돈을 '투자'하는 겁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은 대다수의 유저들을 떠나게 만듭니다. 고 레벨들은 이걸 감지하고 자기들이 가진 걸 처분하고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그렇게 게임 하나가 또 '서버 종료'라는 운명을 맞는 겁니다.

어떻게든 많은 '노예'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현질하시는 '고객님'들이 만족을 얻지요. 사람이 많아야 작업장도 생기고 골드와 아이템 시세가 올라갑니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어야 이길 수 있게 만들고 그래야 투자한게 아까워서 게임을 떠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고 레벨들 역시 이러한 구조를 지지합니다. 남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게 그들이 게임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규 유저가 자신들을 따라 잡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예 없으면 이 지배 구조가 성립할 수 도 없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보상을 던져 주면서 유인하죠. 우리 길드의 일원이 되라 , 그럼 너에게도 그 지위와 부를 나눠주겠다.


스팀잇의 어뷰징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정된 보상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모두와 공평하게 ? 하지만 누군가는 욕심을 내서 더 뺏으려고 할 겁니다. 다수가 이를 막을 수 없다면 결국 나도 여기에 따라야죠.

결국 채굴이라는 경쟁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것입니다.

단지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정도로 티나게만 안 하면 됩니다.

스팀/스팀달러 가격이 내려도 보팅을 더 많이 받아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매일 올리는 글마다 일정한 수준의 보상이 지급되니 매일 공짜 돈이 생기는 느낌이죠. 물론 여기서 고래가 되신 분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모두에게 돌아갈 보상을 뺏어 올 정당한 이유가 될까요?

그렇게 위험 부담이 싫으시면 그냥 은행 적금에 넣으세요.


최근의 스팀잇 분위기


최근 스팀잇의 분위기를 보자면 유저들이 스팀잇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드러납니다. 

다중 계정을 쓰는게 무슨 잘못이냐? 애초에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에서 남을 믿는게 어리석은 거다.

스파 충전한 사람들 욕하지 마라 , 그들은 스팀잇에 애정을 가지고 투자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스팀/스팀달러 시세가 유지되는 거다. 오히려 돈 한 푼 투자안하고 분배를 받아가려는 니들이 더 도둑심보 아니냐

고래는 고래다. 그들의 글은 퀄리티가 있고 남들과 소통한다. 고래가 많아져야 커뮤니티가 살아난다. 어차피 저랩들이야 글의 퀄리티도 구리고 소통도 안한다.

블록체인은 분산화다 , 누구도 어떠한 것을 강제해서는 안 되며 개발진도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게 제가 본 최근의 글들에 나온 '본심'입니다. 어디에도 저 같은 미생물 축에도 끼지 못하는 유저에 대한 배려는 없죠. 

익명성? 결국 제가 여기서 본 글은 전부 그럴듯하게 포장된 거짓말이란 거죠. 그걸 왜 내 시간을 들여 읽고 댓글을 답니까?  익명성에 가려서 거짓말을 하는 건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비난하는게 더 문제라는 일부 글을 볼 때면 진짜 여긴 돈 놓고 돈 먹기만 되면 그만인건가 싶습니다.

 

시스템이 이러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으면 그걸 방지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운보팅? 스팀MD? 

유저가 무료 봉사자입니까? 왜 스팀잇 개발진들은 우리 투자 덕에 부자가 되었으면서 일은 안 하나요? 

대다수의 코인 개발자들 삶을 보죠. 그렇게 번 돈으로 외국에 투자 유치나 다니면서 슈퍼카 사고 비싼 술 먹고 비싼 호텔에서 인증샷 남기고 그런 뻘짓만 하고 있지 말라는 겁니다.

분산화라는 것은 플랫폼의 가치와 운명을 구성원인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이지 이게 개발진의 나태함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주인인 것이지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왜 우리의 시간이 누군가의 투자 자산 보장에 쓰여야 합니까? 누군가는 돈을 투자한다면 우리는 돈보다 더 귀중한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이곳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무얼 위해서요?

그냥 남과 소통하는게 좋아서? 그럼 다른 SNS 서비스가 더 낫습니다. 

글을 쓰고 보상을 받는다?  어차피 보상도 늘 받는 사람이 받는데 나랑 무슨 상관입니까? 조금만 해 봐도 자기가 결코 그들과 같아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애초에 왜 스팀잇을 시작하셨습니까? 

작가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는 , 그 어떤 기업도 소유하지 않은 오픈된 플랫폼 

누구나 글을 쓰고 그 보상을 얻어서 그걸로 삶의 일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

그게 이 곳의 이상이자 모두가 원하셨던 미래가 아닌가요?

