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3

in #kr6 years ago

<시작>

-2018년 설날에는 떡국을 먹자

이번 설에 하고싶었던 일이 딱히 있지는 않았지만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방금 생겼다. 택배상하차알바. 도대체 이 겨울에 쌀포대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빵이나 라면으로 올 겨울을 나주십사 빌고싶은 마음이다.
생육하고 번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연휴에 일을 하기 때문인지 이 시점에 일을 하게 만든이유때문인지 헷갈린다. 아마도 내 DNA를 후세로 전달하지 못할 것 같기에 다른 삶의 이유를 찾아봐야할 것 같다. 알바는 하루만에 때려치웠다.
그러나 엄마,아빠(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기엔 어색해다)는 내 생육과 번성에 굉장히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가시는 중이라 다른 삶의 이유로 대체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용돈을 보내드리고 이번 설에는 엄마집방문을 스킵해야겠다.
먹는 것에도 큰 재미를 느끼지 못 해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고 특별한 취미도 없어 비는 시간이 생기면 난처하다. 명절이 그런 경우인데 유투브를 좀 보다가 바람이나 쐴겸 동네 뒷산에 나갔다. 조금 걸어올라가다 힘들어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켰다. 그렇게 40분동안 유투브를 보다 내려왔다. 올라갈땐 몰랐는데 그 벤치는 뒷산 초입이었다.
설 당일에는 자주가는 동네 밥집이 쉰다. 간단히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사려는데 간편식들이 진열된 선반이 눈에 띈다. 편의점 업체의 설날 기간 특별 2+1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세 살을 먹고 싶진않지만 내 몸안의 조선인 DNA가 떡국이 당기는 듯 하다.
간편 떡국을 사서 집에 왔다. 떡국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돌리거나 직접 끓이는 방법이 있다. 나는 직접 끓이기로 했다. 우리집엔 전자렌지가 없으니까. 떡국이 끓는동안 라면을 넣을지 말지 고민했다. 라면을 넣으면 라면떡국이 아니라 떡라면으로 주객이 전도 될것같아 참기로 했다. 설인데 그래도 떡국을 먹어야지.
5분쯤 시간이 지난뒤 조리된 떡국을 냄비째 먹으며 유투브를 본다. 별 할일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간편식치곤 나쁘지않은 맛인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떡국을 퍼먹었다. 그래도 이번 설에는 떡국을 먹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