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③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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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7년 봄에 작성한 것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3) 인간-기계의 대결 구도에서 사라진 것들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대중매체 텍스트에서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또 한 가지 특징은 인간과 새로운 기술적 대상물의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칼럼이 언급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그리고 알파고의 ‘승리’라는 사건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그 대안으로 ‘정부의 조정자로서 역할의 강화’ ‘노동유연화’ ‘소프트웨어 교육’ ‘창의융합인재 양성’ ‘기업가정신 함양’ 등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장의 칼럼 중 일부를 볼까요?

이세돌 9단과 겨룬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승리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 중 하나다. (…) 알파고는 실제 우리 눈앞에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믿었던 분야를 정복해 보임으로써 큰 충격을 줬다. 기계, 기술의 발전에 대한 인간의 당황과 불안은 전혀 새로운 반응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산업화가 진행될 때 새로운 방적기계를 부수면서 실직에 저항했던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한 예다. (…) 21세기에도 기술문명과 인간의 관계를 보는 시각이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다. 알파고의 능력을 목격한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막연한 불안감과 근거 없는 낙관이 뒤섞인 혼란 그 자체였다(정윤수, 서울신문, 2016년 8월 11일자).

인공지능은 과거에도 인간과 대결하여 ‘승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1997년에는 IBM의 ‘딥 블루’가 체스 대결에서 세계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에는 IBM의 ‘왓슨’이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금을 획득하며 우승했지요. 게다가 위의 칼럼에서 언급된 것처럼, 19세기의 방적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던 더 오래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라는 사건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계와 노동자의 경쟁이라는 역사적 맥락 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를 지켜본 사람들은 체스, 퀴즈쇼에 이어 바둑까지 이르는 ‘인간 고유의 영역’, 즉 지적 노동의 영역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됩니다. 혹은 단순한 계산 능력으로는 모방할 수 없는 감정과 감성의 영역이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는 ‘낙관’을 하기도 하고요. 위의 칼럼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불안과 낙관은 모두 막연하고 근거가 없는 것이며, 어느 쪽이든 기계와 인간의 대립, 기계에 의한 인간의 대체를 전제한 것입니다. 그는 칼럼 후반부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나타날 사회갈등의 해소를 위해 정부가 조정자로서 역할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으로의 변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칼럼의 많은 필자들은 정윤수의 논리와 달리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를 기정사실화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서 교육을 중대한 문제로 규정합니다. 예컨대, 남민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로봇 등으로 인한 일자리의 불안정성과 기술격차에 따른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동아일보, 2016년 8월 25일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역시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컴퓨팅적 사고를 통한 비정형적인 문제의 창의적 해결 능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의 핵심역량”이며 향후 “경쟁력의 핵심은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이므로 소프트웨어 교육에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서울신문, 2016년 7월 10일자).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도 “20년 내에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할 직업이 47%에 이를 것”이라는 옥스퍼드대학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급격한 현실 변화에 대응하는 길은 “창의적 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므로 현재의 강의중심 수업이 아닌 팀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서울신문, 2016년 8월 28일자).

비슷한 맥락에서,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직업교육 4.0”으로 수요자 중심의 평생직업 교육체제 마련,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 국가 차원의 직업교육 컨트롤타워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매일경제, 2016년 3월 29일자). 이영 교육부 차관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융합형·창조형 인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므로, 이를 위해 교육부가 추진 중인 대학교육 정책으로 산업연계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프라임 사업’과 인문학을 문화콘텐츠 개발자 양성과정으로 변모시키는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을 소개합니다(매일경제, 2016년 5월 30일자).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할은 각각 혁신적인 일과 반복되는 일로 나눠져 상호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지금의 “스펙형 인재교육”을 벗어나 “창조와 협력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입시 자율화, 대학 간 자율경쟁체제 등을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서울경제, 2016년 12월 28일자).

이민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낙관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반면, 앞서 남민우·최재유·배상훈은 기술적 대상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거의 비슷합니다. 즉 기업가정신 혹은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많은 필자들이 교육정책의 변화를 주장하는 것을 볼 때,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향후 ICT정책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미래세대를 창의적이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꼭 한 가지 지적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기계와 노동자의 경쟁 관계에 주목하는 텍스트의 구성은 사회의 다른 행위자들을 독자들의 시야에서 지우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기계의 도입으로 인해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 기계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것은 이미 통용되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이것이 곧 기계와 인간이 본질적으로 대립하는 관계에 있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남민우·최재유·배상훈 등은 ‘인공지능·로봇’을 ‘인간의 노동’과 대립하는 항에 두고, ‘컴퓨터’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인간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은 과연 인공지능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술적 대상일까요? 아니면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자본’이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지 않고 시민들의 정치적 행동을 억압하는 ‘정부’일까요? 자본이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고 국가가 이를 보조했던 암흑의 역사는 4차 산업혁명 담론의 장에서 물러나 있게 됩니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고영선 고용노동부차관의 칼럼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더욱 잘 드러내줍니다.