현재의 시스템이 이걸 방해한다면 우리 모두 거기에 대해 고민하고 고쳐달라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도대체 블록체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개입도 없어야 한다는 논리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가 믿을 것이 못 되죠. 아무도 책임을 안 가지는 플랫폼을 무엇을 보고 신용합니까?

결국 세상이 암호화폐 생태계에 부정적인게 이런 이유입니다. 아무도 책임지는사람이 없다 , 돈 놓고 돈 먹기 판이다.


사토시가 왜 비트코인을 만들었나요? 우지한이 월가 투자자들만큼 부자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벗어나자는게 아닙니다. 기존의 문제가 분배의 문제였고 그걸 바꾸기 위해서 암호화폐를 만들었지만 그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질문해야 합니다. 

이게 우리가 바라던 미래인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세글에 올라 갈 수 있는 시스템 , 그렇다면 우리가 글을 쓰고 읽고 보팅을 하고 댓글을 다는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100 만 유저가 가입해서 얼마나 스팀잇이 바뀌었을까요? 


저는 올해 3월 스팀잇을 시작했습니다. 스팀잇이 화제가 되던 2월에 가입 신청을 해서 거의 한 달만에 첫 글을 썼죠.

지금 저를 팔로우 중인 계정이 350 명 정도인데 상당수는 보팅봇 계정이거나 이미 활동을 중단한 계정들입니다. 유저 수는 100 만을 넘었지만 제 피드에 보이는 아이디 수는 더 줄어들었습니다. 글의 리젠 속도는 더 느려졌고요. 결국 어떻게 유입이 되는지 , 그리고 어떻게 떠나가게 되는지 반증하는 거죠.


모든 문제의 핵심은 분배입니다. 그게 공평하다고 느끼지 않으니 어뷰징 논란이 생기는 거고 유저들이 떠나는 겁니다. 결국 이를 방치하면 미래는 뻔합니다. 소수의 봇들만이 남아서 서로에게 보팅하고 보상을 분배하는 거죠.

이건 거래소에서 스팀/스팀달러가 일정한 가치를 가지는 동안은 계속 될 겁니다. 극단적으로는 아무도 양질의 글을 쓰지 않아도 코인이 배분되는 시스템이죠. 지금은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정성 어린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보상이 충분하지 못 하다면 ? 그래도 그들이 계속 이 곳에 남아 글을 쓸까요?

돈이 곧 대세가 된다면 결국 유저들의 의견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어지는 거죠.


지금 우리는 스팀잇이라는 플랫폼 자체의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스파충전과 셀프 보팅 , 보팅 봇 등 이 모든 게 정말 스팀잇의 유지에 도움이 될까요? 

돈만 있으면 대세글에 갈 수 있는 구조가 옳은 것인가? 

스팀잇이라는 플랫폼과 그 이용자가 아니라 스팀/스팀달러를 많이 보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건 아닌가 하고 물어야 합니다.


이걸 그대로 놔두면 그 미래는 거의 뻔합니다. 왜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남들이 코인 채굴해가는 시스템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사용합니까? 그걸 깨닫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스팀잇은 그냥 봇들의 채굴장이 되는 겁니다.

스팀잇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고 댓글을 다는 시간을 코인으로 바꿔주는 채굴 시스템입니다. 자기가 그저 이 생태계의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여기서 '소통'이란게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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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들어와서 그동안 지켜본 결과 이 시스템은 이제는 IMF조차 실패로 규정한 트리클다운(낙수효과)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래들에게 많은 권한을 준 이유는 스팀을 많이 팔기를 원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SMT를 만드는 이유와 같죠. 스팀잇은 창작가를 얼마나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이 이곳에 와서 얼마나 스팀을 사게 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일전 대세글에서 본 사람들이 오늘도 대세글을 장식하고 있고 스팀을 사지 않은 많은 창작가들은 그 반대편에서 고래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1달러도 찍히기 힘든 글을 올리며 피라미드 아래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인 탈중앙화, 분산화는 각각의 주소에는 동일한 정보와 책임을 가진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부산물인 토큰에 의해 특정 사람들을 중심으로 중앙화를 이루는 것을 보고 모순적인 생각이 들더라구요.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가격이 아닌 보팅수에 의해 대새글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들면 해결되는 부분이죠. 셀봇, 보팅봇, 펀딩이 논란이 될 이유도 적어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팀을 많이 파는 것이 스팀잇의 궁국의 목표일 수 밖에 없거든요. 스팀이 많이 팔리지 않으면 이 커뮤니티는 다단계 개념에서 끝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은 철학의 차이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분배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 많은 스팀을 팔게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더 많은 스팀을 팔게 할 것인지는 철학의 차이라는 것이죠.

