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걷다가 하늘이 예뻐 고개를 들었다. 낯선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 학원이 있던 자리가 언제 바뀐 거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 2층에 자리 잡은 카페라 호기심이 생겼다. 계단 앞 간판에 쓰인 'MANUFACT', 가게 이름보다 폰트가 눈에 확 들어왔다. 책을 편집할 일이 종종 있는지라 타이포그래피에 민감한데, 평범한 것 같지만 은근슬쩍 신경 많이 썼다고 이야기하는 폰트에 주인의 성격이 짐작갔다.
사실 연희동이 유명세만큼 세련된 곳은 아니다. 오래된 부촌 이미지가 있지만, 지하철 하나 없는 교통 사정 덕인지 개발에는 한 발 물러서 있었다. 요즘이야 바로 옆 연남동이 하도 시끌시끌해서 같이 조금 꿈틀거리긴 한다지만 아직까진 그냥 한적한 주택가다. (계속 이렇게 남아있으면 좋겠다.) 매뉴팩트가 좋은 이유는 그 분위기가 잘 녹아든 것이 아닐까싶다. 오픈 일 년이 지나서야 학원이 카페로 변한 걸 알았을 만큼 화려한 홍보나 존재감 과시가 없었다. 조용한 주택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다. 얼마 전 오픈한 쥬스 프랜차이즈의 요란스런 외관과 홍보와 정확히 대비된다. 바로 앞의 떡집과 빵집, 전파사와도 무리없이 어우러지며 원래 있던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조용한 존재감.
맛 없는 커피를 먹으면 하루 종일 손해 본 느낌이다. 새로운 카페 선택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폰트와 스며듬이 좋아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여백 있는 인테리어는 아니다. 오히려 유럽의 연식있는 카페처럼 여러 물품으로 공간을 정갈하게 꽉 채웠다는 느낌이다. 카운터는 계산대를 가운데에 놓고 왼쪽에 다른 유명 카페의 원두와 커피 기구를 배치했다. 오른 쪽에는 원두와 콜드브루 판매대가 놓였다. 뒤는 사무실로 쓴다.
바 쪽은 커다란 테이블을 앞에 배치하여 드립 제조기를 놓았다. 카페 오른쪽 창가 쪽에 라마르조코 리네아 3구 머신이 있다. 뒤쪽로스터실에는 콜드브루 제조대와 프로밧 로스터기가 보였다. 메뉴는 단촐해서 에스프레소 베이스, 드립 베이스, 콜드브루 등 커피 음료가 전부다. 인테리어 전면에 콜드브루 제조를 위한 동파이프를 내세운 것처럼 콜드브루가 맛있는 곳으로 이미 유명했다.
플랫화이트. 에스프레소 블렌드 맛은 묵직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진 올드 계열 같다.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각 원두의 개성을 살린 느낌. 사진이 어디 갔는지 모르겠는데 더울 땐 아이스로 먹어도 참 괜찮다.
새로운 곳 방문은 언제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맛있는 커피로 보상 받은 느낌. 폰트와 외관에 신경 쓴 것처럼 커피도 허투루 하지 않은 곳. 동네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듯. 드립, 에스프레소, 콜드브루, 모두 마셔봤는데 빠지는 것 하나 없다.
When I look at the entrance, I expected an older inside. It doesn't look as I imagine, but I'm still interested in the coffees.
Thanks for the reply. This cafe 'Manufact' is at a old building but the masters (two brothers own the cafe) are interested in Some sort of Japan-like or Scandinavian style of interior. They did their best at the interior of their cafe. Coffee quality they serve is decent. If you have a plan to visit Seoul, Should visit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