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갔다 왔슴다. EOS ICO와 GOOGLE IPO의 차이점은??

in #sct5 years ago

20190717_093207.jpg

지난 주에 Stony Brook 에서 열린 경제학 학회에 갔다 왔습니다. 흥미롭게도 plenary session 중에 하나가 비트코인에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진짜 대충 요약하면 Paypal 같은 송금업체들은 시장 지배력이 있어서 fee를 market equilibrium 보다 높게 붙여서 시장 왜곡(예를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paypal 을 통한 소액 송금하면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안함)이 일어나지만 비트코인은 누구나 miner가 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시장 지배력이 없고 market equilibrium 수준의 fee 가 정해지기 때문에 시장 왜곡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학회에서 EOS ICO 와 GOOGLE IPO의 방식을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 했습니다. EOS ICO의 방식은 경제학 이론에서는 Tulloc Auction (TA)으로 지칭 되며 이 경매 룰은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만큼 돈을 판매자에게 내고 판매자는 각 개인이 낸 금액 나누기 전체금액의 합만큼의 비율의 코인을 각 개인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한편 GOOGLE IPO의 경매 룰은 Uniform price auction(UPA) 으로 모든 사람이 자기가 사고 싶은 수량과 금액을 입찰하여 가장 높은 금액부터 순서를 매겨서 주식을 준다음에 주식이 다 떨어지게 되면 그 다 떨어진 시점의 가격을 시장가격으로 정해서 주식을 받은 사람들한테 똑같이 받는 방법입니다.

저는 이 두가지 방식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하는 논문을 1년전부터 시작했었습니다. 사실 두 경매방식은 워낙 다르기 때문에 두개를 비교한 기존 논문 따위는 당연히 없었습니다. 근데 여러 자료를 찾으며 생각해보고 교수님과 얘기하다가 보니 EOS ICO 참가자들은 쥐뿔도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고 GOOGLE IPO는 그래도 돈 있는 기관 투자자들이 꽤 들어 갔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투자자들의 Budget 이 제한 되어 있는 경우 두가지 경매방식이 다른 결과를 낼 것인가 하는 주제로 가닥을 잡은 다음 연구를 계속 했습니다. 몇 개월 연구 끝에 저는 참여자들의 Budget 이 많이 제한 되어있다면 EOS ICO 방식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발견 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왜 그런 결론이 나오게 되었는가 설명을 해보자고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판매자들이 왜 경매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시다. 왜 EOS와 GOOGLE은 경매를 택했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물건들은 경매를 통해 판매되지 않습니다. 새우깡은 새우깡 가격이 있고 노트북은 노트북 가격이 있습니다. 이들 상품에 대해서 경매를 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이 상품들의 가격을 비슷비슷하게 평가하고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일 새우깡 1 봉지를 이베이에 경매로 올린다고 한들 제가 그 새우깡을 1만원에 팔게 될 가능성은 전혀 없겠죠. 그렇지만 세상에는 사람마다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어떤 화가의 그림은 저에게는 별 가치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가치를 가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림 같은 작품들은 경매로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경매를 진행하면 경쟁이 붙으므로 저같이 그림은 별로고 러블리즈 친필 사인이 더 좋은 덕후는 떨어져 나가고 품격있는 그림 볼 줄 하는 사람이 결국 거금을 내고 그 그림을 사게 될 것이니까요. 이처럼 경매는 누가 많은 돈을 낼 의향이 있는 사람인지를 찾아내 주는 스크리닝 도구가 되고 판매자는 돈을 낼 의향이 많은 사람에게 물건을 팔면서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EOS나 GOOGLE 주식도 사람들마다 판단하는 가치가 다른 상품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EOS는 데이터 쓰레기에 불과하고 어떤 이들은 10만가즈아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GOOGLE 주식도 IPO 당시에는 별 가치가 없다는 사람도 있었을 거이고 가치가 있다는 사람도 있었겠죠. 그래서 둘 다 가격을 정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가격이 정해지는 경매를 통해서 판매를 하고자 합니다.