저도 @madefromreality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 따로 스팀잇에 대해 낙수효과 개념으로 분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MMORPG로 빗댄 것은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었습니다.

덧붙여 저는 언리얼 엔진 4 유저입니다. 몇몇 게임 회사에게만 수십억에 팔던 게임 엔진을 모든 사람에게 무료화 하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생생하게 지켜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의 이익의 측면에서 단순히 철학 하나를 바꿨지만 이전 보다 더 풍성한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수익을 냈거든요.

현재의 스팀잇 구조를 낙수효과로 설명하신 덕분에 이해하기가 더 쉽네요. 말씀하신대로 현재의 구조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스팀/스팀달러 채굴에 머물게 하는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결국 글의 가치에 상관없이 분배가 가능하다 보니 스팀잇이 처음 내세웠던 가치는 없어지고 만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설명하신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낙수효과 개념으로 어떻게 분석하실지 기대가 되네요
언리얼 4 유저라니 대단하시네요. 맞습니다. 언리얼4가 계속 라이센스 비용에 묶여 있었다면 다른 개방된 엔진들에게 경쟁이 되지 않았겠죠.

머 저도 무과금러 입니다....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한 사람들이 투자한 만큼의 댓가를 가져가는 것에대해서는 저도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단 지금의 스팀잇 시스템이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바뀌는것 보다는 대세글 부터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져 가고 보팅봇같은 것들도 수정이 가해져야 할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먼가 급하게 얻어갈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전 미래를 좋게 보고 천천히 제 글 쓰면서 키워나가 보려 합니다..

지속 가능한 체계가 되어야 하는데 사람은 최대한의 이익을 바라는게 심리인지라 ..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합리적인 이성과 이타적인 마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시스템적인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스팀잇이 발전된 상태와 위기가 공존한다고 보며 사실 위기쪽이 더 가깝다고 봅니다.
스파 충전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 스팀/스팀달러 가격이 하락할수록 어뷰징은 더 심해질 겁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본게 자본에 영향을 받지 않는 poi(proof of importance)를 통해 자신이 보팅받은 량 예로, 스팀잇의 명성도로 스파를 대체하면 어떨까요?

어떤 방식이 최선일지는 정하기 힘들지만 자본에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팀잇이라는 커뮤니티의 질적인 측면의 기여도 반영되어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네요.

ㅋㅋ 제가 무과금러죠.
하지만 요즘 스팀이랑 스팀달러가 너무 떨어지고 보팅의 힘도 같이 떨어져서 스파업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ㅠㅠ
경제적 여유가 없는게 슬플 뿐..ㅠㅁㅠ

확실히 스파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거 같아요.
당연한 거죠.
진짜 보팅해도 눈꼽만큼 찍히는 거 보면 글쓴 분들께 괜히 미안해지네요

'누구나 글을 쓰고 그 보상을 얻어서 그걸로 삶의 일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곳' 그게 1년 전 제가 스티밋을 시작하면서 가졌고 가능하다고 느꼈던 곳인데, 새로 오는 분들도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리스팀 해갈게요.

리스팀 감사합니다.
보가 많은 분들이 이곳에 처음 오셨을 때 가지셨던 희망을 찾으시기 바라지만 현실은 쉽지 않네요

같은 생각입니다. kr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잘 성장한 이유도 신규 회원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배는 공동체의 문제이고, 이곳이 국가가 아닌 이상 공동체의 운영이 마음에 안들면 떠나는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인 무과금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보상안을 가져야 합니다. 그저 채굴장이라면 어느 누가 이곳에 글을 쓰려 하겠습니까. 당장 더 나은 툴을 제공하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브런치를 하지요.

네 지금 뉴비 분들의 정착율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결국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면 말씀하신 기존 플랫폼들이 더 나으니까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스파로 투자를 했으면 눈앞의 달러보상 보다는 양질의 컨텐츠를 골라내서 합리적 보상이 돌아가게해서 스팀 전체의 가치를 올려야 할텐데말이죠. 스팀잇에서 참 많은 실험결과들이 도출되네요.

큰 투자를 하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아무 부담도 없으니 속 편한 소리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돈보다 시간이 더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여기서 보낸 시간은 돌려 받을 수 없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입 한달도 안된 뉴비로서, 그리고 스팀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기 시작하는 한 피라미 투자자로서, 두 경우 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약소하지만 보팅으로 응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가입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렙업이 빠르시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