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ult-Samsung SM7 XE35 2004

in #testdrive6 years ago

Look & Feel SM7
by jin ([email protected])

2004년 11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르노삼성의 신차 발표회가 열렸다.

SM7이라고 명명된 르노삼성의 신차는 한국 대형차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출시되었다. 기존의 SM5, SM3에 이어서 SM7의 발표로 이제 르노삼성도 소형, 중형, 대형의 나름대로의 풀 라인업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라인업의 넘버링은 BMW의 그것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기존의 SM5와 SM3는 르노삼성의 고유모델이 아닌, 일본 닛산에서 설계를 가져온 것인데 SM5는 세피로, SM3는 블루버드 실피가 그 원형이다. SM7도 마찬가지로 닛산의 신형 세단인 티아나(TEANA)를 그 기본으로 하고 있다. 티아나를 베이스로 구성과 옵션, 그리고 외형을 조금 바꾼, 이른바 한국형 티아나인 것이다. SM7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닛산의 티아나를 먼저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TEANA

닛산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만년 2위의 메이커다. 그나마 2위의 자리도 가끔 혼다에 뺏기기까지 했다. 1위인 토요타를 따라잡기 위해 닛산은 오랜 세월 노력해왔다.

토요타는 마크II라는 강력한 모델로 오랫동안 일본 중형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직렬 6기통, 후륜구동, 그리고 호화스러운 내외장으로 당시 일본 고급차의 표본이라고까지 불리고 있었고 그 아성은 오랜 세월동안 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닛산은 이 토요타 마크II 세그먼트를 직접 겨냥해 세가지 차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로렐, 스카이라인, 세피로가 그것인데 이 세가지 차종은 닛산의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다. 가장 하위 모델이었던 세피로는 결국 그 고급차 공식에서 탈피해 맥시마와 통합되어 전륜(前輪)구동으로 바뀌어 후에 르노삼성의 (당시 삼성자동차) SM5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스카이라인과 로렐은 직렬 6기통과 후륜구동의 전통을 이어갔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다. 스카이라인의 최고 라인업 GT-R만 닛산의 기술을 상징하는 프리미엄으로서 존재하는 정도였다.

결국 닛산은 회사가 몰락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르노 산하에 들어가고 르노의 카를로스 곤이 닛산의 새로운 CEO로 오면서 닛산의 라인업은 대폭 수정된다. 대표적인 세가지 중형 세단 중 스카이라인만 살아남고 로렐과 세피로는 사라지는 대신 티아나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티아나는 전륜(前輪)구동이므로 동일한 구동 방식을 사용한 세피로의 후속으로 볼 수 있고 후륜(後輪)구동의 로렐은 사라진 셈이지만 사실 현행의 스카이라인은 기존의 스카이라인의 전통을 전부 부정하고 새로 성립된 구조이고 카를로스 곤은 스카이라인은 단종시켜도 그 명칭만은 남기고 싶다고 하니 오히려 로렐이 스카이라인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남고 스카이라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참고로 로렐과 스카이라인은 엔진과 플로어판넬을 공유하는 형제차였다.

닛산 중형차의 중핵을 담당하던 로렐, 스카이라인, 그리고 세피로가 이렇게 대폭 바뀌고 토요타의 마크II 라인업도 역시 그 방향이 많이 수정된 것은 일본의 중형차에 대한 인식이 급변한 것을 의미한다. 고급 중형차는 이래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이 파괴되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왔던 고급차=후륜구동의 공식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일본은 중형차 세상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티아나는 북미에서 팔리는 닛산 알티마를 그 베이스로 하고 있다. 북미를 겨냥한 알티마를 베이스로 했지만 티아나는 기본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지를 그 마케팅 타겟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티아나의 3/4를 수출할 예정인데 내수용 티아나와 수출용 티아나는 그 외형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좁은 도로가 많고 주차 공간이 협소해 자동차의 사이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일본 내수용 티아나는 범퍼가 거의 돌출되어 있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다. 티아나는 비슷한 급의 다른 차에 비해 차폭도 역시 좁은 편인데 일본 도로 실정에 맞춰 설정한 사이즈로 보인다. 일례로 북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잘 팔리는 아큐라 MDX라는 이름의 대형 SUV가 최근 일본에서 혼다 로고를 달고 팔리기 시작했는데 1.9미터를 훨씬 넘는 차폭으로 인해 일본 내 판매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일본은 국토는 넓지만 주거 지역의 주차 공간이나 도로가 상대적으로 협소해 작은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일본은 작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차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좋은 예는 토요타의 프로그레/브레비스라는 모델로 같은 토요타의 셀시오 (수출명 렉서스 LS430)의 고급감을 유지하면서 크기만 작게 줄인 차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티아나 역시 그런 일본 메이커의 분위기 위에서 성립된 모델로 이해해야 한다.