GOOGLE의 경매 방식인 UPA는 입찰을 높게해서 입찰에서 이긴 사람만 주식을 받습니다. 반면 EOS의 TA은 돈을 많이 내든 적게 내든 자기가 돈 낸만큼의 비율로 코인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매 룰의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UPA에서 사람들의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겨야 되니까요. 만일 누군가 구글 주식을 가치 있게 여긴다면 높은 가격을 입찰 해서라도 구글 주식을 사려고 할 것입니다. 반면 EOS 방식에는 그러한 경쟁적인 요소가 적습니다. 일단 돈을 내기만 하면 내가 낸 금액에 상관 없이 코인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만일 내가 코인을 정말 가치 있게 여겨서 코인을 많이 받고 싶어서 내가 많이 돈을 내면 전체 금액이 커지게 되서 코인을 비싸게 되니까 그렇게 할 유인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의 UPA 방식은 고래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반면 EOS는 고래들이 몸을 사리는 경매 방식이었습니다. 경매 방식으로만 본다면 UPA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식인 것이죠.

그러나 경매 참가자들의 Budget이 제한 되어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사람들이 돈이 별로 없어서 아무리 주식이나 코인을 가치 있게 여기더라고 입찰을 높게 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UPA에서의 입찰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사라지게 될것이고 최종 가격은 Budget 제한이 없을 때보다 낮게 결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UPA는입찰에 성공한 사람한테만 돈을 받으므로 결국 UPA 방식은 작은 금액의 돈을 입찰 성공자에게만 받게 됩니다. 반면 TA는 애초에 경쟁적인 요소가 없고 모두가 돈을 적게 내기 때문에 Budget이 제한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그리고 TA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은 금액을 모두에게 받는 식이 됩니다. 그래서 만일 경매 참가자들이 예산 제한이 있다면 작은 금액을 적은 사람에게 받는 UPA보다는 작은 금액을 모든 사람에게 받는 TA 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됩니다.

학술적인 용어들이나 개념들을 사용하지 않고 썼기 때문에 좀 불완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제 논문의 내용입니다. 제 생각에는 DAN이 기존의 경매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비주류 경매 방식인 TA를 쓴 것은 천재적인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스팀의 버리고 날아가버린 DAN이 짱나기는 하지만 돈 버는데는 천재라는 것은 인정해야 될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가상화폐를 보면서 논문주제를 얻게 되어서 참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논문 주제를 미국 학술 재단(NSF)에 신청해서 연구비도 받았으니 대박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튼 스팀 유저분들 감사하고 화이팅입니다.

Sort:  

좋은 내용이네요. @blockchainstudio 님이 옥션 전공이시니 같이 논문 하나 쓰시면 되겠네요!

곰돌이가 @clayop님의 소중한 댓글에 $0.005을 보팅해서 $0.018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5961번 $65.335을 보팅해서 $76.451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안그래도 언제 뵙게될 것만 같습니다^^

사실 논문의 학술적인 내용이랑은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현재 논문은 작성 중이고 발표에 사용한 슬라이드 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vip님의 추천으로
sct천사의 보팅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려요~~^^

넵 감사합니다.

논문 내용이 궁금하네요. 아마 아시겠지만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5176516300672 도 참고하세요.

읽어봤습니다. Common value 일 때는 information structure 에 따라서 revenue maximizing 하는 auction이 다양한데요. 최근에는 robust mechanism 이라고해서 모든 information structure 에 대해서 optimal auction을 찾는걸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https://econweb.ucsd.edu/~sodu/robust.pdf 이 페이퍼가 대표적인데요. Robust mechanism 연구하는 대부분의 페이퍼들의 핵심 내용은 일등이 다먹는 경매보다 여럿이 나눠먹는 경매가 더 낫다 이런식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네 요새 robust mechanism이랑 dynamic mechanism 쪽을 많이들 연구하죠. 간단한건 왠만한건 다 되어있다보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