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이 지었던 '택리지'에서는 전라도 지역의 풍속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이곳 풍속이 노래와 계집을 좋아하고 사치를 즐겨하며, 사람들이 영리하고 간사하여 문학을 대단치 않게 여기기 때문에 과거에 올라 훌륭하게 된 사람의 수효가 경상도에 비해 적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택리지에 등장하듯이, 전라도 지역사람들의 특성이 이러하다는 것은, 전라도 지방의 지역적 특색과 함께 의식주문제에 대한 환경적 영향이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하다.
전라도 지역은 백제시대를 거쳐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활발한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그리고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넓은 호남평야와 김제평야는 역사상 최고의 벼농사 지역이었으며, 온습하고 비가 많고 수리시설이 풍부하여 벼농사와 더불어 각종 밭농사가 잘 이뤄지던 최고의 농업지역이었다. 이러한 먹거리의 풍성한 환경에 힘입어서, 아마도 전라도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배 부르고 등 뜨시고 하니 굳이 입신출세를 위해서 고생하느니보다, 적당히 놀고 먹으면서 편안하게 살자 라는 식의 풍류적인 의식이 더 강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래서 택리지에 등장하는 전라도 사람들의 한량 기질들을 비꼬는 듯한 설명도 그러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풍성한 먹거리의 본고장인 전라도에서 가장 상징적인 음식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한국사람 모두는 주저없이 비빔밥을 고르게 될 것이다. 비빔밥은 전라도지역의 상징적인 대표음식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음식이기도 하며, 지금시대에는 세계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전라도의 음식들의 대부분은 비빔밥처럼 섞어서 비비고 하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들일까? 그것은 비빔밥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라도 음식들에서도 그 특성들이 드러나진다. 한국 음식들은 찌개나 탕, 전골 등 여러가지를 섞어서 끓이는 음식이 유달리 발달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전라도 지역의 토속음식들은 가장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의 음식은 예로부터 반찬 가짓수가 많고 다양한 젓갈과 발효음식, 그리고 짜게 절이고 삮히는 음식 등, 짜고 맵게 조리고 볶고 끓이고 익히고 등등, 다른 나라 음식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유의 절임과 삮임의 음식들인 것이다.
전라도 지역의 음식이 이처럼 다양한 반찬 가짓수와 비비고 섞고 삮히고 절이고 볶고 지지고 끓이고 등등의 여러 복잡 다양한 조리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은, 첫째로 그 지역의 농산물이 풍족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문화가 오랫동안 발전 계승되면서 그 손맛이 이어져 왔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안에는 전라도 지역민들의 특유한 지방색이 짙게 깔려져 있다는 풍수적 특성도 같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지역의 음식문화라는 것은, 또 다른 측면으로는 그 지역의 문화적 언어적 사회적 코드로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동질적으로는 사람들의 기질과 성향이 음식과 의복, 언어와 문자, 예술과 문학 등에서도 모두 비슷하게 드러나진다고 하는 것이다. 전라도의 대표격인 상징적 음식이 비비고 섞고 합하는 특성을 가진 비빔밥으로 상징화된다면, 그 특성이 전라도 지역의 언어구사로 드러나게 될 때에는 그 대표격이 '거시기' 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 방언으로 알고 있는 '거시기' 라는 말은, 그 어원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지금도 전라도 사람들은 그 지역의 사투리로서 또 친근한 옛말로서 일상 중에도" 거시기' 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거시기' 라는 말의 의미를 굳이 사전적으로 해석을 하자면,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 로서 사용이 되어지는 말이다. 그런데, 전라도지역 출신 사람들과 그 지방에서 어울리다보면, '거시기' 라는 몇 마디만 가지고도 그들끼리의 특유하고 애매모호한 상황에서도 이심전심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히 다 이루어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연 코미디인지 개그인지 분간이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라도의 음식인 '비빔밥' 과 전라도의 말인 '거시기' , 이 둘의 연관성을 따져본다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비빔밥은 상징성은, 서로 잘 맞지 않게 보이는 식재료들을 이것저것 구분하지 않고, 한 그릇에 모두 쏟아넣어서 혼합하고 섞고 비비고 하면서, 모든 식재료를 평균적으로 골고루 분산시켜서 획일화 평균화 단일화를 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구분하지 않고, 내것 네것 구분하지 않고, 높은 것 낮은 것 구분하지 않고, 모든것을 '비스무리'하게 버무려서 간편화 단순화를 시켜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빔밥이야말로 혼합짬뽕식으로 모든 식재료를 다양하게 골고루 섞어서 만들어내는 전라도 음식의 상징격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당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전라도의 상징적 말인, '거시기'의 사용용도를 한 번 살펴보라. 국어사전적 의미를 영어로 표현을 하자면, 정관사 It 에 해당한다. 