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X 11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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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린다 : 아, 수고하십니다!
티다 : 안녕!
셰린다 : 아 참! 시모어 노사와 유우나 님이 결혼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멋진 이야기예요. 빨리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주고 싶어요!
티다 : 누구한테 들었어?
셰린다 : 구아드족한테요. 다들, 진심으로 기뻐하던걸요.
티다 : 사실은 좀 달라. 유우나는 거절할 생각이거든.
셰린다 : 네? 정말이요!?
티다 : 응, 결혼 안 해.
셰린다 : 그런가요... 실망이네요. 온 스피라가 기쁨과 축복으로 들뜨게 될 텐데...
와카 : 오~! 가깝군 가까워! 으하하하하하~!
루루 : 얼른 가자.
와카 : 예이 예이.
류크 : 헤헤헤헤...
와카 : 응? 무슨 일이야?
류크 : 헤헤헤헤...
티다 : 헤헤헤헤... 라니 왜 그러는데, 기분 나쁘게.
류크 : 싫어어어어!! 싫다고~! 이제 싫어~! 번개 싫어~! 저기서 쉬었다 가자! 응? 응?
아론 : 이곳의 낙뢰는 그치는 일이 없다. 그냥 빨리 통과하는 게 좋아.
류크 : 알고 있다구~! 엄살이 아니란 말야~!
티다 : 라고 하는데? 어쩌지?
류크 : 부탁이야~! 쉬었다 가자~! 번개는 싫단 말이야~! 쉬자, 응? 제발! 이렇게 싫다고 이야기하는데... 너무해... 너무하다고... 피도 눈물도 없어... 혹시, 즐기는 거야ㅡ?
아론 : 어쩔 수 없군, 잠시 쉰다. 시끄러워 죽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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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평원 여행공사]
유우나 : 조금... 피곤하네요... 방은 있나요?
점원 : 앗, 소환사님이시군요. 자, 저쪽 방을 쓰시면 됩니다.
유우나 : 감사합니다.
와카 : 이봐, 유우나?
루루 : 조금 이상하네.
티다 : 그렇게 무서워?
류크 : 어릴 때, 바다에서 놀고 있는데 마물이 습격해 왔어. 같이 있던 오빠가 마법으로 물리치긴 했는데... 꺄아아!? 오빠가 당황해서, 나한테 마법을 맞춰버린 거야! 선더 마법으로 바바바방~! 하고.
티다 : 으아...
류크 : 그때부터 번개, 무서워...
루루 : 하지만 유효한 전법이긴 하네. 물 속에서 나타나는 마물은 마법 공격에 약하거든.
류크 : 아! 오빠도 그렇게 말했어!
루루 : 너희도 기억해 두지 그래?
류크 : 꺄아아아!?
루루 : 무리겠네.
린 : 여러분이셨군요. 저희 여행공사에 어서 오십시오. 어라?
류크 : 쉬잇~!
린 : 음, 알베드어 공부는 어떻습니까?
티다 : 그럭저럭.
린 : 그거 다행이군요. 그러면, 더 많은 진보를 위해서 이 책을 드리도록 하지요.
(알베드어 사전 제14권을 입수했다.]
린 : 그런데... 저분... 혹시 아론 님?
티다 : 맞아.
린 : 역시 맞았군요. 미헨 가도점에서 뵌 이후로 계속 신경이 쓰였거든요. 아론 씨! 기억 안 나십니까? 무려 10년 전... 브라스카 님의 고요절이 시작될 무렵이요.
아론 : 아아, 그땐 신세를 졌었지.
린 : 무슨 말씀을. 중상을 입은 분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홀연 모습을 감추셔서 깜짝 놀랐었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걷지도 못할 정도의 상처였으니까요.
아론 : 미안한데...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린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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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다 : 어라? ...우와!?
유우나 : 뭐, 뭐야!?
티다 : 저... 저기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고... 미안, 내가... 괜히. 아! 저기! 방금 그거, 구아드족의 지스칼이었지?
유우나 : 응. 유언이었어.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티다 : 아들이라면, 시모어잖아? 잘 부탁한다니 뭘 어떻게 해달란 거야?
유우나 : 미안...
와카 : 뭐 하는 거냐, 이 녀석!
티다 : 유우나가 좀 이상한 거 같아서!
와카 : 누가 그걸 모르냐! 곧 스스로 말할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주자고.
티다 : 아파 아파 아프다고! 알았어! 알았어! 기다릴게! 아프다니까!!
와카 : 어떤 귀찮은 일이 있어도 우리는 유우나의 가드다.
티다 : 알고 있어.
와카 : 그럼, 평소처럼 여행을 계속하자고.
류크 : 번개, 안 멈추네...
아론 : 멈추길 기대했던 거냐.
류크 : 꺄아!
아론 : 평생 그러고 있던지.
류크 : 알았다고... 그치만! 꼭 그런 식으로 말할 필요는 없잖아! 좀 더, 이렇게 다정하게 격려해 준다든지! 그러면 나도 꾹 참고, 갈 수 있을 텐데! 내 마음은 전~혀 몰라준다니까, 정말! 아저씨! 듣고 있는 거야~? 절대 안 져~! 으갸갸갸... 내가 질줄 알고~!
[번개 평원 북부]
유우나 : 다들... 잠깐만.
와카 : 왜 그래?
유우나 :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루루 : 여기에서?
류크 : 조금만 더 가면 종점인데 얼른 가자~
유우나 : 지금 이야기하고 싶어!
아론 : 저기서 듣지.

