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2 발을 내딪는건 쉽지 않다.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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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서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느냐면 사실 그렇지 않다.
흔히 퇴사라고 하면 상사의 얼굴에 사직서를 척하고 던진다거나 다신 볼일 없다는 듯이 온갖 진상을 친다거나 뭐 그런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내가 직면한 '퇴사'라는건 좀 달랐다.

우리가 흔히 악으로 규정하곤 하는 사회 시스템이나 회사 임원들은 내 행동의 피해권이 아니다.
내가 하는 행동들의 끝에 서 있는건 동료들이다. 그들이 착하건 나쁘건, 나와의 관계가 좋건 나쁘건 간에 그들은 분절되지 않은채 같이 허우적 거리고 있는 하나의 덩어리 였다.
그러니, 가장 먼저 걱정으로 다가온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당연히 이 기저에는 내 고질병인 착한아이컴플렉스가 숨어있다.
쉽게 말해 내겐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욜로니 왓에버니 마음을 먹었다 해도 평생 정해진 궤도위에서 살아온 내가 아무런 준비없이 필드에 떨어지는데 걱정이 없을리 만무하다.
퇴사의 이유가 적성이니, 이번 퇴사는 이 바닥을 뜨겠다는 각오이고
내 경력과 학위를 모두 제로베이스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1년이야 정말 원없이 행복하게 할 수 있을거다. 마음껏 향유하고 굴러다니겠지.
그런데 만약 그 1년이 지날 때까지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결심을 하고 번지점프대 위에 올라섰다 해도 발을 내딪는건 쉽지 않은 법이다.
그 위에 서고 나서야 그 아래의 까마득함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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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결심을 하셨네요! 쉽지 않았을거라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힘내세요!!!!

네네 아직도 진행중인 결심이죠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심심하면 전화하세요.ㅋㅋㅋㅋ ^____^;;

제가 작년에 거의 일년정도 쉬었는데 . 나름 바빴고 편히 쉬지도 못한 느낌? 이에요... ㅋㅋㅋ

와 그럼 정말 알차게 잘보내신거네요 ㅋㅋ 대단하십니다.

헉 찾아와주셔서 저도 글을 구경하러 왔다가 큰 결심을 하신 내용을 읽고 가요 ㅎㅎ 부디 행복도 누리시고 그 이후에 대한 답도 찾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자주소통해요!!

회사원으로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다보면 때려치고 싶을때가 수십번 있고 저놈 면상보기 싫어서 치워야지 하고 싶은 맘이 들게 마련입니다.
또 내가 하던 적성을 포기하고 다른업종로 갈아탄다면 분명 연봉도 확 떨어질거구요.
결심하시고 결정하셨다니 뭐 그럼 일단은 그렇다치고 이제부터는 꼭 내가 하고 싶은걸로 승부해야지 하는 맘으로 찾아보시면 분명 좋은거 있을 겁니다.
화이팅 하세요.
일전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팔로우하고 밥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고민 계속 많이 해보려구요. 맞팔합니다!

댓글주셔서 답방왔다가 우연히 본 이글... 저랑 너무도 같은 고민을 하시고 계시네요...

전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적성이랄까... 일이 재밌질 않네요...
저도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서 용기를 내기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힘내시구요! 자주소통하시죠! 글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