티아나의 가장 큰 특징은 차를 평가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티아나는 수치상의 마력이나 넘치는 파워, 첨단 테크놀로지, 고급감 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런 국지적인 장점보다는 차를 직접 타고 달렸을 때 좋은 차를 타고 있다는 그런 종합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기 위한 부분에 집중했다고 닛산은 얘기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자동차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넘치는 힘이라던가 이해하기 힘든 구호 등 그런 뜬금 없는 문구는 이미 식상하고 사실 상 의미도 없다. 차를 탔을 때 입가에 슬며시 배어 나오는 미소로 대변되는 종합적인 만족감을 위해 노력했다는 닛산의 방향은 지극히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티아나는 일본에서 그 파격적인 인테리어로 잘 알려져 있다. 고급스러운 자동차 실내가 아닌, 모던한 리빙룸을 그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좌우 대칭의 직선 라인과 우드, 금속, 그리고 플라스틱의 적절한 조화 등으로 지금까지 일본 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테리어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닛산이 제창하는 편하고 만족스러운 차의 컨셉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 방향이다.

SM7

르노삼성은 이 티아나의 설계를 그대로 들여와 SM7이라는 한국형 티아나를 생산한다. SM5의 경우는 일본에서 단종 직전의 세피로의 설계를 들여와 제작, 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SM7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형 모델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SM5가 발매된 직후, 일본에서는 풀모델체인지된 세피로 신형이 발매되었다) 엔진 라인업은 2.3리터와 3.5리터 두 가지가 있는데 티아나와 동일한 설정이다. 3.0 엔진이 없다는 점이 한국에서는 그 포지셔닝이 조금 애매할 수 있겠다. 일본 내수용 티아나와 다른 점이라면 트랜스미션, 세세한 옵션 설정, 그리고 내/외장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는 정도다.

SM7가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 범퍼에 있다. SM7는 티아나와 동일한 차체를 가지고 있지만 앞뒤 범퍼가 더 길다. 이 긴 범퍼로 전체 차체 사이즈를 키워 르노삼성에서는 고급 대형차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인터넷에서는 중형차를 범퍼만 키워 대형차로 판매한다는 비난적인 소리가 높다. 이 범퍼 사이즈 문제가 커지자 르노삼성 측은 사이즈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차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봐주기를 원하지만 그렇다면 범퍼를 굳이 늘리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범퍼가 더 긴 디자인은 SM7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시아와 호주 등지에 팔리는 수출용 티아나도 동일하게 긴 범퍼를 채택하고 있다. 범퍼의 크기가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르노삼성에서 너무 대형차라는 것에 집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사실 원형 티아나의 디자인은 그 범퍼의 크기가 지나치게 짧아 첫눈엔 SM7 보다도 오히려 어색한 프로포션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로렐은 스카이라인의 이름을 이어받고 스카이라인은 단종, 그렇다면 티아나는 세피로의 바톤을 이어받은 것이 되니 이 SM7은 사실상 SM5가 되어야 옳다. 하지만 SM3에 이어 SM7을 갖춰야 풀라인업을 갖추니 티아나를 무리하게 대형급 SM7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이지만 SM7은 닛산의 대형 고급차, 시마를 베이스로 했어야 마땅하다. (혹은 최근에 출시된 푸가 정도) SM7이 아니고 처음부터 SM5 신형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기존의 SM5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이미지 메이킹에서도 충분히 성공을 했다. 그 SM5의 대체 수요와 SM5 신형 대기 수요만 흡수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르노삼성의 발목을 잡는 것은 라이벌 메이커의 신형 세단이 아닌, 내년 봄에 출시될 SM5 신형일지도 모른다. 이 SM5 신형도 동일한 티아나를 베이스로 하고 단지 범퍼만 다시 줄인다고 하니 범퍼를 늘려 대형차 SM7으로 만든 르노삼성의 전략은 라이벌 업체 영업사원의 적절한 먹이감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형 SM5에 3.5리터 엔진을 얹어 3천만원 중반 가격에 내놓으면 어떤가. 우수한 성능의 고급스러운 고가 중형차의 새로운 제시가 되어 탄탄한 자리매김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7이라는 숫자를 채용한 부분이 못내 아쉽다. 닛산 시마가 들어오면 SM9이 될까.

