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 BJJ 이야기
위의 사진은 하파엘 멘데스(청도복)가 2012 팬암 결승에서 코브링야를 상대로 암바를 넣고 있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하파엘 멘데스는 내가 마르셀로 가르시아, 데미안 마이아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주짓떼로 중 하나다. 세명 모두 도복 부문, 비도복 부문 가리지 않고 '주짓수' 자체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주짓수는 구조와 베이스의 싸움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구조와 베이스의 경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에 대한 나의 간략한 감상은 이렇다.
먼저, 데미안 마이아는 주로 UFC에서 MMA 선수로서 경력을 쌓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고전적인 압박은 대단하다. 특히 올드스쿨 브라질리언 주짓수에서는 베이스의 사용을 압박에 더 중점을 두는데, 데미안 마이아는 경량급임에도 이를 훌륭하게 수행한다. 트라이포드 베이스에서 무한 압박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고 야금야금 구조를 먹어간다. 늪과 같은 그의 압박은 보고만 있어도 질식할 것같다. 압박을 이겨내고자 하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방식도 너무나 멋지다. 그의 주짓수를 보고있자면, 너무 쉽고 단순하지만 또 아름답다.

반면에, 하파엘 멘데스는 현대 주짓수의 기술을 새로 쓴 사람이다. 나를 포함해 현재 주짓수를 수련하는 대부분의 경량급 수련생들 중 멘데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경량급의 또다른 강자 미야오 형제도 멘데스 형제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하파엘 멘데스는 IBJJF 세계 선수권 도복 부문 6회 우승, 비도복 1회 우승, ADCC 비도복 2회 우승 등 우승기록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선수이다. 기술적으로도, 멘데스가 정립한 델라히바 가드 체계와 베림볼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이전에도 델라히바 가드와 베림볼로의 기초적인 형태는 있었지만, 이를 극한의 경지로 끌어 올린 사람은 멘데스였다. 지금은 시합에 나서는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베림볼로 운영이 거의 정석화 되었다. 그리고 그가 탑에서 움직일때 보여주는 베이스의 기동성은 또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데미안 마이아가 베이스를 압박에 사용하고 구조로 천천히 먹어가는 패쓰를 주력으로 한다면, 멘데스는 경량급답게 베이스가 가진 뛰어난 기동성을 적극 이용하고 순식간에 상대방의 고지를 점령한다. 마치 앨렌 아이버슨의 크로스 오버를 보는 듯한 순발력과 정확한 타이밍 캐치, 유려한 움직임은 보고 감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멘데스가 전통적인 압박이 약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가 적절하게 압박을 이용할 때의 모습을 보면 토악질이 나온다. 그는 지나치게 고전에 매몰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기술을 잘 활용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마르셀로 가르시아는 국내에서는 마본좌로 불리는 주짓수의 대가이다. 정말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이 대가이다. 시기적으로 멘데스 이전 세대이며, 역시 IBJJF 세계선수권 도복 5회 우승, ADCC 비도복 4회 우승을 한 괴물 중 괴물이다. 그는 엑스가드를 유행시킨 엑스가드의 장인이다. 특히 전통적인 엑스가드의 엔트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싱글 엑스 가드를 적극 개발했고, 현재 경량급에서 마본좌의 싱글엑스 운영은 멘데스의 델라히바 운영과 더불어 가장 대세적인 가드 운영 중 하나다. 그리고 그의 탑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고전적인 압박 위주이지만, 그가 가진 고전의 깊이는 모두를 압도한다. 고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에 있고, 그의 주짓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같은 고전의 미학을 충실하게 담고 있다. 마르셀로 가르시아의 M자 형 이마에 푸근한 아저씨 같은 인상은 더욱 그를 경지에 이른 장인의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잠깐 BJJ이야기라고 적어놓았지만, 역시 내가 애정을 갖는 취미생활을 읊다보니, 처음 글을 쓰려고 했던 주제에서 한참 벗어나 버렸다. 나도 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상기의 묘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구조는 뭐고 베이스는 뭐고, 가드는 무엇이며, 일단 주짓수가 어떻게 돌아가는 무술 시스템인지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내가 쓰다가 신이 나 버렸다. 더 할말은 많지만, 주짓수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각설해야겠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밖으로 굽히면 그것이 암바다.
나와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는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남의 굽은 팔을 펴내는 일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전문가가 되었다. 무슨 "찌그러진 차 펴드립니다" 처럼, 우리는 "굽혀진 팔 펴드립니다"를 하고 있다. 어제도 몇 번이나 사람들의 팔을 펴 드렸는지 세기 어렵다.
나는 지난 종 예외주의 ; 동전의 양면 편에서 사랑의 내집단과 증오의 외집단을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었다.
