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글은 재미가 없어. 그래서 안팔려.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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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글은 재미가 없어"


소설 수업을 마치고 합평회가 끝난 후, 뒷풀이 자리에서 동기가 내게 했던 말이었다.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니 글은 재미가 X도 없어"였다.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소설을 전공...했지만,
아니 사실 소설을 졸업작품으로 내고 허겁지겁 졸업했으니 소설 전공이라고 칭하기 뭣하지만
아무튼 나는 내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특히나 학부 1,2학년 시절에는 서사의 이론이니 뭐니
잔뜩 힘이 들어간 글을 쓰며 스스로 난 졸라 멋있어,하며 만족했던지라
그 말은 살짝 충격이었다.
왜냐면 내 글은 완벽했거든.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완벽한 구성'과 '담백하지만 수려하고 독특한 문체'였다.
먼저 구성을 완벽하게 짜고 모든 떡밥을 마지막까지 회수하는 것,
그리고 그 단단한 구성 안에서 멋진 문장을 쓰는 것이 내 이론이었다.

이새끼가 왜 수업시간에는 극찬해놓선 술처먹고는 지랄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글을 써내려가는데
구성 단단하게 짜고 멋진 문체란 문체는 다 갖다썼는데 글을 썼는데 재미가 없더라.
글을 쓰는 것도 재미가 없고 내가 읽어도 겁나 지루하고 따분하더라.
예전에 쓴 글을 읽어봤는데 그 역시도 힘만 잔뜩 들어가있고 읽히지가 않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만한 주제에
재미없는 소리만 재잘재잘 늘어놓으니 뭐 이건 읽는 게 고문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내글에 대해 X도 재미없다고 했던 동기의 말이 맞았던 거였다.

스팀잇에 와서도 똑같다.
독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생각하면
이 많은 피드 하나하나 다 읽기 버겁다. 난 재밌는 글만 읽고 싶다.

물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글 만이 재미있는 글이 아니다.
내가 관심있는 요리 이야기, 역사 이야기, 맛집 이야기, 노래 이야기,
육아 이야기... 뭐 내 관심사에 맞는 이야기가 다 내게 있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사는 다를지언정 '본인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보팅을 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보상을 많이 받고 싶으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하면 된다.
SNS처럼 쓸 거면 보상은 조금 덜 받을 지언정 재미있게 일상을 올리면 그만이다.

또 이 매체의 특성상 가만 앉아있어서는 글이 '안팔린다'.
피카소가 그림 올려놓고 가만 있으면 1달러나 찍힐까?
피카소 할아버지가 와도 그건 안될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그런데 가만 앉아있으면서 '내 글 재미있는데
고래 글만 보상 잘나오고 빼애애액' 하는 분들이 몇 보이시는데,
이건 전혀 이 매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매체를 공부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든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게다가 이런 분들 꼭 보면 주제 또한 '남들이 관심 없는 주제'를 쓰고 있다.
그리곤 '얘는 일상생활 올려도 보상 잘받는데
(완벽한) 내 글은 보상이 이따구냐'하며 스팀잇을 떠나거나 어그로를 끈다.

스팀잇이 무슨 대단한 예술가들 모임도 아닐 뿐더러
황금의 눈을 가지고 있어 역대급 작품을 발굴해낼 수도 없고
그럴 의무도 없으며
솔직히 님 글은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재미없다.
여기서 돈이 안되면 예술 커뮤니티에 올리든 뭐든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떠나면 되는 것이고.
가만 앉아서 내 똥구녕에 돈 깔아주기를 바라는 건 너무 오만한 거 아닌가?
본인의 작품이 그정도라고 생각하나 정말?

언젠가 블록체인에 박제된 본인의 글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
내가 느꼈듯이 내 글이 X도 재미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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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반대로 너무 보잘것없는글에 높은보상이 찍혀서 혼란스럽네요 -ㅅ-;;;

저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혹은 고래가 좋아했기에 보팅이 많아졌겠거니 생각합니다. 뭐 어쨌든 간에 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였겠죠!ㅎㅎ
근데 스텔라님 글은 재미있어요!ㅋ 보잘것 없지 않습니다 늘 즐겁게 읽어요

그래서 저는 존버 정신을 택했습니다.
자신이 없으면, 어떠한 보상이든 상관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존버정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시나 제 글들 또한 노잼입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해요

맞아요!!!!!!
솔직히 본인이 재미있는 글 쓰면 그것도 그냥 그만이지요!
저도 존버정신 굿굿!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데뷔일 누가 관심있겠습니까 제 팬심덕밍아웃한거 누가 좋아할까요..
그런데 만약 왜 오늘 우리오빠들 데뷔날인데 너네 보상안줘! 빼애액할 수 없듯이
그저 보상이 좀 적으면 적구나
많으면 누가 내글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조금 더 멘탈관리가 될듯합니다:)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완벽한 구성'과 '담백하지만 수려하고 독특한 문체'였다.