유연한 적응능력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경제환경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평생에 걸쳐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해야 하고 기업 차원에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부문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이처럼 우리 경제의 적응력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사람들은 청년들이다.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노동계 등 일부는 환경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30년 전 민주화 시대의 구호를 반복하면서, 노동시장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서울신문, 2016년 5월 22일자).

위의 글에서, '노동개혁'이라는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한 ‘경제환경’에 의해 정당화됩니다. 다시 한 번 개인은 지식기반사회의 규율이었던 ‘평생에 걸친 학습’을 이어가야 하며 ‘노동개혁’이라고 이름을 바꾼 더욱 심화된 노동유연화 정책에 유연하게 적응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노동계’, 더 정확히 이야기해 노동유연화 반대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변화’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고 ‘30년 전’에나 하던 노동자의 권리를 ‘반복’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로 취급됩니다. 고영선 차관의 칼럼은 고용의 비정규직화와 빈부격차 등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각종 문제의 원인을 환경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게서 찾는 언술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러한 논의 구도 속에서 인간 노동자는 노동 과정에서 축출 당하지 않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오로지 기계와 경쟁하면서 ‘기업가 정신’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야 하게 되지요. ‘3차 산업혁명’ 시기 지식기반경제 담론 속에서 인간 노동자가 다른 지적노동자와 경쟁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도록 요구받았다면, 이제 그들은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해야만 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4) 낡은 경쟁주의와 노동유연화의 부활

마지막으로 살펴 볼 4차 산업혁명 텍스트의 의미체계상 특징은 기존의 국가주의 담론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선진국 대 후진국의 경쟁 구도입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의 칼럼은 4차 산업혁명을 국가 간 경쟁구도에 입각해 바라보는 텍스트의 매우 적절한 사례입니다.

전 세계 열강들은 제4차 산업혁명에 국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인류사적 혁명에 뒤처진 참혹함은 한일합방이라는 쓰라린 치욕의 역사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불과 10년 앞으로 닥쳐온 초고령사회 진입 이전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를 정중히 맞이해 보자. (...) 한국의 새로운 도전인 4차 산업혁명은 O2O의 고속도로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데이터와 클라우드 관련 제도는 사전 규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율주행차, 드론 등 대부분의 4차 산업에서 중국에 현격히 뒤처지게 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전 세계 90위권의 경직된 규제정책 때문이다(이민화, 서울경제신문, 2016년 10월 7일자).

앞서 논의한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구도에서는 개인이 4차 산업혁명의 파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생 학습과 자기계발을 수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했지만, 여기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이것을 ‘완수’해야 하는 주체가 ‘대한민국’의 구성원인 ‘우리’로 확장됩니다. 이민화는 과거 우리 ‘치욕의 역사’로 ‘한일합방’의 기억을 소환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다른 ‘전 세계 열강들’처럼 국력을 쏟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번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조성합니다. 우리나라의 ‘사전 규제’ 제도는 구한말의 쇄국정책과 같은 맥락에 놓이게 되고, 칼럼의 필자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도입에서 중국에 뒤처지게 된 이유로 경직된 규제정책을 언급하며 재차 비판합니다. 3)절에서 보았던 인간과 기계의 대결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를 느껴야 했다면, 4)절에서는 ‘ICT 강국’이라 자처해왔던 한국의 위상이 중국 등 열강에 밀려나게 될 것을 국민으로서 걱정하라는 것입니다.

대부분 칼럼의 필자들은 더 이상 선진국의 기술을 받아들여 ‘추격’하는 방식의 경제 발전이 불가능하게 된 오늘날 세계 경제의 변화된 조건에서 국가적 위기가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병권 과학기술원(KIST) 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될 첨단․제조혁명”이 글로벌 분업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며, 미국, 독일, 일본 등이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새로운 산업 지형을 선점하기” 위해 리메이킹 아메리카, 인더스트리 4.0, 신산업구조비전 등의 전략 실행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서울경제, 2016년 6월 19일자). 이민화 창조경제연구소 이사장 역시 “지난 10년간 한국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탈추격 패러다임 전환의 실패”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서울경제, 2016년 10월 7일자).