티다 : 안 좋은 예감은 항상 적중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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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나 : 나, 결혼할거야.
루루 : 역시...
류크 : 히익!
와카 : 저기, 어째서 그러는 거야? 마음이 바뀐 거야?
유우나 : 스피라를 위해서... 에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론 : 납득이 안 되는 설명이야.
루루 : 혹시... 지스칼 님과 관계 있는 거니?
티다 : 아! 그 스피어!
아론 : ...보여줘.
유우나 : ...안 돼요. 먼저, 시모어 노사와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문제예요.
와카 : 섭섭한걸.
아론 : ...좋을 대로 해라.
유우나 : 죄송해요.
아론 : 그러나 한가지만 묻지.
유우나 : 여행은 그만두지 않아요.
아론 : 그럼... 됐어.
티다 : 잠깐만, 아론. 여행만 한다면 다른 건 아무 상관없단 거야!
아론 : 네 말대로다. [신] 과 싸울 각오만 버리지 않는다면... 무슨 선택을 하든 소환사의 자유다. 소환사의 권리기도 하다. 각오와 맞바꾼 권리.
티다 : 하지만, 이건...
와카 : 유우나, 하나만 물어볼게. 시모어 노사와 이야기만 하는 걸로는 안되는 거야? 꼭 결혼해야만 하는 거야?
유우나 : ...모르겠어. 하지만, 각오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와카 : 그, 그렇군.
류크 : 유우나...
(우르릉, 콰쾅!)
류크 : 시끄럿! 항상 각오만 하게 만드네... 미안해.
유우나 : 아니야... 괜찮아.

티다 : 뭐가 [미안] 하고 뭐가 [괜찮다] 는 건지... 무얼 [각오] 하고 무슨 [권리] 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나만 생각이 동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버리면, 난 이 스피라에서... 혼자다. 내가 외톨이라는 것을 느끼는 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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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 어쨌든, 지금은 [마카라냐 사원] 으로 간다. 유우나는 시모어를 만나서 원하는 이야기를 하면 돼. 우리 가드는 그 결론을 기다렸다가, 이후의 여행 계획을 생각한다. 알겠나.
[마카라냐 숲 남쪽]
아론 : 유우나가 신경 쓰이나?
티다 :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겠어.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아론 : 단순히 생각하면... 결혼을 승낙하는 것을 빌미로... 시모어와 교섭할 생각이겠지.
티다 : 무슨 교섭?
아론 : 글쎄.
티다 : 혼자서 괜찮을까.
아론 : ...기대하기 어렵다. 시모어 쪽이 한 수 위니까.
티다 : 그걸 알고 있다면, 무슨 수를 써야지?
아론 : 유우나가 그걸 바라지 않아.
티다 : 흐으음... 그것도 이해가 안 되는걸. 우리를 못 믿는 건가?
아론 : 반대겠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마음먹었을 테지.
티다 : 응, 그런 것 같아. 하지만, 그래서 더 걱정된단 말이지. 그냥 말 정도는 해줄 순 있잖아.
아론 : 그걸 못하는 성격이다. 쓸데없이 착한데다 결심이 강해서 ...남에게 기대질 못해.
티다 : 잘 봤네.
아론 : 유우나는 알기가 쉬워.
티다 : 하하하... 그건 맞아.
아론 : 언젠가 가드가 나설 때가 온다. 그때는, 네가 잘 받쳐줘라.
류크 : 늦어~!
티다 : 미안!

