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in #kr5 years ago (edited)
이제 한 달여 남짓의 시간이 흐르면 나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 늦은 나이에 겨우 일군 가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마 아빠가 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싶었다. 아이를 독립시키기까지 더 오랜시간을 경제활동을 해야하고, 또래집단의 부모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늙은 부모의 존재가 아이의 정서에 결핍의 요소가 될까 심히 걱정스러웠다. 그런 이유로 아이를 서두를 수가 없었다. 모순이다. 하지만, 가지지 않는 것이 우리 부부의 향후 있을지 모르는 경제적 결핍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더불어 모자람 없는 교육과 번듯한 가정의 부재를 안겨주지 않는 일종의 의무라고 여겼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에는 나는 모자란 존재였고, 채 영글지 않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회사를 그만두기 한 달여 전 어느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기를 몇 시간째. 얕은 코 골음과 함께 쌔근 거리는 아내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일으켜 아내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불행한 일이 닥쳐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남은 생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 어찌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더라도, 아내의 곁에서 머물러 줄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당신과 나를 쏙 빼닮은 우리의 아이라면 다행이겠다 싶었다. 결혼을 하고 3년이 다 다되어 갈 즈음에서야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부부의 불화나 임신을 하기 위한 신체적 조건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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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어색하던 딸아이와의 대화도 곧잘 해내고 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아무말이나 내뱉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테니까 그것으로도 괜찮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딸 아이와의 첫 대화가 궁금하다. 아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보기는 하겠다만, 사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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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 팔십을 먹어도 지금처럼 철딱서니 없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고, 설령 남들이 보기에 그럴지 모르더라도 우리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아이 역시 만연에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시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들이 세워둔 기준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보다 큰 자존감으로 휘둘림 없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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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주고 싶다. 내 꿈을 대신해서 이루어줄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닌, 오롯이 그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던 마음이다. 결혼을 하고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던 그 순간에도 차마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고 10개월을 기다린 끝에 어렵사리 만나게 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부부는 이제서야 어느 정도 짐작이나 할 뿐이다.


혹여 나의 부모가 나에게 부족했던 점이 있었더라도,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사랑이었고, 나는 그 큰 은혜와 사랑을 자양분 삼아 오늘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가슴에 새긴다.

글, 사진 ; 우유에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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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신데 기쁜 소식이 있네요. 축하드려요!! 출산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으시군요. 한동안은 정신이 없고 생활의 풍경도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근데 아이가 주는 기쁨이 큽니다.ㅎ 건강하게 출산하시길 바랍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 처가 살이 중에 있습니다. 방 한칸에서 두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마저도 걱정이 아닐 수가 없네요. 하루 빨리 집이 팔려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텐데 말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부모가 되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란 존재였다.

아이가 커도 이 생각은 계속 따라다녀요.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커가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예쁜 아기 출산하시길 바랄게요! :)

임신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미안합니다. 그만큼 잘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고는 있지만, 뱃속에 아이를 두고 키우는 엄마의 노고에 비할바는 아니더군요.

모쪼록 건강하게만 태어나주길 바랍니다.

말씀 고마워요.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역시, 여전히 마음이 전해져오는 글을 쓰고 가셨네요. 좀처럼 생각않던 미래를 생각 중이라 이런저런 걱정과 기대가 부풀어가는데 퐁당님 글을 읽으며 왠지 안도합니다. 마음도 몸도 건강하시고 다가올 날을 기쁘게 맞이하시기를.. 그리고 축하드려요!

몽환적인 봄들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몹시 반갑군요. ;)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아빠 생각나서 한참 있었네요.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사랑이었고, 나는 그 큰 은혜와 사랑을 자양분 삼아 오늘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가슴에 새긴다.

저도요.

부모님 생각하면 너무 큰 사랑과 희생을 받고 자라서 늘 마음이 저릿해요.
아름다운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순산하시길 두 손 모을게요.

하루 빨리 이전에 사시던 집도 팔리기를 바랄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간 글보다는 댓글 놀이만 하시길래, 안부를 살펴 볼 수가 없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매번 고맙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댓글 놀이 ㅋㅋ
떠나신 분들 그리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ㅎㅎㅎㅎ
삶이 바쁘다 보니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네요.
저도 참 많이 고마워요~ 가끔씩 이라도 글을 올려 주셔서 인사드릴 수 있으니 더 감사해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순산하시길 빌구요 ^^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는 분이면 그리고 이렇게 쓰신 분이면 아이한테는 더없이 좋은 아버님이 되실 거라 믿어요
오랜만에 좋은 소식으로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매번 이렇듯 힘이 되는 격려와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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