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 - 수업시간의 즐거움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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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자기 전 수업시간의 즐거움에 대해 한 번 써보고 싶다.

내가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절친한 형님이자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국어 선생님이 질문을 하셨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인지. 답은 재미없는 선생님이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수업은 무엇보다 상호작용이다. 무언가를 설명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점검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일련의 과정이 수업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신들이 이해한 것을 자신들의 언어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게 가르치는 보람이자 즐거움이다.

아이들이 가끔 질문을 한다. 엉뚱한 질문이나 이미 10번 정도는 가르쳐준 내용을 또 물어보면 울화통이 터지겠지만,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질문을 해오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물론 같은 질문을 또 해도 괜찮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보단 100배 나으니까.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고, 거꾸로 내가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는 그런 과정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이고, 그 대화 속에서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농담을 곧잘 하기도 한다.

아, 필자가 아이들만 가르친 건 아니다. 대형 어학원에서 대학생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토플 강의를 꽤 했었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게다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속에서 느끼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더 즐거운 것 같다.

학교 시험이 중요한 시대이다 보니 만들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서 내가 수업을 많이 하진 못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시험은 대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아이들도 민감하고, 나 역시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정말 영어를 손 놓고 고등학교 입학한 아이들이 꾸준히 공부해서 이젠 학교 시험에서 조금씩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보기 좋다. 시간 구애받지 말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공간도 필요 이상으로 넓게 확보해 놓았는데, 올해는 제대로 그 공간을 써먹을 수 있을 듯하다.

가끔은 아이들이 지쳐서 들어올 때도 있다. 역시 애들이라 여름 같은 때는 아이스크림 한 방에 모든 게 해결된다. 겨울엔 호빵 같은 게 딱인데, 요즘엔 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결국 재미있는 수업은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강사가 우스개 소리를 잘하는 수업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무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잘 만들어주고, 그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수업이 재미있는 수업인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할 때 조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바라보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수업. 그런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과목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암기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수업에서도 조금만 고민하면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수업 모형인 것 같다.

내일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수업인데, 괜스레 자기 전에 오늘 수업한 아이들과 내일 수업할 아이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끄적여보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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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수업을 앞두고 늦게 주무시는군요. ^^

결국 재미있는 수업은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강사가 우스개 소리를 잘하는 수업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무언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습자료를 잘 만들어주고, 그를 통해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수업이 재미있는 수업인 것 같다.

공감합니다. 일방적인 '전달'의 형식이 아닌 '소통'하는 수업은 선생에게도 큰 자극과 활력이 되는것 같아요. 진심이 통하는 학생과 보내는 시간은 배울 점들이 많은 것 같고요. 전 재미있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어르고 달래주는 편한 선생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 아이들이 튜터초 선생님을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이 가네요.^^

토요일이라 아침부터 긴 하루를 보내고 왔네요. 응원과 공감의 말씀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선생님 글에서는 늘 열정이 묻어나서 좋아요. :)
선생님께 배우는 학생들은 운이 좋네요.

제가 운이 좋은거죠 ㅋ 여하튼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

본인이 하는 일에 프로정신을 갖고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번영하세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 5복 모두 누리시길 바랍니다 ^^

멋있네요. 저도 가끔 교육 강사를 하는데 호응이 좋은 교육에는 목치 터져라(?) 진행하게 되더군요. ^^

그렇죠~ ㅋ 전 그렇게 목터져라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목소리는 튼튼하게 타고 났습니다 ^^

날이 너무 추워서 호빵기계가 자주 고장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학생들이 많이 얻어가는 수업일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에너지를 많이 얻습니다 ㅋㅋ 방문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조 선생님 강의를 들어 보고싶어지는데요 ㅎㅎ 엄청 잼있을꺼같아요 ~
예전에 학원에서 알바했을때 겨울이면 호떡을 나눠줬었죠 ㅋㅋㅋ 크게 쏘면 피자 :D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릴수록 잘 웃고, 반응도 좋고, 밝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