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위기-화폐창조원리Ⅱ-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 2부

in #shadow6 years ago (edited)

shadow banking system.jpg

2007년 여름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서브프라임보기지 사태가 일어났다. 그 여파로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 메릴린치(Merrill Lynch), 리만브라더스(Lehman Brothers), 베어스턴즈(Bear Stearns)중 베어스턴즈와 메릴린치가 헐값에 매각되고, 리만브라더스는 파산하는 등 3개사가 공중분해됐다. 왜 이런일이 발생했을까? 당시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이지 너무도 복잡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의미인지 한참을 읽다가 그만 길을 놓치기 일쑤다. 왜냐하면 우리는 비록 비참한 두뇌회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의 손해를 남에게 전가시키는데 사용하거나 이를 깊히 골몰해본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보자. 일단 이러한 전체시스템의 성격을 먼저 이해하면 도중에 길을 잃어도 쉽게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은행가들은 자산이 묶여 있는걸 극도로 꺼린다. 자산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한다. 하지만 은행이 하는 역할이 바로 사회적위험을 사고팔면서 국가경제의 완충작용을 하라고 만든곳이 아닌가. 그런데 은행가들은 자신의 사회적역할을 뒤로하고 자신이 보관해야할 자산을 일반국민들에게 되팜으로써 자신의 위험을 사회에 전가시킨다.

그림자금융은 이렇듯 은행이 보관해야할 자산을 때로는 자산 전체를, 때로는 자산이 내포한 위험만을 따로 분리해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은행이 짊어져야할 위험이 전전양도되어 최종적으로 일반국민들에게 전가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는 이러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라는 악성종양이 자산유동화 과정을 거치면서 몸전체에 퍼지다가 그것을 견디는 인간의 면역력을 넘기는 순간 인간의 생명이 파괴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림자금융은 실제로 여러가지 방법이 사용되고, 그림자금융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국채의 유동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것이 핵심이다.

그림자금융은 일반적으로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중개기구 혹은 상품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제2금융권 대출, MMF, RP, ABS, 투자펀드, CDS, SIV 등이 있다. 그림자금융이라는 용어는 2007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FRB)의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사용하면서부터 널리 쓰이게 되었는데, MMF는 은행 예금과 유사하게 기능하지만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던 화폐창조원리에서 미국정부가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 국채를 발행한다고 했다. 다양한 만기일을 가지는 국채를 공개시장에서 경매로 팔면 큰손들이 이를 사게되고, 팔지못한 나머지는 FRB를 통해 달러를 찍어내게 된다. 공개경매시장에 참여하는 큰손들을 마켓메이커(Market Maker)라고 하며 우리가 아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MF글로벌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중 가장 친숙한 황금양말로 예를 들어보자.

골드만삭스가 약 10조를 들여 10년만기 표면이자율 3%짜리 국채를 사왔다고 치자. 골드만삭스는 연간 3%의 이자에 해당하는 3000천억을 받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겠지만 골드만삭스는 우리처럼 어리석지 않다. 매년 이자수입은 계속적으로 발행되는 통화로인해 가치가 계속 희석되니 지금은 3000천억이 큰 돈이지만 10년 후에는 피카츄 돈까스가 3000억원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렇게 채권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골드만삭스는 죽어있는 국채를 다시 소생시킬 준비를 한다. 이것을 어떻게든 처분하고자 동네에 있는 만만한 애들을 부른다. 동네에서 좀 논다는 황금양말형이 국채를 판다는 소식에 주 및 지방정부, 외국 중앙은행, MMF 펀드, 뮤추얼펀드등 코흘리개 찔찔이들이 뭔가 콩고물이 떨어지길 바라면서 기웃거리던 중 황금양말형이 거래조건을 제시한다.

자신이 사온 금액이 10조이고 매년 3000천억원의 이자를 10년동안 받을 수 있으니 대략 11조원에 이것을 팔겠다고 한다. 찔찔이들은 아무리 형이 좀 논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한다고 하며, 차라리 그 가격에 살바에 직접 경매에 참여했다고 반기를 들었다. 황금양말형은 모두가 알겠지만 머리가 아주 좋다. 그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려, 이 국채를 지금 팔고 돈을 받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이 국채를 사겠다고 하는 것이다. 찔찔이들이 이게 무슨 의도인지 금방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손해볼건 없다고 생각했다. 즉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돈을 융통하는 것처럼 지금은 잠시 국채를 맞기고 돈을 빌린다음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돈을 갚아 국채를 되사오겠다는 것이다. 10조짜리 국채인데 약 9조원으로 팔고 일년뒤에 9조 4500억으로 국채를 되사오는 방식으로 말이다.

보통 전당포에 맡길 때 담보자산을 낮게 평가하는데 담보자산을 현금화할 때 발생하는 위험때문이며, 이러한 담보자산의 시장가격과 조달금액과의 차액을 담보자산 ‘헤어컷’이라고 한다. 황금양말형이 형식적으로 동네 찔찔이들한테 채권을 파는 형식이지만 실질은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나중에 다시 이를 살 수 있는 환매과정이다. 찔찔이들이 돈을 빌려주고 한해동안 얻는 수입인 4500억원은 채권금액인 9조의 5%에 해당한다. 여기서 돈일 빌려주는 대가인 5%를 환매 금리(RP금리)라 하고 이러한 전체과정을 환매조건부채권 매매(Repo, Repurchase Agreement)라고 한다.

찔찔이들은 국채를 직접사는 경우 3%의 이자를 얻고 10년이란 장기간 보유에 따른 위험을 1년만 가지고 5%의 이자수입을 얻을 수 있어서 좋고, 황금양말형은 가뜩이나 가지고 있으면 불안한 채권을 유동화해 빌린돈으로 고위험, 고수익 사업에 투자를 해서 돈을 더 버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였다. 근데 찔찔이들이 집에와서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황금양말형처럼 잠시 가지고 있는 채권을 유동화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황금양말형한테 긴급히 전화를 돌려 채권을 빌리는 1년동안 내가 다시 1년보다는 짧은 기간으로 국채를 다른사람한테 환매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황금양말형은 앞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데 있어 찔찔이들이 필요하므로 울며겨자먹기로 허락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켓메이커는 죽어있는 국채를 다시 살려냈다. 환매조건부채권 매매의 거래상대방인 주, 지방정부, 외국중앙은행, MMF펀드등은 마켓메이커인 골드만삭스가 한 것처럼 이를 다시 유동화시키는데 이를 재담보(Rehypothecation)거래라고 한다.
골드만삭스가 환매조건부채권 매매가 행해지는 환매시장(RP시장)을 통해 채권을 유동화해 조달한현금으로 장부상 자산계정에 채권 10조와 현금 9조로 총 19조가 계상된다. 이것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통해 시중은행의 화폐창조원리와 너무나 흡사하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할 경우 공개시장에서 국채를 산 금융기관등은 이를 유동화해서 화페를 창조하고 매각되지 못한 국채는 FRB를 통해 화폐를 창조한다.

채권이 금융기관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담보되는 과정속에서 할인율이 하락함에 따라 그림자금융의 화폐창조 에너지 역시 점점 줄어든다. 재담보를 통해 계속적으로 엮인 담보 사슬은 부분지급준비제도의 통화승수에 해당하고, 담보자산 헤어컷 비율은 부분지급준비율과 같다. 마켓메이커에서 시작된 담보사슬은 갈수록 신용도와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다 가장 마지막 담보사슬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는 순간 심지를 타고 사슬에 묶인 모든 당사자들이 파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