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의 예술, 터키시 마블링 '에브루' #3

in #kr6 years ago

지난 두 편에 이어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에브루의 꽃, 그림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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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물감 통에 2번이라고 표시된 게 보이시나요? 농도가 다른 두 물감이 만들어내는 패턴을 확인하세요

마지막은 앞선 내용을 모두 응용하는 단계로, 그림을 그려넣는 과정이었습니다. 숙련도에 따라 굉장히 정교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체험 수준이었기 때문에 하트와 나뭇잎 같은 간단한 형태를 시도했습니다.

세밀한 그림을 그려넣기 위해서는 키트레와 염료의 농도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물과 기름의 비율에 따라 퍼짐이나 뭉친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이를 테면 큼직한 패턴을 표현할 때는 사용하는 색에 따라 기름의 농도가 달라지는 거죠.

체험에는 4개의 키트레를 사용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배합 비율이 조정된 하나의 키트레만 사용했습니다. 염료 역시 미리 세팅해놓은 흰색,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을 사용했는데, 그중 파란색은 농도가 다른 두 종류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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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무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배경을 만드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붓에 파란색 염료를 묻히고 붓을 털면서 염료를 고루 뿌려줍니다. 그 위로 다른 농도의 파란색을 뿌려주니, 매우 큰 무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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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튤립이 그려졌습니다

그런 다음 비즈를 이용해 초록색 염료를 찍어 키트레 위로 살짝 찍으니 동그란 원이 그려집니다. 색이 연하거나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땐 이 동작을 2~3회 반복합니다. 몇 가지 색을 겹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빨간색과 흰색 원을 그려줍니다. 그런 다음 비즈를 사용해 원의 가운데를 그어주니 하트가 되고, 안에서 밖으로 그어주니 튤립의 꽃잎이 생깁니다. 초록색 염료를 떨어뜨리고 비즈를 움직이니 이파리를 만들어집니다. 색 조합이 꼭 수박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비즈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라테아트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라테아트 테크닉 중에는 시럽 등을 뿌린 뒤에 뾰족한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에칭(Etching)’ 기법이 있거든요. 그러고 보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특성을 가진 액체를 섞어서 모양을 만든다는 개념도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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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패턴을 그려봅시다

오랜 훈련과 경험으로 완성되는 인내의 예술

키트레에 염료를 떨어뜨리거나, 비즈를 이용해 획을 긋는 일도 상당히 어렵지만, 사실 키트레와 염료의 배합 비율은 에브루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에브루는 도제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데, 오랜 시간 옆에서 스승의 작업을 도우며 이 배합 비율에 대한 노하우를 배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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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보는 차이 잔이던지,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참가자 모두가 에브루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서 차이(Cay)와 다과도 나눴습니다. 터키에 대한 추억과 에브루에 대한 소감을 나누면서 즐겁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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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수고해주신 두 분의 강사님께 박수를!(남자 강사님은 우리말을 엄청 잘하십니다)


에브루,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도 상당히 몰입했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에서는 에브루 정규과정을 운영 중입니다. 에브루의 기초부터 어느 정도 능숙하게 그림을 그려 넣는 수준까지를 목표로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지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 페이스북 페이지
http:// www.facebook.com/koreatu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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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