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조기] 워킹맘도 차별하는 직장에 맞서다

in #kr6 years ago

저는 2012년 9월 병원에 입사한 작업치료사이며 결혼과 출산을 통해 4살, 2살 두 아이를 둔 워킹맘입니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워킹맘

저는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 만난 딸 친구 엄마들에게서 ‘돌아갈 직장이 있어서 좋겠다’ ‘애 둘 데리고 일하는게 가능해요?’라는 얘길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게 제 생각과 걱정이었습니다. ‘애 둘을 케어하면서 일까지 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지만 돌아갈 직장이 있음에 감사했고 기존에 단축근무를 시행했던 회사이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복직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복직 며칠 전 갑자기 단축근무가 어려울 것 같다는 회사 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우리 병원은 2016년 노사합의에 의해 “24개월 미만 아동이 있는 경우 2시간 단축근무 시행”을 약속하여 2018년 1월까지 육아휴직 후 시행했던 직원들이 있었지만 저는 당시 해당자가 아니었다는 말로 단축근무 대상자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또한 현재 회사 내에 주3일 오전 10시30분 출근하는 직원이 있고 또 육아로 오전 오후 30분씩 1시간의 단시간 근로 계약을 시행하고 있는 직원이 있어 이에 동일한 처우 개선을 회사 측에 요구하였으나 이것마저 합당한 이유없이 거부당하며 여전히 누군되고 누군 안되는 불평등하고 부당한 처우 및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부된 단축근무로 아침마다 울며 회사에 가지 말라는 첫째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를 일등으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마지막에 하원시킨지 어느덧 두달 째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엄마 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집니다. 늘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의 약을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고, 또 퇴근하고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려면 야간까지 하는 병원을 찾아 다녀야 합니다.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일을 한다지만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워킹맘은 ‘죄인’입니다.

여성의 경력 단절 해결 흐름에 역행하는 병원

저 또한 이런 문제들로 인해 다른 엄마들처럼 잠정적으로 ‘퇴사’를 고민했었습니다. 일개의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려 했습니다. 저 혼자라면 분명 하지 못했을 일이지만 노조원 모두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자보를 써서 들고 또 소식지를 나누며 회사 안팎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회사는 아직 묵묵무답하며 저출산 극복 및 여성의 경력 단절 해결 흐름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 과정 속에서 ‘함께’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느끼며 저 스스로도 변화 가능할거란 확신을 갖게 되었고 더욱더 무단한 노력을 할 마음이 굳게 섰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둬”라고 쉽게 말하지 마십시오. 이 ‘직업’을 위하여 학과에 진학하였고 4년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의 기쁨을 맛보았으며 지금까지 치료사 소명을 갖고 일했고 제가 선택한 저의 소중한 꿈이어서 쉽게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두배 세배 열심히, 그 누구에게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피해주고 싶지 않아 몸은 바쁘고 마음은 힘들지만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워킹맘의 현실입니다. 왜 사회에서는 ‘여자도 일을해야 하는 사회, 맞벌이를 해야 하는 사회’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고충은 다 여성과 개인의 몫이 되어야 하는 건가요.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 고통 부담이 결국에는 저출산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여러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 공약들을 내세웠습니다. 여러 상황을 보더라도 워킹맘 문제 해결은 개인 문제가 아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든 여성 노동자의 시급한 문제입니다.

제가 속한 병원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회사로써 모든 워킹맘이 좀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단축근무·단시간 근로 계약을 시행해야 합니다. 또 복지 개선을 통해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아이를 낳고도 당당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병원 운영방안에만 ‘직원과 환자 모두 행복한 병원’이라 써붙여 놓지 마시고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행복할 수 있는 병원이 되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모든 워킹맘들이 차별없이 또 걱정없이 일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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