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2]

in #kr6 years ago (edited)

세상에나.. 가입인사 겸 예고편을 쓰고 몇일 지나지 않았는데 코인 상황이 좋지않군요.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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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단상]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1/2]

몇 년 전이었다. 의미 없이 살던 내게 꿈이 생겼다. 앞으로 10년 안에 50억을 벌겠다는.
모두가 비웃었다. '넌 꿈이 뭐야?'라고 묻다가도, 내 말을 듣고는 코웃음치기 일쑤였다.

왜 50억이라고 정했는지 명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 계산한 전 생애비용이 30억 대였고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한 대비나, 능력 되면 남들 돕고 살아야지라는 마음에, 또, 30억이나 50억이나 똑같이 이루기 힘들다면 50억을 벌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꿈의 시작은 단 한 권의 책에서였다. 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를 읽고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직도 그 책의 머리말을 기억한다.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부유한 배우자를 만난다.
둘째,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는다.
셋째, 투자를 한다.

책장을 모두 넘기기도 전에 돈과의 뜨거운 사랑을 생각했다. 그 후, 피터 린치, 벤자민 그레이엄, 존 볼린저의 책을 연이어 읽으면서 나의 사명은 강화되었다.

그전까지 주식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부모님이 하시는 것을 보았기에 나도 세뱃돈 같은 목돈이 생기면 몇 주 샀었다. 개중에는 꽤 오른 것도 있었고, 상장폐지를 당한 주식도 있었다(세상에나). 사실 그땐 별생각이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라갔다. 주식 커뮤니티 글을 보거나, 삼성, POSCO 같은 어른들이 유망하다는 대기업 주식을 샀다. 오르던 내리던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투자라기보다는 어릴 적 즐겨하던 토큰뽑기 오락의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돈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달랐다. 투자 거장들의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을 가질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투자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학교 도서관에 '주식' 검색 결과로 나오는 모든 책들을 찾아다녔고, 후에는 관련 논문까지 찾아 읽으며 꽤 열심이었다.

선인들의 어깨에 앉아서 하는 주식은 재미있었다. 대부분 오래된 가르침이었지만 개중에 몇 개는 쓸만했다.(사랑에 깨어난 후에 생각해보니 사실 대부분이 쓸만했다. 내가 그것에서 깨우치지 못했을 뿐이었다. 눈이 멀었던 게 분명하다.)
문제는 평균보다 단 몇 퍼센트 높은 수익률로는 10년 안에 50억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한 계산이었다.

나는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했다. 코스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코스닥으로 모두 바꾸었다. 돈이 모이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소위 말하는 작전주를 찾아다니며, 투기를 시작했다.

걸어 다니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투자라면, 투기는 배기음 묵직한 스포츠카였다. 너무 흥분돼서 졸린 눈을 할 새 없는.
개중에서도 나는 꽤 뛰어난 투기자였다. 수익을 내는 날이 내지 못하는 날보다 많았고, 돈은 복리로 불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정 상태를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손가락 클릭 몇 번, 단 몇 분의 투자 면 내 앞의 사람이 종일 일한 것보다 많이 벌 수 있었으니까. 이런 자신감은 행동까지 변화시켰다. 어느 자리에서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보였다.

돈을 좀 벌었다 싶을 때에도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어릴 적 부유하지 않았던 콤플렉스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돈은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축을 담당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들이 나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게 무서웠다. 심지어 가족들도 몰랐지만 나는 괜찮았다. 50억 행선지행 로켓은 너무 높이 상승해서 가졌던 모든 것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어느 날이었다. 로켓이 비상벨을 울리기 시작했다. 연료가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쓸만한 주식을 찾기 힘들었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휘청거릴 일도 몇 번 생겼다. 내 시드머니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 한들 50억에는 한참 모자랐다. 보유액이 커질수록 코스닥 투기도 부담이었다.

한 여름이었던 계절은 어느새 털 장갑을 꺼내야 할 만큼 추워졌고, 나는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만 했다.

그 즈음에도 한국 투기의 끝판왕은 부동산이었다. 대출을 상당 부분 받는다면 금전적인 부분은 해결하더라도, 내가 가진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한국을 넘어 세상의 돈이 몰리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다 파생상품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정확히는 해외선물에 관심을 가졌다.

광적인 투기에 빠져있던 내게 해외선물 시장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내가 가진 돈은 선물시장에서 한낱 먼지에 불과하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은 투기적 성향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매수와 매도, 양 포지션을 갖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로켓이 재추진하기에 딱 좋은 연료였다.

나는 파생상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편 예고: 돈에 대한 단상]

코인의 거품이 꺼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2/2]

.....

쉬워도 너무 쉬웠다. 시장은 내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설사 벗어나더라도 미리 만든 매뉴얼에 따라 포지션 탈출 플랜을 실행하면 되었다. 해 질 무렵 모니터 앞에 바짝 앉아 늦은 새벽까지 하는 트레이딩은 먹고, 자는 일보다 중요했다. 여자친구조차 뒷전이었다. 가끔 여자친구와 밤새 사랑을 나눌 때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다.

...(중략)...

언젠가부터 '그때 정말 50억을 모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잘못된 꿈 설정이었음을 알게 되면서였다. 세상 모르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고, 내가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이어서인지도 모른다. 상식 밖으로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경험 속에서, 상상도 못했던 일이 닥치는 경우 우리가 하는 행동은 문제투성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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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zzzzzㅋㅋ와우..마치 소설 읽듯이 다 읽었네요 50억이라 ㅎㄷ....돈은 쉽게 벌면 쓰기 쉬워지고 있고 없을 때 차이가 커서 저 또한 잡아먹힐까봐 무섭네요 ㅜㅜ스팀잇 입문 반가워요!ㅎㅎ 선팔할게요~~

돈 잘 쓰는 법도 연습이 필요한거같습니다. ㅎㅎ 반가워요~

진짜 소설 읽는것 같습니다. 언제쯤 반등이 올지 궁금하네요.

코인의 반등을 말씀하시는 거겠죠?
죄송합니다만 투자 리딩 및 상황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투자를 장려하거나 반대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닙니다. 본문에 구체적 투자금액, 투자수익률, 하다못해 인증샷 하나까지 첨부하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2편으로 나누어 쓴 글이라 어중간하게 잘렸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 중 한 가지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일의 중요성'입니다. 자신의 판단대로 투자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벌어도 잃고, 잃으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지 모릅니다. ㅎㅎ..
본문은 저런 식으로 썼지만, 시장에서 운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좋은글입니다
돈에대해서 다시한번생각하게되는글이네요
아직까지 주식이든 뭐든 한번도해본적없는저로썬
매우 흥미롭게읽었어요
좋은정보감사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저야 스팀잇도 블로그 취급에 투자한 적도 할 생각도 아직까진 없어서 그런지 그냥 잘쓴 소설을 본느낌이네요. 내일도 모레도 그저 소설로 느껴지게 그쪽은 안보고 살렵니다. ^^;

저도 지금은 관심만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 한동한 투자하는 일은 없을거같아요

공부 진짜 열심히 하신게 느껴지네요
어릴때부터 금전에 관심이 믾으셨나 봅니다!!
대학생때부터 논문을 읽으며 찾아다니시다닝

국내에 양질의 서적이 부족합니다 ㅠㅠ.. 공부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위급시 안전하게 대피하는 법을 배웁시다!

애초에 위급한 상황을 피하면 안될까요? 하하....

이불밖이 위험하다고 이불안에만 너무 있으면 심심합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