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부탄여행기 - 1부

in #kr6 years ago (edited)

2016년 6월-7월 2주간 아시아의 작은나라 부탄을 다녀온 이야기 입니다. 다른곳에 연재 하긴 했는데 스팀잇에 기록을 남겨보자는 차원에서 재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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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7일부터 7월9일까지 이름도 생소한 아시아의 작은 나라 부탄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애초에 이 여행은 내가 따라 붙을 여행이 아니었다. 그저 나는 좋은 콘텐츠가 필요했을 뿐이고 그걸 위해 열심히 영업을 한것 뿐이었는데 너무 열심히 영업을 했나?..덜컥 여행의 멤버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히말라야의 멤버가 되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다. 하긴 누가 나를 히말라야 멤버로 넣겠나...지금도 그렇지만 운동이라곤 눈꼽만큼도 하지 않아 살만 뒤룩뒤룩찐 내모습에 아무도 나를 선듯 권하지 않았을것. 만일 히말라야를 간다면 아마 중도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을것 같았다.

그리고 히말라야까지 간다면 근 한달을 비워야 하는데 당시 회사 운영하던 내 사정에 한달을 해외에서 비우는건 쉽지 않은일이다. 게다가 같이 가는 멤버가 보통분들이 아니셨기 때문에 여러가지 입장에서 여행을 사전에 공개할 수도 없었다.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엔 누가 물어보면 중국출장을 가는것으로 해두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여행의 멤버가 되었는데 1부 히말라야 랑탕계곡은 패스하고 부탄일정에서 조인하는 것으로 낙찰..

그런데 2부도 미션이 만만치는 않았다.

일단 나혼자 가는게 아니고, 두분의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데 소설가 박선생님이야 전에 논산에서 한번 뵌적 있어서 덜 쑥쓰럽지만 김여사님은 처음 뵙는 처지인데 이거 혹시라도 결례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2부여행의 멤버는 총 4명이다. 우선 히말라야간 남편 찾아 삼만리인 김여사님, 3년전 부탄에 댜큐찍으러 가셔서 부탄은 내 손바닥이다 하시는 소설가 박선생님, 그리고 부탄여행 코디네이터인 정작가, 그다음에 그냥 어르신들 모시고 어리버리 짐꾼으로 떠난 나..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곳은 부탄이 아니라 네팔의 카트만두다. 히말라야 트레킹 일정을 마친 선발대 1부팀이 하산해 카트만두에 대기하고 있고 2부팀이 도착해 합류하면 같이 모여서 부탄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선발대가 갈때는 당연히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권주자 행보니까 기자들이 엄청 따라붙었다고 했다. 공항도 난리 법석이 났었고....그런데 2부팀은 알려진 사람이 없어 그런거 없어서 좋았다. 다만 난 공항에서 어르신들 심기 불편하실까 혼자 좌불안석이었다

약속시간보다 한시간 전에 공항에 미리 도착했다. 어리버리 한데 늦기라도 하면 더 끔찍할까 내린 결정이다. 카운터 앞 벤치에 앉아 초초하게 기다리는데 소설가 박선생님이 먼저오셨다.

정작가가 먼저와서 초조한 내 마음을 달래주길 기대했는데 정작가는 소식이 없고 덜컥 박선생님이 다가오는거다. 그래도 한번 봤는데 금세 알아보시고 "김사장 잘았었어"라고 말해주셔서 이등병 자세에서 조금 긴장이 풀렸다.

5분뒤에 여사님의 전화가 여사님보다 먼저 도착했다. "아네..몇번 카운터 앞에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1분도 안되서 싹 나타나시면서 특유의 함박웃음 작렬이다.

박선생님이 "남편보러 가는게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가벼운 농담을 던지니 서스럼없이 "아이 좋지요"라는 대답을 하신다. 역시 듣던대로 김여사님의 사교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진짜 분위기 메이커라는 여러사람들의 증언이
허투로 한말이 아니었다.

일단 두분이 대화 궁합이 잘 맞는거 보니 긴장이 싹 풀렸다. 이제 난 농땡이 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기다리던 정작가는 가장 늦게 자기 몸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지고 씩씩하게 나타났다. 어, 우린 전부 캐리어 가지고 왔는데..그때부터 아 부탄이라는 나라도 쉬운데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트만두까지 가는 대한항공은 일주일에 한편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꽉찼다. 그나마 국적기라서 기내식도 그렇고 뭐든 괜찮은편...

비행기를 타고 주는 밥을 먹고 또 음료수 먹고 어쩌고 하는 사이 비행기는 카트만두 공항에 내렸다. 난 네팔은 전부 눈덮인 산이 보이는 그런곳인줄 알았다. 그래서 혹시 겨울잠바가 필요한거 아닌가 그런생각도 했는데 막상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니 이건 뭐 열대 동남아 날씨다.

입국은 뭐 그리 어렵진 않았다. 비자를 사서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인도네시아 발리 갈때도 비슷했으니까 그닥 신경쓸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짐이 안나온다. 한시간을 기다려도 안나온다. 게다가 1부팀이 공항에 나와서 마중하기로 했는데 1부팀도 안보인다. 로밍을 신청하고 갔는데 네팔은 정액 해외로밍도 안되는 지역이란다. 급한김에 전화로 이것저것 돌리니 문자가 오는데 금방 3-4만원 요금이 나왔다는거다. 세상이 이런 미친!!!!

한시간 반을 지나서 겨우 짐을 찾았다. 그리고 밖에 나와 30분을 더 기다리니 저멀리서 산도적처럼 수염을 왕성하게 기른 산 사나이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와 이렇게 명왕을 실사로 보게 될줄이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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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저는 예전 서프라이즈 필진 마케터라고 하고요. 7년전 스타트업을 창업해 회사를 운영하다가 우연찮에 지난 16년 6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대표님의 히말라야 부탄여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총 22편인데 페이스북에 연재하던것을 좀 보강해서 스팀잇에 다시 연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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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네요. 카트만두의 밤하늘이 예쁠거 같아요^^

아 부탄 가고싶다.. 부탄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들다던데...

ㅠㅠㅠㅠㅠ

개인 개별여행이 어려운거지 여행사 통해가는건 어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