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으로 읽는 카프카

in #kr6 years ago

카프카_fb홍보3.jpg


20세기의 천재 작가이자, 기괴한 이미지로 해석 불가로 악명(!) 높은 프란츠 카프카. 그는 책이란 행복을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책이란 마음속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과연 그의 말 대로, 카프카의 글은 우리에게 힐링 따위를 전하지 않는다. 카프카의 소설 속에서 우리는 안식도 구원도 얻을 수 없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공포와 불안, 아무리 애써도 탈출할 수 없는 혼란이 있을 뿐이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하룻밤 새 벌레로 변한 남자(변신)나, 어느 날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되어 제대로 변호도 못 하고 사형당한 남자(소송) 이야기를 쓰게 만들었을까?

작품을 작가와 완전히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만큼, 작품과 작가를 동일시하고 볼 수도 없다. 우리는 항상 그사이 어디쯤에서 헤맬 뿐이다. 카프카의 작품은 기괴한 이미지로 인해 현실의 삶과 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카프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연관성에 놀라게 된다. 카프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문학에 대한 태도는 경건하고 헌신적이었다. 그는 문학을 자기 목숨처럼 소중히 여겼고, 문학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카프카의 현실은 문학에 몰두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카프카는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학을 돈과 연결 짓는 것 자체를 불경하게 여겼다.

아무리 문학이 신성해도, 밥을 먹지 않으면 글도 쓸 수 없는 법. 카프카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일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반대하여 법학을 전공한다(카프카의 아버지는 카프카를 평생 짓누른 존재 중의 하나였다). 카프카는 생계를 위해 보험회사에서 법률담당 직원으로 일했다.

보험회사 직원 카프카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예나 지금이나 예술하는 사람에게 생업이 따로 있는 건 흔한 일이다. 게다가 그는 직장에서도 상당히 유능했다. 그런데 유능할수록 더 많은 일이 떨어졌고, 글 쓸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반복됐다. 카프카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이중생활을 거의 평생 이어갔다. 그의 일생은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카프카는 말년에 도라 디아만트라는 여성과 베를린에서 잠시 기거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문화의 중심지에서 오랫동안 꿈꾸던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비록 몇 개월의 짧은 시간이었고, 카프카의 인생은 곧 끝을 맺게 되지만, 감동적인 일화를 하나 남겼다.

어느 날 카프카와 디아만트는 베를린의 슈테글리츠 공원에서 소녀 한 명을 만났다. 그 아이는 인형을 잃어버린 슬픔에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카프카는 인형이 잠시 아이의 곁을 떠난 것뿐이라며 내일 다시 오면 자신이 인형의 편지를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정말일까 반신반의했지만 다음 날 공원을 찾아왔다. 카프카는 인형의 시점에서 자신이 집을 떠나 모험에 나선 이유를 편지로 적어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펼쳐지는 인형의 모험담을 아이에게 전해주었다. 무려 3주 동안이나. 그렇게 영원히 인형의 편지를 대신 써줄 수는 없었기에 카프카는 마지막 이야기를 고심했고 인형이 결혼을 해서 더이상 편지를 보낼 수 없다고 끝을 맸었다. 언제나 문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싶었던 카프카. 그는 단 한 명의 어린 독자를 위해 3주 동안이나 매일매일 고심하여 이야기를 지어냈다. 행여 그 아이가 실망하거나 거짓임을 눈치챌까 노심초사했다.


평생을 글쓰기에 헌신하고 싶었던, 오직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카프카의 모습을 통해, 문학을 향한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을 검색하면 카프카의 일생에 관해 더욱 자세히 알수있다. 고작 100원으로 카프카를 읽어보자.

Sort:  

좋은 이야기 너무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변신을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은...
그게 지금 생각해 보니 도끼로 찔린 것 같은 느낌이었네요.
카프카는 진정한 천재입니다.^^

변신을 처음 읽으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ㅎㅎ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도 검색해서 한 번 읽어보세요. 의외로 카프카의 인생과 작품 사이에 연관 고리가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