팔리는 소설을 쓰고 싶은 아마추어소설가로서,,, 저도 비슷하게 글을 씁니다. 우선 구성을 완벽하게 짜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문체를 만들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팔리는 소설,,, 재밌는 소설을 쓰는 방법은... 계속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하나 얻어걸려 빵 터지면 되는 것 같아요.
신인문학상 받은 소설들... 대부분 합평땐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겨 너덜너덜해진 소설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 고집대로 안 고치고 출품했는데 대상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해요. 그러니 합평도 그냥 참고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파이팅입니다. ^^

글 재미있는데요?
자신감을 가지세요. ㅎㅎ

고래글 보상 빼애액!ㅋㅋㅋ 머릿속에 부정이 가득한사람일듯

허니님이야 넘나 재치있으신!

저는 희한하게 그냥 막 별 생각없이 쓴글은 보상이 높고
뭔가 이건 꼭 알려야해 하며 생각많이 하고 쓴 글은
보상이 낮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어떤 글이 빵터질지 모르니 그냥 적고싶은 글
마구마구 적어봅니다~

계란먹고 사이다 마신 이기분은 뭐죠?
완전 허니님 글은 사이다 같은 글이네요 !
즐겁게 즐기면 되죠 !! 힘잔뜩주고 쓴글은 어려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힘잔뜩 주고 읽게 되더라구요. 헤헷

읽기 쉬운 글이 결국 재미있는 글 같아요~
허니님 글은 항상 너무 재밌어요!!

사이다 2병 마신 기분이네요.ㅋㅋㅋ
그렇게 잘난 글이면 출판사에 가서 책을 내보셔~

문창과를 나오셨군요! 저도 너무 가고싶은 과였지요... 읽은 내내 저보고 하는 말 같아 찔립니다 흑흑.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좋은 글에 답글 달고 하다보면 정말 시간이 휘리릭 가버립니다. 저도 재미있는 글만 읽고 싶은데 가끔은 제 글에 와서 부지런히 소통해주시는 분들의 글들에는 일부러 가서 읽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싶은데 재미있는 일이 잘 안일어나기도 한다는 ㅋ

완전 공감...ㅠㅠ
제가 하고싶은걸 스팀잇에서 하면 인기가 없을게 뻔하고
읽힐 만한것만 쫓아 가는 건 또 싫고
그 두개의 타협점을 찾기도 쉽지 않고... 고민...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ㅋㅋ

왜 이리 션한걸까?
가만! 이거 가즈아 아니네용!^^;
지난글 보며 낮뜨거워지는 우린
그래도 발전하려는 기특한 사람들이라고 봐요ㅎ

블록체인에 박제된게 사실 좀 무서워요 ㅋㅋㅋ
졸업작품은 온라인으로는 다 지워버렸고
이미 발간된 졸업작품 글모음집은 하나씩 불사르고 싶을지경ㅠㅠㅋㅋㅋㅋ

나도 서예 첫작품했던것을 없에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워요.
그처럼 못썼을 때는 다시 오지 않는데....

정말 재밌음에도 묻히는 글들이 있으나,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내한다면 빛을 볼 날이 있겠죠.

그쵸.. 플랫폼의 특성도 모르고
쟤는 고래라서 돈 많이 번다,
쟤는 고래들한테 굽신거리고 보팅풀만든거 아니냐 하는 식의 터무니없는 비난만 하는 것이 안타까워보입니다ㅠ 존버는 승리합니다! 존버는 빛을 봅니다!!!!

아이쿠... 정곡을 팍 찌르는 글이네요..^^;;

으앙 ㅠㅠ

울지마... 그래도 나 니글 맨날 읽으러가잖아
솔라 싫어하지만 간부맡아서 휴.... 의무적으로 예뻐하는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ppylazar 형이랑 모든 소모임을 기업화시키려고 구현중이야. 기대해줘

흑 ㅠㅠ 정곡을 찔린 것 같아 슬픕니다.

글을 공부하신 분들도 이런 고민을 하시는군요. 오픈 마인드 보기 좋네요. 완전무결함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면 스팀에선 아무래도 조금 힘들겠죠.

@yourhoney님의 글에 조금은 공감을 합니다.
어떤 누구도 어떤 누구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일상생활 내에서...)

잘난사람 못난사람 기준은 어디서 나온걸까요??
글쓰시는 작가님 멋지십니다. 제 생각인데
어떤 누가 작가님의 글을 형편없다 하여도 어떤 누구는 작가님의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공감하는 사람들은
작가님의 편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보상이 많지는 않은 분이시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는 작가님의 글도 있어요.
하지만 "왜 고래들 글은 별거 아닌데도 보상이 크고 나는 보상이 적냐",
"내글은 좋은데 왜 안읽어주냐"라고 불평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글이 더 나은 가치를 가진 글일 수 있죠.
하지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기준을 나누고 판단하는 것이 무례하듯이
그리 불평하는 작가님 또한 '고래들의 글은 내 글보다 못해'라고 단정하는 것, 그것도 굉장히 오만한 거라 생각합니다.

누가 그 글이 좋다는 기준을 세웠나요.. 결국은 본인인데..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 해서 자주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 헤헿ㅎㅎㅎ 뉴비님 자주봬요!!