바로 '그것' 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전라도 에서는 '거시기' 인데, 이 단어의 뜻을 해석한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 다양한 상황 다양한 사용자의 경우에 의해서 실제로 다양하게 해석이 되어질 수 있음이니, '거시기'라는 말은 이 역시도 비빔밥과 마찬가지로, 이것저것을 뚜렷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하나로 뭉통거려서 섞어버린다는 문화적 해석의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 그 지역 그 민족의 음식문화를 분석해보면, 그 문화속의 다양한 상징적 코드들이 언어와 문자와 문학과 예술들에도 다양하게 동질적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다. 전라도 지역의 비빔밥과 전라도 지역의 말인 '거시기' 를 통해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근대사와 현대사를 거치면서 전라도 지역민들의 공통적 기질이었던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적 태도역시 이와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구한말 시대의 민중봉기와 의병활동의 가장 중심지는 전라도 였다. 그 이전에 역사적으로 충신이었지만 역적으로 몰려서 참사를 당했던 위인들의 본거지는 대부분이 전라도였다. 또한 현대사에서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구심점이었고, 부당하고 불합리한 정치권력의 무자비한 폭압 앞에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그 강인함도 역시나 전라도지역의 고유한 특색이 버무려졌던 기질의 표출이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유전자코드에 각인되어져 있는 특성 중의 하나는, 바로 전라도지역인들의 향토적 특색에서 알 수 있듯이, 배부르고 등뜨시고 몸이 편안해지면, 너 나 구분없고, 이것 저것 구분없고, 아래 위 구분없고, 강한 약한 것 구분없이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시켜서 버무려버리려는 기질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앞으로 경제적 발전과 생활수준의 안정이 이루어지는 후세대에는 문화적 사상적 이념적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통일시켜나갈 수 있는 신페러다임을 구상해낼 수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가진 최고지식인들의 나라가 될 것이라는 과거로부터의 여러 예언들이 있었던 것이 그냥 나타났던 것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라도에서도 비빔밥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전주 사람입니다.
생각없이 먹었던 비빔밥, 또 생각없이 했던 거시기라는 말에 이런 재밌고 심오한 해석을 해주시다니!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따 글이 거시기허고 거시기해서 거시기 하네요잉.ㅎㅎㅎ
(비빔밥과 거시기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맛깔나게 표현하시니 참 거시기합니다^^)
풍족한 환경만큼 음식문화가 잘 발전되었네요. 비빔밥뿐 아니라 전라도 음식 맛있다는 이야기가 그런배경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거시기는 경상도의 '가' 가 떠오르게 하네요..^^
가. 가가. 가가가. 가가 가가. 가가 가가가...^^;
거시기가 저런 뜻이 있을 줄이야...
저는 그냥 얼버무려 넘어가기 위한 말인줄 알았어요!
간판에 거시기 있는 것을 보니까...
좀 거시기 하네요 ㅎㅎ
신기하네요..
사투리는 너무재미있는게 많은거같아요 특색이있는게 정말 재미있죠 ㅎㅎㅎ
일반적으로 많이 알지만 이렇게 포스팅으로보게되니 생각하지도않았던걸 알게되는것같아 새로운 단어로 연상이되는것같아요 ㅎㅎㅎ
글을 쓰시는거 보면 항상 쓰는말들이고 하는것들인데 글로써 표현을 해주시니 또다른 묘미가 있는것같아 항상 잘보고갑니다
비빔밥과 거시기를 이렇게 보고 분석할 수 있다니 ... 탄복합니다 . 말씀대로
"비빔밥 문화" "거시기" .. 우리 민족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융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데, 몇가지 장벽만 뛰어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도 거시기라는 말을 처음 접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그래서 그게 무슨말이냐니까 참 애매하게 답변을 해서 참 거시기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묘하게도 거시기라는 뉴앙스가 느껴집니다.
아마 공통된 문화적 배경이 필요한 말이 거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서 저는 일종의 이심전심의 경지로 보고 있습니다^^
호남의 언어에 그런 뜻ㅇ ㅣ숨어있었군요. 배우고갑니다
"거시기 그 뭣이더냐....그... 그거 말이여..."
얼버무림은 똑부러지지 못하고 모자라 보이는 경향도 있지요.
좋은게 좋은 것이었고, 편한게 장땡이고 그랬었는데..
어느순간 우리 사회는 각박해지고 깐깐하고 살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비빔밥처럼 한데 고루섞여서 둥글둥글 지내면 좋을 것을요..
비빔밥과 거시기! 생각지도 못한 관계였는데 이렇게 풀리네요!
참 세상사가 신기합니다^-^
거시기라는 말은 참 유용?하게 쓰이는거같아요ㅎ
거시기가 거시기혀서 거시기헌데라고 해도 전라도분들은 다 알아듣는 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알고 나면 아주 알아듣기 쉬운 말이라는걸 알게 되구요~ 비빔밥도 이것저것 넣어서 이게 무슨맛일까 하고 먹어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 익숙하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저의 느낌을 적어보았습니다 ^^
거시기로 대화를 해본 1인입니다.
전라도민만의 특이한 특색이 있는 단어를 비빔밥과 견주어 설명해주시다니 !!! 재밌게 잘 읽었어요.
거시기의 뜻과 한국인의 미래성향을 멋지게 표현해주셨네요! 저 비빔밥 넘 맛나 보여요 ^^
전라도에 대한 묘사를 쭉 읽으니 거의 축복받은 땅처럼 느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전라도 음식이 맛이 좋았던 게 역시 아니었군요. 땅과 날씨가 만나 지역성까지 뚜렷해진 이야기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