글이 좀 옆으로 많이 샜는데 SM7이라는 새로운 모델에 집중해서 살펴보자. 얼리어답터에서는 월간 카비전의 협조로 르노삼성의 신차, SM7 XE35라는 모델을 시승했다. XE는 익스트림의 약자로 SM7 라인업 중에 가장 스포츠성이 강한 모델이다. 35는 3.5리터 엔진을 뜻한다.

Exterior

먼저 외관을 살펴보자. 색상은 익스트림 블루라고 하는, XE 모델 전용 색상인데 푸르스름한 밝은 회색에 가깝다. 요즘 거리의 차들이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이런 밝고 경쾌한 색상은 매우 반갑다.

얼굴은 인상적인 표정이다. 신선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좋은 얼굴이다. 그릴과 범퍼는 앞으로 V자 형태의 예리한 각으로 튀어나와있다. 헤드라이트와 그릴이 그런대로 좋은 매치를 보여준다. 3.5엔진 모델엔 제논 라이트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크세논이라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범퍼 하단에도 상단부의 그릴이 이어진, 최근 아우디 패밀리룩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범퍼가 돌출되어 있어 그 디자인 센스가 가려지는 부분이 아쉽다. 충분히 존재감이 있는 정면 디자인은 이전 SM5의 상대적으로 수수했던 마스크와 크게 대비된다. SM5의 마스크가 비교적 밋밋해 선택을 주저하던 고객도 다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적절한 방향의 디자인이다. 정면에서 본 모습은 나쁘지 않지만 측면에서 본 앞부분은 역시 범퍼가 많이 돌출된 것이 좀 거슬리는데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듯도 보인다. 범퍼의 코너 부분은 범퍼 가드가 붙어있어 살짝 긁히거나 하면 이 부분만 교환하면 되겠다. 신차를 받아 사제로 범퍼 가드를 붙인 지저분한 모습을 생각해보면 환영할만한 부분이다. 차폭이 좁은 편이지만 얼굴 형상에 충분히 볼륨감이 있어 그다지 왜소해 보이진 않는다.

한가지 거슬리는 것은 엔진 후드 위에 얹힌 엠블렘이다. 이는 비단 SM7만의 문제가 아닌, 많은 수의 한국산 중대형 모델에도 해당된다. 물론 문제가 되는 것은 후드 엠블렘 자체가 아닌 그 형상이다. 자동차의 전면 디자인은 기능적인 측면과 심미적인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측면이다. 보행자를 치었을 때를 충분히 가정해서 모든 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보행자의 머리가 엔진 후드 위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엔진 후드와 엔진 쇳덩어리 사이의 클리어런스 공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일부 차량의 후드 엠블렘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의아스럽다. 그나마 르노삼성의 엠블렘은 날카로운 각이 일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모 메이커의 중대형 차의 엠블렘을 보면 한쪽이 송곳같이 날카로운 꼬챙이 형태를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의 액세서리가 정식으로 출고되는 차에 버젓이 달려 나오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아무리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인정 받고 점유율을 높여나간다고 해도 이런 꼬챙이 엠블렘을 달고 출시되는 차가 버젓이 존재하는 한국은 어쩔 수 없는 자동차 문화 후진국이다. 자동차 전면의 돌출된 엠블렘은 법적으로 금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가 신경을 못 쓴다면 자동차 디자이너라도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해줬으면 한다.