고래글 보상 빼애액!

이런 표현은 문창과에서 알려주나요? ㅎㅎㅎ 소설가셨군요. 허니님 ㅎㅎㅎㅎ 저의 글도 재미없는데 보상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늘 부끄부끄하답니다. ㅋㅋㅋ

글 잘쓰는 분들 부럽습니다.
회사에서 보고서 쓰면 5번이상 찢기는거 같아요.. 마음도 찢...ㅠㅠ
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보고 따라하다보면 늘겠죠 ㅎㅎ

x도는 1도죠? 욕아니죠~?그래도 하니님은 제 포스팅에 자주 와주셔서 다행이네요 그냥 의무감일 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또인데여......

여기 가즈아인줄 알고 ㅋㅋ댓글 쓸뻔했어요
유어허니님ㅋㅋ쓰시는글 모두 꽃길만 가길🙏

유어허니님 앞으로도 재밌는글 자주자주 써주세요~ 어쩐지 글을 재밌게 쓰신다 했더니 전공부터 남달랐군요 :) ㅋ

흑역사로 받는 보팅인가요 ㅋㅋㅋㅋ

그쵸. 우리에게 보팅을 해주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지극히 평범한 분들이라, 글이 읽히기 전에 도달하지 않으면(노출되지 않으면), 그리고 잘 읽히지 않으면, 아무리 가치가 높은 글이어도 보싱을 받기 어려운거니까요.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당연하겠고, 스팀잇에서도 마케팅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재밌어요 유어 허니님! 자주 포스팅 해주세용!!

힘내세요!

그냥 편하게 올리고 싶은것을 올리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써보는 중입니다. 아직은 적응기니까요^^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오늘 글은 X도 재미지네요! ㅎㅎㅎ

난 허니님 글 재밌눈뎁...
글쓰느라 들인 시간과 정성이 있기에 최대한 재밌게
읽어보려고 애씁니다.
또 재미는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 따라
글에 흥미가 생기기도하는거라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맞출 순 없겠지요

다른 사람글은 몰라도 허니님 글은 재미가 X도 있어요 ㅋ

후...
제 글도 진짜 재미없는데....
재밌게 쓰고 싶은데
그래도 유어허니님은 재밌기라도 하죠..

그나저나 저 저번에 듣던 신화 노래들 중에
뭐더라 I pray 4 you인가...
머리속에 3일간내내 맴돌아서
뭔가 멜로디에 빠진건지..
좋은 건 좋은건데
살려주세요 ㅋㅋㅋㅋㅋ

근데 스팀잇이라는 공간은 매우 다양성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만 쓰면~
거의 "고래 스파 이야기" "스팀잇에서 살아남는 법"
"셀프보팅이나 어뷰징 이야기" " 암호화폐 이야기"
"단순 이벤트" "어그로성 글들" 등등의 글들만 살아남을걸요?
저도 제 공들이는 컨텐츠들보다 그런 글들이
보상을 훨씬 많이 받길래 보팅 받을라꼬 가끔 쓰기는 하지만~ ㅋㅋㅋ
대세글들 볼때마다 아주 지겨워 죽겄습니다~
왜 이렇게들 맨날 똑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지~ㅋㅋㅋ
사골국물도 아닌데 말이죠~ ㅎㅎ

저는 누군가는 초반에 보상을 못받고~
자리잡는데 가시밭길을 걸어야하겠지만~

스팀잇에서 보팅 많이 받을 수 있는 글들보다도
다양한 주제의 컨텐츠들을 많이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인기있는 주제들도~
스팀잇이라는 블로그에서는 찬밥 신세 받는게~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적어도 스팀잇이 어느정도 블로그 기능을 갖고 있다면요~ ㅎㅎ

물론 고래들이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밀어줘야 할 의무는 없겠지만~

공감합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 중 하나로서 매우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재밌게 쓰기 참 어렵죠. 내가 쓴 글에 객관적이 되기도 참 어렵고요.

그래서 저는 '글'을 안 씁니다..! 그저 '쌀'뿐...

배설하고 있을 뿐이죠... @yourhoney님 글 읽고 엄청 뜨끔하고 지나갑니다 ㅠㅠ

좋은글 너무 감사합니다!!

태풍이 뺨을 때리는 듯한 속시원한 글이네요 ㅋㅋ 그나저나 소설을 쓰셨다니! 멋지십니다.

니 글은 재미가 X도 없어

후아 몸쪽 꽉찬 묵직한 돌직구네요.

안쪽으로 꽉차게 들어오는 묵직한 팩트에 혼절 위기..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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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제가 읽었던 카피라이터 분이 쓴 대목...

나는 글을 쓸때 두가지를 생각합니다.
의미와 재미
의미가 있거나 재미가 있거나
둘다 아니면 버립니다.
.....
당연합니다. 의미도 재미도 없는 글을 누가
읽어주겠습니까?
카피책 - 358p.

가 떠올랐네요...

잘 보고 갑니다.

 8 years ago (edited)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