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디까지 왔니

in #kr6 years ago (edited)

화장실을 손보러 온 기사님은 모종의 비밀이라도 털어놓듯 말했다. 이렇게 물이 새는 집이 한 두 곳이 아니며 아파트 공사는 엄청 남는 장사이며 등등. 기사님은, 신축 아파트에서 발견되리라고는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이 부실공사적 혐의를 한국 건설 현장에 포진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덧씌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배관을 타고 물이 조금씩 떨어졌으므로 천장재를 뜯어내고 적당한―그러나 원천적 문제 해결 방법으론 결코 보이지 않는―작업을 해야 했고, 누수 차단 작업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응고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사님의 말에 화장실의 창자를 훤히 드러낸 채 며칠을 보내야 했다(외과 수술의 대상이 부수 화장실이 아니었다면 퍽 불편할 뻔했다).

기사님의 대사는 아직 남아 있는데―호기심 많은 기사님은 누수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내게 물었다. 보통 누수가 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화장실 천장의 불이 나간 후에야 비로소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천장 위를 들여다 본 적이 있었지만 기사님과 이와 관련하여 토론할 일이 없던 나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기에 확인해 보았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몇 개월 전에 벌어진 이 일화를 겪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의 소비 대상 중 가장 높은 값을 셈하는 것은 단연 주택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주마간산 식으로 그것을 양수한다. 언론 보도나 풍문에 의하면 내가 에이에스 받은 하자는 애교 수준에 불과하며 비교적 뽑기 운이 좋았다며 기뻐해야 할 정도다. 그러니 이곳에서 한국의 집합건물 건축의 어두운 면을 조명할 생각은 없다.

(여담 : 완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아파트에서 위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문제 해결의 주체는 시공사다. 그러나 에이에스 기간이 지난 후에는 윗집과 상의를 거치는 번거로운 일을 선행해야 한다. 자신의 화장실 위에 달린 배관은 윗집의 것이고 그러므로 문제 해결에 따르는 비용을 윗집에 청구해야 한다.)

정보통신혁명은 증시 현황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유명인의 건강 상태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시대에 우리를 던져놓았다. 예컨대 미국 증시를 두고 쏟아지는—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우려를 우리는 손바닥 위에서 전달 받는다. 흔하디흔한 경제위기 주기설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 이래 꽤나 오랜 기간 확장국면을 통과하였다는 둥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둥 위험을 경고하는 설이 난무한다. 미국 증시의 하위 시장 격인 코스피와 코스닥이 최근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주가 폭락의 전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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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이 쌓이고 쌓여 머지않아 차단기를 작동시킬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반등하여 우상향의 축제를 이어나갈지 나는 알지 못한다(안타깝게도 한국은 축제를 벌인 적도 없어 보인다). 화장실 천장 위를 들여다보거나 병원으로 가 건강검진을 받는 행동 따위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려는 의지의 발현이다. 그러나 시장의 누수는 그처럼 간단히 확인되지 않는다. 시장이 녹록하고 예측 가능했다면 나는 이미 재벌일 터. 이쯤 되니 겸연쩍으나 묻고 싶다. 시장, 너 지금 어디까지 온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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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최곱니다. 엄지척
🤗

기억하기 좋은 날이에요! ㅎㅎ

곰돌이가 @zzing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3을 보팅해서 $0.010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1226번 $17.577을 보팅해서 $15.311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ㅎㅎ 잘 읽고 갑니다~

팔로우 할게요 @perspector님!

jyinvest님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나라 시총이 세계 시총의 2%도 되지않는다내요. 올초의 데이터인거 같은데... 그니까 기초체력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대응을 잘해야할뿐...

태평성세는 역사이래로 한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결국 마음먹기나름이라는 것이죠.

맞습니다. 태평성세라며 환호하던 시기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시장에 사이클은 분명 존재하는 듯싶습니다. 지금이 가을쯤인지 아니면 초겨울에 진입하고 있는 중인지 그것을 제가 알 수는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