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약을 선택한 그대에게

in #matrix6 years ago (edited)

매트릭스가 남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모피어스가 내민 빨간 약이다.

실제로, 엘론 머스크나 저명한 몇몇 과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상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일부 유튜버는 논리적으로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면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가상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 그렇다면, 그 가상현실 속에서 또 다른 실제 수준의 가상현실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수히 만들어진 가상현실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실, 모피어스가 내민 빨간 약 앞에서 그것을 선택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나에게, 실제 이 세상이 가상현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이 가상현실일 확률을 믿든 믿지 않든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가상현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나의 현재에 만족하냐에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모피어스의 알약처럼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 노예제나 봉건제에서는 개인의 자유는 더 제한되었지만, 전쟁을 통해 새로 잡아온 노예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그가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쳤다. 오늘날 기업은 면접이라는 것을 보고, 학교와 학원은 그 면접에 통과하기 위한 스펙을 쌓아준다. 개인이 부모나 자신의 돈으로 먹고 입고 기술을 배워서 더 잘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사람을 부리는 비용이 감소함에도 더 잘 준비된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역시 현실은 역시 모피어스 빨간 약의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다.

오늘, 그렇게 동료가 빨간 약을 선택했다.

내가 오늘을 버티는 데 필요한 동료이기에 그에게, 빨간 약을 먹게 되면 그동안 누려오던 나름의 안락함을 잃게 될 것이고 어느날 추운 현실 속에서 사이퍼처럼 과거의 안락했던 기억을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한다.

사실, 절반은 솔직하지 않은 이야기다.

빨간 약을 먹어보지 않은 내가 경고하는 것은, 마치 2차원의 평면에 살고 있는 내가 3차원 세상의 손가락이 남긴 그림자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동굴의 우상에 그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동료가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던 이들에게는 할 말이 많았지만 오늘 동료는 그냥 좀 쉬겠다고 한다. 나의 머리는, 나의 입은, 나의 눈은... 마치 프로그램의 버그처럼 우왕좌왕하며 답을 찾지 못한다.

네오에게 날아가던 총알들이 멈춰 떨어지듯이, 그에게 던지는 나의 충고와 설득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결론은.... 축하다.

사랑이 적어서가 아니다.

빨간 약을 먹고 대면하게 될 거친 현실을 버텨내겠노라고 자신하는 그의 강인함에 대한 부러움이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의무감과 현실의 굴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안쓰러움이다.

꿈이다.

나비다.
응원이다.
당신의 선택이 세상을 바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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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쓴 글인데, 이렇게 썰렁하군요. 이미지도 넣고, 정보성도 가미해야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