추격형 경제 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은 선택지는 ‘선도’하는 것뿐이지만 칼럼의 필자들이 볼 때 한국은 여러 면에서 세계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집니다. 예컨대, 백수현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의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평가」 발표를 인용하면서, 1위인 스위스, 4위인 미국, 12위인 일본에 비해 한국이 139개국 중 25위에 그쳤다고 적으며, 한국이 해외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서울경제, 2016년 8월 30일자). 류규하 삼성서울병원 연구전략실 교수는 한국이 점유해왔던 ICT강국으로서의 위상이 위기에 처했음을 언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중심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서울경제, 2016년 9월 6일자).

대부분의 칼럼 필자들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한국의 대응이 느리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하지만,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및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지난 20여 년간의 산업 및 고용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앞에서 일자리 문제를 마주한 개인에게 지난 3차 산업혁명 때와 동일하게 평생교육 등이 강조되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선 나라에서는 이미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새로운 고용 방식이 등장하면서 고정 직장 개념이 무너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노동자의 새로운 직무 수행 능력 습득을 위한 평생교육이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매킨지는 미국과 유럽 15개국 노동인구의 약 20~30%가 이미 독립형 고용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은 구시대적 문화와 관습 및 사고는 과감하게 버리고 바꾸자. 이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들이다(송경진, 서울신문, 2016년 2월 2일자)

송경진은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게 된 것처럼 서술합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구시대적 문화와 관습 및 사고”라고 지칭한 것은 다름 아닌 ‘고정 직장 개념’이며, 미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독립형 고용계약 관계’와 같은 “새로운 고용 방식”과 대비됩니다. 물론 앞으로는 점점 더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에 맞는 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회안전망' 없는 유연화란 개별 노동자들에게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송경진의 글에서 삭제된 것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비정규직화와 그 결과 발생한 사회의 불안정에 대한 논의입니다. 특히 독립형 고용계약 관계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이나 생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한편 노동자들을 사회적 안전망 바깥으로 내몰고 있음에도, 그의 글은 이미 진행되어 온 노동 유연화의 과정을 지우고, 더 나아가 노동의 유연화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필수적인 일’이라고 주장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많은 칼럼 필자들은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선진국’을 참조하면서 자신이 내세우는 반노동과 시장 자율 논리 등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선점을 위해 국가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에 적극 대응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2030년에 약 460조원의 추가적인 경제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과감한 규제 혁신과 법제도 정비를 추진할 때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규제개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를 선도하기 위한 규제 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다(서울신문, 2017. 2. 27.).

라고 역설합니다. 국가 간 경쟁구도를 강조하는 칼럼들은 대부분 규제 혁신과 노동 유연화 정책을 무엇보다도 강조하는데, 이는 경쟁에 참여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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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선. (2016. 10. 7). “4차 산업혁명과 노동정책의 변화”. 동아일보.
남민우. (2016. 8. 25). “기업가 정신 교육 통해 4차산업 혁명시대 대비하자”. 동아일보.
류규하. (2016. 9. 6). “4차 산업혁명과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울경제신문.
배상훈. (2016. 8. 28). “4차 산업혁명과 팀 프로젝트 학습 혁명”. 서울신문.
백수현. (2016. 8. 30). “4차 산업혁명 위한 글로벌 표준화 나서야”. 서울경제신문.
송경진. (2017. 2. 2).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나가려면”. 서울신문.
이민화. (2016. 10. 7).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 3대 위기 인식이 출발점이다”. 서울경제신문.
이민화. (2016. 12. 28). “‘협력하는 괴짜’가 미래 인재상”. 서울경제신문.
이병권. (2016. 6. 19). “ ‘4차 산업혁명’ 넋 놓고 바라만 볼 것인가”. 서울경제신문.
이영. (2016. 5. 30). “4차 산업혁명 성공, 대학 인재양성에 달렸다”. 매일경제신문.
정윤수. (2016. 8. 11).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정부의 변화”. 서울신문.
최재유. (2016. 7. 10). “‘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웨어 교육. 서울신문.
최양희. (2017. 2. 27) “규제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이끈다”. 서울신문.
황보은. (2016. 3. 29).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직업교육 4.0”.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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