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A]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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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 때 잘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여 말 그대로 '영상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원작의 설정만 가져오고 원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드는 것이다. 웹툰 [여중생A]가 주류 웹툰(예를 들어 학원 폭력물, 판타지 폭력물, 학원 폭력으로 시작한 판타지 폭력물, 그냥 폭력물)은 아니었지만 원작을 본 사람들이 영화도 관람한 비중이 높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영화화’한 영화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겠다. 그래서 ‘원작을 떠나서’ 같은 말은 하지 않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원작과 비교하며 리뷰해(까내려) 보겠다.

나는 원작인 웹툰[여중생A]를 감명 깊게 봤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영화화’들이 그렇듯 원작에 미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고 기대하지 않은 채로 봤다. 보통은 기대치가 낮으면 영화가 별로여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아가며 본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대치가 낮았는데 그마저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좋은 점이 별로 없기 때문에 먼저 이야기해본다면 느리고 담담한 느낌의 분위기다. 원작의 그림체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데 그 느낌이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고 느꼈다. 편집에 기교가 없고 심지어는 약간 초보적인 느낌까지 있어서 적어도 이 부분은 비슷했다. 그리고 비슷하면서도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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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좋았고 나머지는 다 안 좋았다.

같은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신과 함께]가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2위의 관객수를 기록했지만 망한 영화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영화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중생A]도 다르지 않다. 영화를 못 만들었다. 원작도, 영화도 가정 폭력과 학교의 무관심, 그리고 왕따의 심각성이 주제가 아니다. 차라리 그것만 집중적으로 다뤘으면 그 나름의 영화적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편적인 대한민국의 여자 중학생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제목이 [왕따]나 [가정 폭력]이 아니라 [여중생A]이기 때문이다. 이 제목은 뉴스나 기사에서 그들을 다룰 때 쓰는 단어를 일부러 골라서 씀으로써 기사에 나온 그 한 줄, 한 단어가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웹툰은 그 과정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다. 주인공 ‘미래’가 느낀 모든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영화는 너무 거칠게 연출하고 편집했다. 그래서 미래의 심리가 하나도 전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 아빠의 폭력을 피해 옷장에 숨은 미래는 아빠가 거실에 있어서 화장실에 가지 못한다. 이때 소변을 참는 것이 묘사된다. 그 후 다음 컷에 세면대 앞에서 무언가를 조물거리는 뒷모습을 보여주어서 그 상황을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소변이 흐르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문을 쾅쾅 두드리는 아빠가 무서워서인지 방을 나가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그런 건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편집과 연출이 엉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겠다.

차라리 미래가 쓴 소설을 어설프게 중간중간 내레이션 해주기보다는 미래의 심리를 내레이션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면서 미래의 심리가 와 닿지 않아서 웹툰을 떠올리며 ‘아, 이랬었지. 미래가 이래서 이런 행동을 했었지’ 정도로만 이해했다. ‘뭣이 중헌디’의 김환희가 열연을 했지만 망한 스토리 개연성과 편집 속에서는 아무리 베테랑 배우였어도 영화를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도 어쨌든 이야기이고 하나의 매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시 질문을 해서 나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일방향의 매체다. 이야기의 모든 부분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으면 이야기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된다. 의도적으로 한 발짝 멀어지게 만든 영화가 있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한 발짝 멀어져서 팔짱을 끼고 영화에 대한 관심마저 사라지게 만든다. 그만큼 영화의 많은 부분이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대표적으로 결말이 그렇다. 왜 갑자기 미래는 난을 들고뛰는지, 옥상에서 떨어지는데 어떻게 살아난 건지 설득력이 하나도 없다. 또 재희는 왜 인형탈을 쓰고 프리허그를 하는지, 갑자기 나타난 친구랑은 왜 저러고 있는지 '내가 알게 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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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원작을 보고 싶었다. 아마 작가는 이걸 노리고 본인이 그린 웹툰을 다시 정주행 하게 하려는 큰 그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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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여기 있네요 리뷰.
ㅠㅠ 영화가 아쉽군요.

웹툰은 정말 명작이었는데 ㅠㅠ

마자요 웹툰 정말 애정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