안으로 굽은 팔이 건네는 사랑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휘두르는 증오는 때로 너무나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나는 이 문장을 적으며 문득, "집단의 경계를 없애 줄, 안으로 굽은 팔을 펴줄 전문가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의 물리적인 팔을 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 팔을 펴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지금도 지연, 학연, 혈연의 3종 세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조차 취직을 빽으로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내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인사가 돌아간다.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는 마음의 팔을 펴는 이들이 아닐까. 정부에 이 역할을 기대해야 할지, 사법 기관에 이 역할을 기대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마음껏 마음의 팔에 암바를 걸어줄 전문가를 모셔오고 싶다.
사실 내가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적으려고 했던 내용은 이 짧은 내용이 전부였다. 길게 쓸 생각도 없었고, 지나가듯 일기적듯 쓰려고 했다. 그냥 갑자기 너무 짧은 글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암바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잠깐 설명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적고 보니 BJJ 선수 소개가 주요 주제가 되어 버렸다. 배꼽이 배보다 커졌고 본말이 전도되어 버렸다. 여기에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이것 뿐인 것 같다. 여러분,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저자의 다른 글
과학 에세이
●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1)● 양자역학, 경제학, 그리고 진화론 (2)
●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1)
●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2)
● 여러분이 가장 먼저 배운 제2언어는 무엇입니까?
●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1)
●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2)
● 미치오 카쿠가 말하는 양자 컴퓨터
● 카쿠와 마윈이 말하는 미래
● 종 예외주의 (1) : 들어가며
● 종 예외주의 (2) : 종의 분화
● 종 예외주의 (3) : 이기적인 종
● 종 예외주의 (4-1) : 이타적인 종 ; 정의란 무엇인가
● 종 예외주의 (4-2) : 이타적인 종 ; 도덕적 동물
● 종 예외주의 (5-1)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선과 악의 공존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上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中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下
● 종 예외주의 (5-3)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동전의 양면
●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1)
● 교양을 위한 양자역학 (2)
● 여러분이 가장 먼저 배운 제2언어는 무엇입니까?
●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1)
●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2)
● 미치오 카쿠가 말하는 양자 컴퓨터
● 카쿠와 마윈이 말하는 미래
● 종 예외주의 (1) : 들어가며
● 종 예외주의 (2) : 종의 분화
● 종 예외주의 (3) : 이기적인 종
● 종 예외주의 (4-1) : 이타적인 종 ; 정의란 무엇인가
● 종 예외주의 (4-2) : 이타적인 종 ; 도덕적 동물
● 종 예외주의 (5-1)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선과 악의 공존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上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中
● 종 예외주의 (5-2)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이기와 이타의 진화 下
● 종 예외주의 (5-3) : 이기와 이타의 경계 ; 동전의 양면
꾸욱
안으로 굽은 팔을 펴줄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지 않을까요?
자신의 팔이 굽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요
주짓수를 좀 배우면 나아질까요? ㅋㅋ
사실 여기가 도제 시스템이라 집단주의가 장난아닙니다ㅋㅋㅋ
스팀잇에서 주짓수 이야기를 보니 너무 반갑네요 :D 마본좌의 X가드에 반해서 정말 자주 쓰는 기술이였습니다 :) 마본좌랑 카이오 테라를 롤모델로 부지런히 운동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멘데스 형제의 레그 드래그도 좋아했구요! :D
저는 체급이 -76이라 카이오 테라나 말파시니 같이 엄청 경량급 선수들의 기술은 또 잘 안 와닿더라고요. 너무 빨라요ㅋㅋ 저도 이게 취미인지라 시작은 20대 들어서면서 했는데, 중간중간에 너무 자주 쉬었고 벌써 30대가 되어버렸네요. 요즘도 너무 바빠서 운동 잘 안한지 벌써 10개월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잠자는 왕자님이 아니었군요. 잠자는 사자!! 콧털을 건드리는 계정이 없었으면 해요. ——;
의식의 흐름이 전 더 이해하기 편하더라구요. 재미있게 읽다 보니 어느새 결론!!
팔 펴줄 사람은 마음 넓은 엄청 능력자여야겠어요. 혈연 지연 학연 같은건 의지할 필요 없는 능력자들 말이죠.
여기는 여호수아가 없군요 주짓수를 하시는 군요
요즘 이거 하는사람 많던데 합기도 같은 건가요?
유도나 레슬링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앞에 기술 설명하는 부분 이해못한 사람 1인 여기있어요... ㅠㅠ 그런데 중간에 마르셀로는 정말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있는데 어마무시한 주짓수의 대가라니...! 역시 인상만으로 사람을 쉽게 보면 안되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잠자는 왕자님(?)의 의식의 흐름은 이렇게 무섭군요! ㅎㅎㅎ
해외 물먹은 무술이라 자세나 기술 이름이 포르투갈어이거나 영어입니다. 더욱이 딱히 영어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명칭들을 굳이 알 필요도 없어서, 대화하다가 잘 생각안나면 그냥 몸짓으로 설명하고 그럽니다ㅎㅎㅎ
오잉?? 팔을 펴주는 일이면???
