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 기억의 조작: 공포증의 즉각적인 제거

in #kr6 years ago (edited)

먼저 이 글은 @ngans의 글 Manipulating Memories: Instantly Eliminate a Fear를 번역한 것이며, @ngans에게 그의 모든 글에 대한 번역을 허락 받았음을 밝혀둡니다.

기억과 신경 가소성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 되어 우리가 어떤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한 사고 회로를 구성합니다. 특히 우리 삶의 초반기, 즉 우리의 뉴런들이 상당한 [신경 가소성]()을 띰으로써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거나 지난 연결을 정리하여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삶의 과정은 새로운 환경에 빠른 적응과 신속하고 탄탄한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빨리 언어나 기술을 습득하며, 어린 시절의 경험은 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처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에, 한 번의 나쁜 경험이 곧 심각한 외상이나 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포증은, 스스로 이를 비합리적인 것으로 인식함에도,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의 성인은 공포증이 시작된 계기로서 그들의 어렸을 적 사건을 지목하기도 합니다.


공포증의 제거

여러분이 여러분의 정서적 반응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본능적이고 정서적인 반응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 생산성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불안과 우울증 질환, 공포증, 중독, 주의력 및 강박 장애에 대한 가상의 치료법이 될 것입니다. 공개 발표에서는 침착해질 수 있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가능성에 관해 말하자면, 아마 이것은 공상 과학 소설보다 현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 기억은 변하기 쉽습니다. 이는 마음이 기억에 더 많은 정보를 갱신하는 데 유용한 메커니즘입니다. 이 과정은 재응고화라 불리며 인간과 동물의 모델에서 심리학자와 신경 과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연구되었습니다. 특정 유형의 기억과 관련된 가소성이 작동하는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연구함으로써, 기억을 바꾸거나 지우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령 경험을 통해 특정 기억을 불러내고, 기억을 재응고화시키는 데 필요한 단백질의 합성을 방해하는 약리학제 (예 : 베타 차단제, 프로프라놀롤)를 투여하면, 그것과 관련된 정서적 연관을 떼 놓은 채 기억을 재응고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개념은 공포증 치료에 쉽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신경 과학자인 킨트 박사는 아래의 네이처 비디오 (7:00부터 10:30까지 공포증 제거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거미공포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해왔습니다. 환자가 갖는 거미와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는 일은 프로프라놀롤 사용에 대한 두려움과 관리로서 간단해진 셈입니다.


실험 리뷰: 공포증 치료를 위한 약리학적 장애

반대로 이 공포증의 치유 과정 또한 방지될 수 있습니다. 예일대학의 W.A. Falls 등 연구원들은 뇌의 공포와 감정구조인 편도체(amygdala)에 AP5 약물을 투여하면 공포증의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은 관계와 맥락으로 학습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진료실에서 주사를 맞았다면, 어른이 되어도 진료실에서 주사를 놓는 간호사를 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로 불리는 현상으로, 중립의 조건 자극(의사의 진료실 같은)은 공포 반응을 일으키며 부정적인 자극(주사)과 결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차후의 방문에서 주사를 맞지 않고, 심지어는 막대 사탕을 보상받는다면. 진료실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낼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공포의 조건화 패러다임에서, 연구자들은 형광등의 불빛과 전기 충격을 짝지었습니다. 그들은 쥐를 완전히 깜깜한 상자에 넣고, 바닥에 철판을 깔아 전류를 쥐의 발에 흘릴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전기의 잡음 또는 불빛과 잡음을 쥐에게 충격을 가하기 전에 제공하고, 쥐들이 놀라는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이때 "불빛 단독"이란, 조건화 이후 빛과 잡음에 대한 반응에서 잡음만을 주었을 때의 반응을 제외한 것을 의미하며, 빛과 잡음을 제공하였을 경우, 어느 하나를 단독으로 제공하였을 경우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포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60번을 불빛만을 단독으로 제공하자, 공포의 수준이 현저히 낮아짐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렇게 공포 반응이 감소하는 현상은 공포의 소멸로 불립니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이 공포의 소멸이 약리학적 개입으로 중단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은 불빛만을 단독으로 제공하기 직전에, 일부 쥐에게 특정 뉴런 채널(편도체의 NMDAR)이 차단되는 물질인 길항제 AP5를 주입하였고 다른 쥐들은 위약을 주입하였습니다. 1.5 또는 6.25 nmol의 AP5를 투여 한 쥐는 다른 쥐와 마찬가지로 공포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12.5 또는 25 nmol AP5의 높은 투여량을 받은 쥐는 빛에 대한 공포를 전혀 줄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연구진들은 이 특정한 채널(NMDAR)의 차단이 공포의 소멸에 핵심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결과를 CNQX (비 선택성 길항제)를 주입한 결과와 비교하였습니다. CNQX는 공포의 소멸을 차단하지 않았고, 편도체의 NMDAR이 공포에 관련된 학습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실험은 공포가 소멸하는 생물학적 기작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쥐에서 공포의 소멸을 억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합니다. 물론 정서적인 반응이 어떻게 학습되고 학습되지 않는지에 대한 전체 그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정 편도체 채널을 표적으로 삼은 길항제의 작용이 공포의 소멸을 막는다면, 이들 채널과 뉴런이 두려움과 관련한 정보를 기억으로 갱신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는 아마도 이러한 특성에 기반한 약물이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습니다.

References:

  • Falls, W. A., Miserendino, M. J., & Davis, M. (1992). Extinction of fear-potentiated startle: blockade by infusion of an NMDA antagonist into the amygdala. Journal of Neuroscience, 12(3), 854-863.
  • Kindt, M., Soeter, M., Sevenster, D. Disrupting Reconsolidation of Fear Memory in Humans by a Noradrenergic β-Blocker. J. Vis. Exp. (94), e52151, doi:10.3791/52151 (2014). 
  • Soeter, Marieke, and Merel Kindt. "An abrupt transformation of phobic behavior after a post-retrieval amnesic agent." Biological psychiatry 78.12 (2015): 880-886. 

Images:


*우리는 보통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새로이 기억을 갱신하고, 그로써 기억이 조금씩 수정되곤 합니다. 이렇한 인간의 기억 특성을 이용해 기억과 관련된 정서적 반응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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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한 공포도 없앨 수 있을까요? 약물로 공포증을 치료한다니,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네요.

잘 보시면 약물은 공포증의 제거를 막는 역할입니다(대체 왜!!). 글은 공포를 그 상황에 계속 다시 노출시켜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는 토속적 공포치료 방식을 과학적으로 풀어본 것입니다ㅋㅋㅋ

그렇군요. 제 독해 실력이.. -_-;
약물로 기억에 대한 단백질 합성을 막아서 공포증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로 읽었어요. ^^;

저도 처음에 읽으면서 헷갈렸습니다ㅎㅎㅎ

못볼뻔했군요. 이제야 봅니다. 어제 제가 쓴 포스팅과 상관성이 많내요. 그런데 약물치료는 공포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정신 복합체의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에는 사람의 노력이 동반되어야겠지요ㅎㅎ 본문에도 언급된 약물의 작용은 공포증이 사라지는걸 막는 것입니다(쓸데없는 짓을!! 그냥 연구목적인듯합니다). 그리고 공포증 제거는 과거 트라우마의 환경에 긍정적인 기분을 함께 노출시킴으로써 치료하고 있다고 하네요. 극복은 사람이 고생해야 하는거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