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서로 주고 받는 영향 분석하기

in #kr5 years ago



지난번 글에서 소개했듯이 우리 가족은 ORS에서 차용한 양식으로 매주 지난 한 주의 삶이 어땠는지 공유하고 감사를 나누거나 개선 방향을 찾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할 수 있는 재밌는 것 중 하나가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경험이 어떻게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다. 그래서 간단히 상관계수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Individually, Interpersonally, Socially, Overall 네 가지 영역을 가지고 측정을 하고 있고, 같은 의미지만 아린이는 , 가족, 어린이집, 전반적으로 라는 다른 표현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것들을 섞어서 상관계수를 뽑아보니 새롭게 조명되는 가족의 다이나믹스가 있었다.

Individually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측정하는 이 영역에서는 아린이와 아내의 상관계수가 0.62로 뚜렷한 양적 선형관계를 보인다. 아린이와 아내는 자신에 대한 인식에 서로 큰 상관성을 갖고 있다. 서로의 관계에서 각자의 존재 인식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것이 Interperonally 영역에서도 확인이 된다면 좀 더 신빙성이 확보될 것 같다. 반면에 아린이와 나는 0.03으로 거의 무시될 수 있는 수준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이것 역시 Interperonally 영역에서 좀 더 확인이 가능하다.

아내와 나는 0.45로 뚜렷한 양적 선형관계가 있다. 측정 기간 중에 아내가 개인적인 슬럼프를 경험했던 적이 있는데 그 기간에는 나의 individually 점수도 함께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아내와 나의 attachment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개인이지만 개인이 아닌 것이다.

Interpersonally


Interpersonally 영역은 가족 안에서의 경험을 측정하게 되는데, 아린이와 아내의 상관계수가 0.36으로 역시 뚜렷한 양적 선형관계를 보인다. 앞서 보았듯이 아내와 아린이의 삶의 경험은 개인적으로나 가족 안에서나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부정적인 파장이 크게 일어날 수 있고, 반대로 서로의 관계가 좋다면 긍정적인 영향도 클 수 있다.

아린이와 나는 상관계수가 0.09로 이번에도 크게 상관이 없다. raw data를 보면 나는 아린이와의 관계에서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한 주간에 이 영역의 점수가 10점 만점에 2.5점으로 즉각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아린이는 동일 기간에 8.5점을 기록해서 서운했다. 아린이에게 가족의 경험은 아빠보다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더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추측할 수 있다.

아내와 나는 상관계수가 0.45점으로 뚜렷한 양적 선형관계를 보인다. 나는 아내와의 관계가 어떠냐에 따라 가족에서의 경험의 질이 크게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아내와 아린이의 상관계수가 높고, 아내와 나의 상관계수도 높지만 아린이와 나의 상관계수가 낮기 때문에 아내가 우리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이 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어느 가족이 안 그렇겠냐마는 우리 가족은 일단 아내가 행복해야 한다.

Socailly


socially 영역에서는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온다. 나는 회사를 중심으로, 아내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아린이는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각자의 사회 관계망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상관성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지표상으로 보면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린이와 아내, 그리고 아린이와 나의 상관계수가 -0.77, -0.64로 강한 음적 상관관계를 갖는 것인데 그대로 해석하면 상대방의 사회적 경험이 나쁠수록 나의 사회적 경험이 좋아진다가 된다. 하지만 실질을 보면 지난 포스트에서 다뤘듯이 아린이가 줄곧 어린이집에서의 경험이 저조하기 때문인 것일 뿐 딱히 상관성은 없다.(그러니 너무 숫자만 믿어선 안 된다)

Overall


전반적인 삶의 경험을 측정하는 부분에 가서는 아린이와 나의 상관계수가 -0.37로 뚜렷한 음적 상관관계가 두드러진다. 이건 내가 잘 살고 있을수록 아린이는 불행하다는 이야기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조금 난감한데 딱히 추측 가능한 부분이 없어서 조금 더 데이터를 쌓아가며 지켜보기로 한다. 나머지 상관성에서는 아내가 우리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음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적용하기



아내와 이 분석을 놓고 같이 이야길 해보며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에 주목하게 됐다.

  1. 우리는 개인이지만 개인이 아니다. 각자의 성장이나 행복은 가족 모두의 것이 된다.
  2. 아내가 우리 가족의 핵심이다.
  3. 나와 아린이는 실제로는 그리 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다.

이것들을 살펴보면서 먼저 나는 나의 자기계발 활동이나 정신적 발전을 위한 노력에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더 긍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가끔 내가 너무 심한가 싶을 때가 있는데—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정신적 발전을 위해 자신의 정신적 발전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자신을 훈육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돌볼 때 절제된 행동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자신의 힘을 키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힘의 원천이 돼줄 수 없다. 확신컨대 사랑의 본성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다보면 자신을 사랑하고 동시에 남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결국 그 둘을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 M.스캇 펙, 「아직도 가야할 길」, 최미양 역, 율리시즈, 2011, 116면



그리고 아내에 대한 케어와 관심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린이와 나에게서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주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아내의 심적 안정감이 무너지면 우리 가족이 모두 아주 힘든 상태가 될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중재자의 역할에서 오는 부담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아린이와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부담이 줄었다. 사실 나는 아린이와의 충돌이 생기면 그 자체로 내가 너무 괴롭기도 하지만 아린이에게 안 좋은 영향이 끼쳐질 것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영향이 작은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또 가족이 함께 모였을 때 아린이 앞에서 나의 힘든 이야길 나누거나 눈물을 보이거나 하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 가족 앞에서 내가 vulnerable 해져도 괜찮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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