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유니언 자율기고] - 월, 카를 크롤로

in #sct5 years ago

안녕하세요, 월요일 자율기고를 맡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담당인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되었네요.

어떤 글을 올릴까 하다가 역시 제가 잘 하고, 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져온 것이 결국 '문학'과 관련된 주제입니다.

오늘 준비한 사람은 '카를 크롤로' 또는 '칼 크롤로'로 읽히는 독일의 시인입니다.


칼 크롤로(Karl Krolow, 칼 크롤로브)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독일의 시인. 레만류의 자연서정시에 프랑스, 에스파냐 현대시의 권위적 경향을 도입하여 독자적 시풍을 확립하였다. 대표적 시집에는 –낯선 몸뚱이- -볼 수 없는 손- 등이 있다.

출생-사망 : 1915 ~ 1999?
국적 : 독일



초현실주의 대표 시인이라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시에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말 시처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접한 시는 칼 크롤로의 연가 중 3번째 작품입니다.

시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꺼내는 방법을 모를 뿐이죠.
감상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하루의 마무리에 울적함을 덜었으면 바랍니다.



칼 크롤로 –연가, Ⅲ-



왼쪽으로 눕든 오른쪽으로 눕든 마찬가지다.
멜론을 토막토막 자르거나 컵 속의 물을 빛나게 하거나,
그 뒤에 흔들리는 공기처럼 하찮은 촛불의 우아함
네가 없는 밤에
오후에 창문 앞에 공작이
그늘진 꽃다발처럼 내려 앉았다.
여섯 시의 햇빛 속에
빛나는 머루 한 접시를 놓고
너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이제 나는 어둠을 견딘다.
단단한 검은 먹으로 그려진
입안의 눈물의 맛과
꽃속의 매서운 바람을 지닌
네가 만들지 않은, 이 밤을

어둠으로 갈라진 기와 뒤에
메미는 조용해지고 나는
식탁 앞에서 고독의 향내를 맛보아야만 한다
침묵과 침묵 사이
네가 없는 밤에

왼쪽으로 눕든 오른쪽으로 눕든 마찬가지다
적막의 포옹 속에 팔목시계가 가볍게 시간을 재고
담배의 물부리가 재로 변하고
방금 전까지 내가 살고 있던 피안을 손가락으로 스쳐 본다.
붉은 목도리도 갈색 구도도 없는
네가 없는 밤에

별빛 아래서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듣는다.

Sort: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왼쪽으로 눕든 오른쪽으로 눕든 마찬가지다
네가 없는 밤에

이제 나는 어둠을 견딘다
네가 만들지 않은, 이 밤을

Congratulations @union.sct!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received more than 1000 upvote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2000 upvote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Fest⁴ commemorative badge refactored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윤C님의 자율기고 첫 번째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다음 번 포스팅에는 나머지 20%에 대해 sct.krwp 계정을 베네피셔리 설정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올리고나서 다른 글 확인하다고 놓쳤더라구요.... 다음부터 신경쓰겠습니다.

넵 다음부터 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