티다 : 나는 신기하게도 침착해져 있었다. 유우나의 결혼은, 내가 상상하는 그런 결혼이 아니라... 그렇다, 여행을 계속하기 위한 잠깐의 의식 같은 것... 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음, 뭐랄까... 포기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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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다 : 가볼까, 유우나.
루칠 : 유우나 님, 무사히 도착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혼약도 축하 드립니다.
엘마 : 시모어 노사의 심부름꾼이 맞이하러 나온 모양입니다.
루칠 : [마카라냐 사원] 은 저쪽 길로 가시면 됩니다.
발테로 : 어ㅡ이! 너희들, 도나 못 봤어?
티다 : 도나? 못 봤는데.
와카 : 무슨 일이야?
발테로 : 숲에 들어오고 서로 엇갈려서... 젠장! 어디로 가버린 거지!?
아론 : 침착해라.
발테로 : 하지만! 그 녀석한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론 : 허둥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도나가 무사하다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찾을 수밖에.
발테로 : 하지만!!
아론 : 가드가 허둥대면 소환사는 어쩌겠나.
발테로 : 그렇군요...
아론 : 도움이 필요한가?
발테로 : 아니요, 혼자서 충분합니다! 아론 씨, 고맙습니다.
와카 : 왜 그래?
류크 : 아, 힘내라고 말하려 했을 뿐이야.
[무지개처럼 색깔이 바뀌는 나비가 여행자를 비밀로 이끈다... 빨간 나비는 불길한 심부름꾼... 가까이 다가가면 무서운 마물을 부른다... 파란 나비는 행운으로 이끄는 길잡이... 7마리를 만나면 금은보화가 약속된다.]
오오아카 : 경축! 시모어 구아드 노사님의 성혼! 특별 기념 가격 체험판! ...비싼 것 같아?
티다 : 너무 비싸.
오오아카 : 이건 어때! 당분간은 이 가격으로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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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 잠깐 멈춰. 분명... 이 근처다.
티다 : 뭐가?
아론 :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
유우나 : 하지만, 아론 씨...
아론 : 오래 걸리지 않아.
티다 : 여기는... 평범한 물이 아닌 거야?
아론 : 스피어의 원료가 되는 물이다. 사람의 추억을 봉인하여, 담아두는 힘이 있지.
티다 : 뭐야!?
아론 : 추억이 모이는 장소에선 마물이 자라기 쉽지.
(젝트의 스피어를 발견했다!)
와카 : 꽤 낡았군. 이거, 내용은 지워졌겠는걸.
아론 : 10년 전, 젝트가 남긴 스피어다. 한 번 봐라.
티다 : 아... 으응.

아론 : 너, 뭘 찍는 거냐!
젝트 : 잘 모르겠지만 긴 여행이 될 거잖아? 신기한 것도 많이 볼 수 있지 않겠어? 그래서, 전부 스피어에 기록해서... 아내와 꼬맹이한테도 보여 주려고 말이야.
아론 : 이 여행은 소풍이 아니야!
젝트 : 그런데, 브라스카. 명색이 [신] 과 싸우는 소환사님의 여행인데... 이건, 뭐랄까. 마치 야반도주 같잖아?
브라스카 : 난 이걸로 됐어. 배웅객이 많으면, 오히려 각오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
젝트 : 그런가... 뭐, 자네가 이곳에 돌아올 때는 좀 더 떠들썩할 테니까. [신] 을 쓰러트린 영웅의 화려한 개선 퍼레이드!
브라스카 : 슬슬 가지. 이러다 해 뜨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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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카 : 아론, 조금 더 가까이. 좋아, 됐어.
젝트 : 너무 싫은 티 내지마, 답답한 녀석.
아론 : 시끄러.
젝트 : 브라스카, 너도 같이 찍지 그러냐? 유우나한테 좋은 선물이 될 거야.
브라스카 : ...그렇겠군.
아론 : 브라스카 님... 이런 일을 해서는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합니다!
젝트 :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아론 : 이 여행이 어떤 여행인지 가르쳐 주지!
브라스카 : 아론!

티다 : 뭐야... 뭐가 저렇게 재미있는 거야.
류크 : 뒤에 내용이 더 있나봐.

젝트 : 여어. 네가 이걸 보고 있다는 건... 나와 마찬가지로 스피라에 와버렸단 이야기겠지? 돌아갈 방법을 몰라서 엥엥 우는 건 아니냐? 뭐 울고 싶은 심정은 이해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울고 있을 수만은 없어.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내 아들이니까. 아... 뭐냐, 그... 안 되겠어. 말이 정리가 안 되는군. 아무튼... 건강하게 지내라... 그것뿐이야. 그럼.

티다 : 마지막에 와서 진지한 척 해봤자 설득력 없어.
아론 : 척이 아니다. 그때, 젝트는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다.
티다 : 각오?
아론 : 젝트는... 항상 자나르칸드의 집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었어. 풍경을 스피어에 담아둔 건 돌아가서 너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면서 스피라를 알았고, 브라스카의 각오를 알면서... 그래,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사이에 젝트의 마음은 바뀌었지. 젝트는 브라스카와 함께 [신] 과 싸우기로 결심한 거야.
티다 : 돌아가길, 포기했다는 건가...
아론 : 각오란, 그런 것이다.

티다 : 왠지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자나르칸드에 돌아가는 방법을 못 찾아서 각오했다. 실은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지 못하니까 각오했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혹시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 하더라도... 도중에 동료들과 이별을 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티다 : 자~ 출발하자고!

티다 : 포기가... 각오로 바뀐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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