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회학자 피터 버거 선생이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종교가 세속화되어 끝내 쇠퇴할 거라고 주장하다가 시간이 가도 종교 현상이 감소하지 않자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여 탈세속화라는 개념을 가지고 현대 종교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국내에 알려진 그의 저서는 '종교와 사회'(절판), '세속화냐? 탈세속화냐?', '실재의 사회적 구성', '의심에 대한 옹호'(품절), '사회학에의 초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가 있다.
그중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인데, 사회학을 막 시작한 내가 부푼 기대를 안고 사회학에 뛰어들 수 있게 해준 훌륭한 지적 모험담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지적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풀리지 않는 사회학적 문제 의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학문적 작업이 탄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터 버거의 작업은 종교인과 사회학자의 범주를 오가며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신앙을 가지고 비판적인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교훈을 줄 수 있다.
신앙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 나의 석사 학위 논문에서도 피터 버거가 인용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전목사를 여전히 옹호하면서 신앙 생활을 이어나가는 신자들의 완고한 믿음을 피터 버거의 '개연적 설득력 구조'(plausibility structure)로 설명하려고 했다. 피터 버거는 그의 저서 『성스러운 천개(The Sacred Canopy)』(1990[1967];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와 사회'로 번역 & 출간되었다.)에서 '개연적 설득력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계는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만 아니라 또 사회적으로 유지된다. (공통적이고 당연시되는 사실성으로서) 객관적이면서 (개개의 의식에 그 자체를 부과하는 사실성으로서) 주관적인 사회의 지속적인 실재는 특정한 사회 과정들에, 즉 문제시되는 특정한 세계를 계속적으로 재구성하고 유지시키는 과정들에 달려 있다. 반대로 이러한 사회적 과정들의 중단은 문제가 되는 세계의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실재를 위협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세계는 실제 사람들에게 실재적인 세계로서 계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사회적 ‘토대’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토대’를 그 세계의 ‘개연적 설득력 구조’라고 부를 수 있다(Berger, 1990[1967]: 45).”1
언뜻 받아들이기에는 막스 베버의 세계관(Weltanschauung)이나,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paradigm) 개념과 오버랩 된다. 그러나 나는 논문에서 버거의 개념을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버거는 『성스러운 천개(The Sacred Canopy)』(1990[1967])에서 종교가 기존의 사회적으로 구성된 질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널리,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즉 종교는 사회 제도와 행위자의 실천을 신성한 종교적 질서 안에 위치시키고 초월적 의미를 부여하여 실천 세계의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종교적 정당화 논리’(religious legitimations) 속에 감춘다. 따라서 종교라는 해석 방식은 행위자로 하여금 사회 질서와 자기 역할을 신의 뜻이 현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회 구성적 특성과 역사는 잊게 만든다(Berger, 1990[1967]: 32-33). 또한 ‘종교적 정당화 논리’ 속에서 특정한 제도와 역할이 절대시 되고, 실재의 취약성을 드러내거나 기존 질서를 벗어나는 움직임은 ‘죄악시’ 될 수 있다(Berger: 38-39). ‘개연적 설득력 구조’는 이러한 종교적 정당화 과정을 가능케 하는 사회 구조적인 실재적 조건 -인간 실천의 산물이자, 세계를 유지하는 토대- 으로서 세계의 한계 상황조차도 해석 가능하게 하고, 정당화한다(Berger: 44-45)."(박진우, 2017: 80)2
이처럼 피터 버거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종교가 가진 기능과 의의, 인간의 신앙이 어떤 메커니즘을 거쳐서 성립하는지 설명하고자 하였다. 나 또한 논문을 통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상을 설명하고 이해가능한 범위로 포함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열정은 88년 간의 여정을 마치고 깊은 잠에 들었지만, 그가 남겨준 문제의식과 열정의 잔상은 그 걸어간 길을 따라 나선 내 맘속에 숙제처럼 남아 그 길이 다다르지 못한 새로운 영역으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RIP. Peter Berger. (JUNE 28, 2017)
1 Berger, Peter. 1990[1967]. The Sacred Canopy: Elements of a Sociological Theory of Religion. New York: Anchor Books.
2 박진우. 2017. "비판과 해방: 부르디외의 사회학은 행위자를 해방시킬 수 있는가?". 서강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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