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파리 한바퀴_프랑스 여행기02

in #paris6 years ago (edited)

파리에서 여정을 짜는 일은 쉽지 않다. 워낙 볼 곳이 많은 도시라 시간을 쪼개어도 모든 곳을 볼 수는 없다. 전통적인 유적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 고 있는 파리의 모습도 느껴보고 싶어 더욱 가야할 곳이 많아진다.

이럴 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다. 꼭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 결국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처럼 누군가에게는 Must Go 장소 였을 곳을 대폭 리스트에서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날, 파리 여정은 몽마르뜨 언덕으로 시작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이라 첫 목적지로 잡은 곳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파리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며 반 고호나 세잔느 등 유명 화가들이 즐겨 찾기도 했던 ‘예술의 언덕’이기도 하다. 구글맵이 이끄는 가이드에는 고호가 머물렀던 아틀리에, 피카소 박물관 등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몽마르뜨로 향하는 길 어디에도 요란한 간판같은 것은 없었다. 주소를 확인하고 자세히 다가보면 문패 같은 것에 ‘피카소 박물관’이라고 ‘유세의 용도’가 아닌 ‘안내 목적’의 글귀가 있을 뿐이다. 피카소 박물관 따위 크게 강조할 것 없는, 그런 곳이 파리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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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같은 언덕길을 오르니 사크레퀴르 대성당이 위용을 드러냈다. 그 앞으로 한 눈에 파리 시내가 펼쳐졌다. 골목길의 비좁음과 달리 탁 트인 시야에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층건물이 보이지 않는 파리 시내는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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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다양한 편집샵들이 모여 있는 마레지구. 독특한 디자인, 색감등을 즐기다 1730년에 문을 열었다는, 빵집을 찾았다. 눈이 즐거운 디저트가 즐비했지만 너무 배가 불러서 먹지 못하고 마카롱만 사서 나왔다.

파리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루브르나 오르세 대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선택했다. 나의 취향이 독특한 것 인정.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유명해진 서점이다. 헤밍웨이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이 찾았다고 한다. 파리 시내에 영어책을 볼 수 있는 서점으로 만들어졌고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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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을 오고 싶었던 이유는 책방 이름 때문이었을게다. ‘영문학도’였던 내 젊은 날의 감성을 소환한달까. 세익스피어는 그가 쓴 희극으로 유명하지만 ‘연애시’라고 할 수 있는 소네트도 여러 편 쓴 시인이기도 하다. 스무살 시절, 세익스피어의 싯귀에 감동했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점에서 바라 보니 센강 너머 노트르담 성당이 있었다. 예정엔 없었지만 안 가 볼 수 없다. 무려 70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성당에서 다시 한 번 프랑스 문화 유산의 깊이를 느끼며...

다음 목적지는 에펠탑. 몽마르뜨에서 노트르담 성당까지를 계속 걸었더니 다리가 무척 아팠다. 에펠탑까지는 우버를
이용해서 이동. 에펠타워 전망대에 올라 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난 유독 높은 곳을 좋아한다) 줄이 너~~무 길어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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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계신 선배님을 만나 저녁과 와인한 잔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 동안 2만5천보를 걸었다. 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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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차량 공유 시스템인 autolib를 이용해 보셨는지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