물리치료사일까요?? +-+/
다만 이렇게 펴줄 뿐이겠죠?ㅎㅎㅎ
결국은 다시 안으로 굽을 팔이지만, 한번 크게 펼쳐준다면 더 많은 것들이 그 품에 들어갈 수 있겠죠.
중요할 때만이라도 한아름 내어주었으면 합니다.
왔다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isis-lee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주짓수를 하시는군요 ㄷㄷ
남들 다 하나씩 있는 취미 같은 겁니다ㅎㅎ
좀 돌아왔지만 결론은 명쾌하네요.ㅎ
제가 결론을 이해할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워낙 쉬운 글만 읽는 사람이라서요.ㅋㅋ
그동안 너무 어렵고 무거운 글만 써서 쉽고 가벼운 글도 좀 써볼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댓글을 잘 안달아 주시더라고요ㅋㅋㅋㅋㅋ
ㅋ 어려운 글도 어찌 어찌 읽기는 하는데
댓글은 못달겠더라구요.
훌륭한 포스팅에 더러운 댓글 투척하는거 같아서.
(똥댓글요.ㅋㅋㅋㅋㅋ)
이런 사람도 많으니 가끔은 쉬운 글도 적어주세요.ㅋㅋ
여신님의 댓글에 똥이 어디있습니까. 전부 성스러울 따름이죠ㅋㅋ
감사합니다.
학연/지연은 필요악이죠. 균형이 필요할뿐이죠. 역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것인데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땅이 척박한 편이라 학연/지연이 강하게 나타난 경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주역의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艮方으로 보는데 山에 해당합니다. 산은 그침/지킴/보수를 상징하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사람들은 다혈질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것 같습니다.
ps. 무술에서 굴신의 원리를 이용하여 신체경결점의 에너지 분산치료를 적용하는 활무하외술이라는 수기치료법이 생각나내요. 좀 배우다가 무쟈게아파서 포기했지요.
역학까지 꿰고 계시는군요! @peterchung님 말씀의 어휘를 듣다보면 마치 무협지를 읽는 느낌입니다. 활무하외술이라니!
ㅋㅋ.사실역학때문에 회사 때려쳤어요. 근데 백수.
하.. 저도 다시 공부한답시고 회사 때려치웠는데 말입니다...
오잉? 왕자님도 백수? ㅋㅋ. 인재를 잃었네요. 개네들은......ㅋㅋ.
근데요..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머슴살이 그거? 의미없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라면 참 결정내리기 힘들지요. 그래서 기혼남들은 대단한거 같습니다. 왕자님께서는 기혼남이신가요? 제 촉은 아닌거 같은데.... 기혼남이시라면 정말 대단한 결정을 내리신 겁니다.
지금 사회가 너무 허세/똥폼길들이기로 가고 있어서 걱정은 됩니다만 뭐 사람 사는데 다 그렇지요.
저 아직 어립니다ㅋㅋ 미혼입니다. 아직 학생신분으로 연명하고 있긴한데, 이제 곧 그것도 끝이 납니다ㅠㅠ
주짓수
매체에서 몇번 소개된거 외에는 관심을 전혀
없었는데
글을 보면서
파이팅 넘치는 운동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안으로 굽은 팔을 펼칠수 있는 펼치려고 하기 위해서는
주변이 아닌 먼저 자신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선행되어야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의 의지에 맡기기에는 인간의 수십만년간 쌓인 본성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빡시게 펴줘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누군가는 아마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울림을 주는 글은 길이 따위는 중요하지 않죠. 주짓수 얘기에 몰입했다가 암바의 메시지를 들으니, 낙차 큰 변화구에 헛스윙을 당한 듯합니다. 짜릿한 삼진 같은 글이네요ㅋ
정말 의식이 흐르는대로 적었더니 분량 분배가 이상해졌습니다ㅋㅋ 그리고 막바지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급하게 마무리해 버렸네요ㅋㅋㅋㅋ
이곳에서 주짓떼로를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주짓수를 수련중인 스티미언입니다 ㅎㅎ
스팀 주짓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으나, 참 관련된 분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네요...
https://steemit.com/korea/@journalist.yoo/mma-ufc
종로 형님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계시군요. 띠 매주고 있는 사람은 블레이크인가요?ㅎㅎ
예 블레이크 사범님 맞습니다^^
저 아직 스티밍아웃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아는 사람들을 사진 속에서 보게 되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