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쿠르/프리러닝에 대한 오해와 해명

in #parkour6 years ago

park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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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취미로 파쿠르를 합니다. 프리러닝, 야마카시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운동을 한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온갖 걱정과 질문들이 쏟아져서 아예 글로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이름

  1. 야마카시
    90년대생 이상이신 분들은 파쿠르를 흔히 야마카시로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잘못 된 이름입니다.
    파쿠르의 창시자라 불리는 데이비드 벨이 속한 팀 이름이 "야마카시"이고 아프리카 콩고의 링갈라어입니다. 어감이 일본어스럽지만 절대로 일본어도 아닙니다.
    파쿠르를 파쿠르 팀 이름인 야마카시로 부르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부르는 것과 같죠.

  2. 프리러닝
    엄밀히 따지면 프리러닝과 파쿠르는 다른 운동입니다. 다만 필요한 기술들이 거의 동일하기에 서로 친하고 그러다 보니 구분을 하지 않고 사용하다가 오용 되는 것입니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정도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파쿠르는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하는 가장 빠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이고 프리러닝은 이동과는 별 관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건 파쿠르와 별 연관이 없습니다.

  3. 파쿠르
    프랑스어인 parcours du combattant에서 parcours → parkour로 이름이 바뀐 것입니다. 전쟁터 등에서 장애물들을 뛰어넘어 목적지까지 가는 훈련이 변형되어 파쿠르가 된 것입니다.

2. 위험

파쿠르를 한다고 하면 처음 듣는 질문이 "그게 뭐야?"고 설명한 뒤에 바로 듣는 질문이 "그거 위험하지 않아?"입니다. 답부터 드리자면 축구나 기타 다른 운동만큼 안전합니다.

흔히 영상으로 보는 파쿠르는 건물 사이를 넘어다니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초보자가 그런 걸 따라하면 당연히 다칩니다. 죽지 않으면 다행이죠. 하지만 파쿠르를 배울 때 가장 처음 배우는 건 구르기(낙법)입니다. 이것도 어디서 떨어진 후에 하는 낙법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다가 구릅니다. 제자리에서 한바퀴 데굴데굴 굴렀다고 몸이 다칠 정도면 아마 다른 운동도 힘들지 않을까요?

태권도에 비유를 해 보자면 초보자가 국가대표와 겨루기를 하면 아마 발차기 한 번에 뼈가 부러질 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안심하고 도장에 등록하는 이유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충분한 실력이 됐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 대결도 하죠. 파쿠르도 마찬가지로 땅에서 구르기부터 시작해서 다치지 않는 방법을 먼저 배웁니다.

그래도 위험하지 않아?

수 많은 파쿠르 영상들을 보다보면 맨 땅에서 이것저것 뛰어넘기도 하고 옥상에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는 동작이 꽤나 많습니다. 여기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뒷 배경이 있습니다.

  1. 위험해 보이는 환경
    파쿠르를 하는 사람(트레이서)들은 자신이 올라타는 등의 활동을 할 지형이 튼튼한지 미리 확인을 합니다. 바닥이나 벽이 갑자기 무너져서 사고가 나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거죠. 그리고 영상에선 처음 보는 곳을 한 번에 쭉 이동하는 걸로 보이지만 영상을 찍기 전에 미리 해당 장소에서 충분한 연습을 합니다. 비하인드 신을 보면 전부 나옵니다.

  2. 파쿠르는 육체적인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벽을 타고 오르거나 높은 장애물을 뛰어 넘거나 하려면 체력 단련도 중요하긴 하지만 파쿠르는 다른 운동들과 다르게 정신(멘탈)이 90%를 차지합니다.
    바닥에 선을 그어놓고 30cm정도를 뛰어넘는 건 누구나 합니다. 자신이 이 정도는 뛸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닥이 아니라 밑에 낭떠러지가 있는데 30cm의 갭을 뛰어넘으라고 하면 쉽게 하지 못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본능적으로 무섭기 때문이죠. 파쿠르는 훈련을 통해 이 정도의 장애물은 반드시 넘어갈 수 있다 하는 자신의 한계를 알아내고 그 한계를 높입니다.

3. 법적인 문제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 다음으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자 태클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사유지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건 파쿠르고 뭐고 할 것 없이 당연히 불법입니다. 허락을 맡았다면 합법이긴 하지만 굉장히 귀찮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장소를 찾습니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도 경비원의 제지를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이 경우는 반반인데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경비원이 그냥 수상한 사람으로 보여서 내쫒는 경우가 있습니다(특히 파쿠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한국이 그렇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공공장소이긴 해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입니다. 파쿠르를 한다고 다 마음 좋고 착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몇몇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죠.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갈 정도로 넓은 계단(건물 입구 앞에 흔히 보이는)에서 운동을 한다고 계속 오르락내리락 한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경비원도 오지 않습니다. 더 격한 운동을 위해 계단을 두 칸씩 오르락 내리락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 칸씩 늘려가다가 대충 7칸을 뛰어내려가는 정도가 되면 한국에선 경비원이 등장합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쫒겨나는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다른 의견으로는 벽을 타고 오르는 등의 행위로 인해 시설이 더러워진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많은 트레이서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고 실제로 자신이 훈련에 사용했던 장소의 발자국을 다 지우고 가자는 운동도 있습니다. 반대로 파쿠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바닥은 밟고 다니는데다가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물들이 파쿠르와 일치하는 동작들을 하기 때문에 어차피 청소를 해야 하는 구역인데 사람이라고 안 될 게 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봐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는 답변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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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쿠르같은경우 영상을 찍을정도로 전문적이신 분들은 안전장비를 하던데, 주변에서 하는 분들을 보면 맨 몸으로 하시더라고요.
혹시 이와 관련해서 파쿠르 커뮤니티 내 켐페인이 있나요?

안전장비라 하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파쿠르는 맨몸으로 하는 게 정석입니다. 장갑 등을 착용하면 물리적인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구요.
반대로 떨어지면 다칠 것 같은 곳에 매트를 깔고 연습하는 건 권장합니다.

파쿠르.. 초등학생때 야마카시라 부르며
놀이터를 누비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영화로도 나왔던 .. 야먀카시..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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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카시가 일본어가 아니였군요.
파쿠르 하시는 분을 스팀에서도 예전에 한분 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르겠네요-0-
그리고 경비원의 경우는 사실 어쩔 수 없죠.
경비원이 힘있는게 아니니까..
점점 무인 경비시스템도 많아지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거나
혹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 책임을 져야되니..

그래서 파쿠르가 보동 치안이 높지 않은 도시에서 활발하더라구요. 한국 같은 곳에서는 건물들의 모양새도 빡빡하고 담장만 넘어도 수상한 사람이 되는 반면 다른 도시에서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놀이터처럼 생겼고 사람들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거든요.
근데 남들 다 운동 하라고 만든 공원에서 연습 하는데도 쫓겨날 때는 정말 억울합니다..

네 아직까진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으니까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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