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후기]보름달이 뜬 날에도 은하수 촬영 할 수 있다? 은하수 여행 후기

in #photography6 years ago (edited)

가입인사 후 첫 포스팅이라 되게 어수선하고

사진들이 많아 어수선할 수 있습니다..

보기 불편하신점 있으시면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후다닥 수정해버리게요! ㅎㅎ

0. 서론

드넓은 하늘 아래 잔디밭에 누워

별빛을 바라보는 것 만큼 낭만적인게 있을까요?

요즘은 24시간 편의점,

술로 밝혀진 나트륨 가로등,

열정으로 가득한 빌딩 사무실

정말 '별 볼일'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맨눈으로 은하수를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는 태어나서부터 맨눈으로 은하수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냥 집 앞 평상에만 누워도 희뿌연 은하수가 보였었다고 하는데...

편리함이 가져다 준 현실, 그 이면에는 '별 빛'이라는 낭만은 죽었습니다.

어릴 때 부터 드넓은 우주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망상하기 일쑤였던 저는 늘 세상의 편리함은 느끼고 싶으면서도

별을 보고싶은 욕심도 가득했죠(욕망의 항아리급)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세상의 불빛을 꺼뜨릴 수 없으니

불빛을 피해 달아나 산 꼭대기로 갔습니다.

(썸네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종 결과물 먼저 올리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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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애 첫 은하수 사냥을 나서다

2018년 4월 29일 토요일 오후 9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은하수 사냥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직장의 노예인 저는 아무때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ㅠ_ㅠ

때 마침 사진찍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산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다간 좋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은하수 달력을 보니 이미 은하수 사냥철은 한참 지났었습니다.

※ 은하수 촬영이 가능한 적절한 조건은?
1. 날씨는 맑은게 최고! 당연히 구름에 가리면 별은 보이지 않는다
2. 달빛도 사치다! 달은 어두울 수록 좋고 달이 없는 '망'(음력 1일)이 촬영하긴 제일 좋다.
3. 광공해는 저 멀리! 가능한 도시에서 멀리멀리, 깊은 산 속이면 유리하다.

네, 달이 없어야하는데, 환한 보름달이 뜨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치만 저에겐 시간이 없었습니다.

은하수 촬영지는제가 사는 부산에서 그나마 가까우면서도

거의 정상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주차비는 3,000원, 경차는 1,500원)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황매산' 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나마' 가까울 뿐 자가용을 타고 무려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친구들이 먼저 가서 텐트치고 자리잡아 놓았으니, 먹을거만 좀 챙겨서 몸만 오라고 했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패딩입고.. 카메라 렌즈 삼각대 주섬주섬 챙겨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무서울 것 같죠?

조선시대 달빛에 의지해서 상경하는 선비의 심정이 이랬을까요?

아주 그냥 랜턴이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밝았어요.

귀신? 아주 달빛에 눈이 멀어버렸을 겁니다.

친구들이랑 산을 올라가면서 계속 걱정했습니다.

별이 눈꼽만큼도 안보이면 어쩌려나?

2. 사냥전에 장착한 내 무기는?

사냥을 나서려면 무기가 있어야겠죠? 멧돼지나 노루를 맨손으로 때려 잡을 순 없으니까요.

바로 Canon EOS 6D + 삼양 14mm 수동 렌즈입니다.
(현재기준 6D : 최저가 약 100만원, 렌즈 : 약 37만원..)

※필수 준비물 : 카메라, 렌즈(광각이 유리), 삼각대, 볼헤드, 여분 배터리

※기타 준비물 : 릴리즈(있으면 무조건 좋습니다. 저는 없어서 타이머로 찍었습니다.)
휴대폰, 밤을 지새우는데 필요한 옷, 텐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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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촬영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눈으로 은하수가 보이지 않을까? 했던 제 기대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걱정했던대로 부끄럼 많은 은하수는 달빛이라는 투명망토를 걸치고는

우주 저 편에 숨어버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드럽게 추웠습니다. 패딩 없었으면 동사했을 겁니다.

그리고 바람도 드럽게 불었습니다.

목도 너무 탔습니다. 몸만오라던 친구놈들이 여분의 물을 거의 챙겨오지 않았습니다.

이불도 없고 침낭도 없고 부들부들...

어쩌겠습니까? 이 순간만큼은 처량한 나그네가 된 심정으로,

마음가는대로 내 조그만한 카메라의 프레임에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달을 치워버릴 순 없으니 달도 그냥 찍어버렸습니다.

(사진 초보라 잘 못찍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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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대로 막 찍다보니

새벽 3,4시가 가까워 올수록 달은 은하수 반대편으로 뒷걸음질 쳤고,

서서히 카메라에 은하수가 담기기 시작했습니다!ㅜㅜ

감격, 이 순간을 위해 오랜시간을 기다려왔지요.

저 넓디 넓은 밤하늘이, 별빛이, 제 카메라에 쏙쏙 들어갈 때마다

행복감은 +10,+20 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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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것이, 인터넷에서 보던 다른 사진들보다 훨씬 허접하죠?? ㅜㅜ

실력 더 키워서 멋진 은하수 사진으로 찾아 뵙고 싶네요..

촬영은 낭만적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4. 고된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

제 첫 은하수 사냥은 이렇게 허탈감과 아쉬움,

그러나 뿌듯함과 행복감이 섞인 정신과

목마름 배고픔 힘듦 추움의 육체의 곡소리가 같이 했습니다.

아침이 되니 밤하늘과는 또 다른 매력이

눈을 즐겁게 했습니다. 눈이 부실정도로 황매산은 아름답더군요.

때마침 황매산 축제가 한창인지라,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던 새벽과 다르게 활기찬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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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기, 결론

오래 전, 그리고 저 멀리 프랑스 센 강에서의 고흐도 별에 젖어있곤 했습니다.

어떤 한 소년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공중에 떠다니는 배를 상상했습니다.
(접니다 ㅎ)

별들을 바라보던 누군가는 저마다의 꿈으로 가득 찼겠죠 ㅎㅎㅎ

저도 그 별빛에, 찬란한 은하수에 한번 몸이 온전히 젖어보고 싶었습니다.

온갖 편리함이 가져다준 광공해, 그리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정작 컴퓨터로 글쓰면서ㅋ)

우리 본연의 인간적인,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서 서서히 앗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눈에 보일 수 있는 존재임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음에도,

오색찬란한 인공 빛에 자리를 내어주고

우주 저 편에 숨어버린 은하수.

사실 스팀잇러 분들은 암호화폐나 프로그래밍 등에 관심이 많으셔서

저 같은 감성충이 어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시시각각 급변하는 가상화폐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별빛을 보며 감상에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잠시라도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지요?

주변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보일지도 모르지요.

바쁨이라는 일상의 빛과, 감정이라는 폭풍 속에 가려져

찬란한 은하수와 별빛과 같은 것들을 많이 놓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저도 항상 바쁘게 쉴 틈 없이 살아왔고, 가상화폐 관심많고 돈 좋아하지만,

이렇게 감성에 젖는데는 비용도 없이,

순수한 행복을 잠시나마 가져다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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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황매산이군요! 올해는 꼭 은하수를 촬영해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미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꼭 은하수 촬영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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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갔던 그 황매산이 맞나 싶어집니다. 황매산에서 올려다본 밤하늘 은하수는 이런 모습이군요. 멋지다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감흥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