측면은 어쩐지 아우디와 토요타 프리우스를 떠올리게 한다. 아우디는 그 둥그런 루프라인을, 그리고 프리우스는 C 필러 부분을 연상시키는데 그 선의 조합이 절묘해 상당히 우아한 형태를 하고 있다. 전면 얼굴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다. SM7만의 오리지널 디자인이라면 사이드 도어 몰딩 부분에 모델명과 측면 깜빡이를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깜빡이 위치가 낮아서 가까운 거리라면 옆차선 운전자가 깜빡이를 인식하기는 힘들겠다. 차라리 펜더 부분이나 사이드 미러 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실용적인 면에서 더 낫다. 사이드 몰딩 라인이 툭 잘린 느낌도 조금 튀어보인다.

후면은 상당히 정갈한 디자인이다. 트렁크 라인은 다른 차에 비하면 매우 높은데 어쩐지 이런 중대형 세단의 후면 디자인은 서로 점점 닮아간다는 느낌이다. LED 타입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시선을 끈다. 후방카메라, 엠블렘, 그리고 트렁크 오픈 버튼은 중앙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깔끔한 디자인을 조금 방해하고 있다. 상하로 넓은 트렁크 리드 중앙의 수평 라인은 심심함을 덜어준다. 범퍼 하단에는 듀얼 머플러가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다. 트렁크 사이즈는 중대형급에서는 만족스러운 크기라 불만은 없다.

타이어는 215/55 R17. 3.5엔진 모델에는 17인치 휠이 기본으로 장착되어있다. 휠 사이즈가 충분해 굳이 업그레이드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휠의 형상이 스틸 휠에 플라스틱 판을 덧대놓은 것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그다지 스포티해 보이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형태의 실루엣에 인상적인 마스크와 크롬 몰딩 등으로 스포티함과 중후한 고급감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Interior

시승차로 지원받은 XE35는 SM7 라인업 중 가장 스포티한 모델로 그 인테리어가 특히 돋보인다. 일단 실내로 들어가면 큼직한 우드그레인 판넬과 푸른색의 스웨이드 재질의 시트의 극명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붉은 우드그레인과 푸른 스웨이드, 그리고 도어와 하단 부분은 베이지 색으로 경쾌한 색상 매치라 매우 신선하지만 호불호가 강할 듯한 배색이라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오히려 마이너스 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스티어링 휠은 XE 전용의 3스포크 휠. 오디오 리모컨이 좌측에만 배치되어있는 것이 이채롭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스티어링 휠의 형상이나 재질 등은 불만이 없다. 단지 틸트 기능이 수동이라는 것과 텔레스코픽 기능이 빠져있다는 점이 아쉽다. 자동이 수동에 비해 우수하다는 뜻이 아니고 시동을 끄면 타고 내리기 쉽게 시트가 뒤로 이동하는 친절한 배려가 있는데 비해 스티어링 휠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큼직하게 설정된 디스플레이가 일단 시선을 자극한다. 5.8인치 LCD가 전차종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고 프레스티지 팩을 선택하면 7인치 와이드 LCD가 들어간다. 스크린은 충분히 안쪽에 위치해있어 밝은 낮에도 빛 간섭은 없으니 보기 편하다. 그 아래에는 좌우 분리형 공조 시스템이 있고 하단에는 AV 시스템 컨트롤과 CD 체인저가 위치한다. AV 컨트롤러의 특이한 점이라면 프레스티지 팩을 선택한 경우 버튼에 프린트된 메뉴가 한글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매우 독특한 발상이다. 처음에는 신선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지만 시승 중에는 위화감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글도 자동차 콘솔 디자인에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은 안쪽으로 깊이 수납공간과 시트 히터 스위치, 그리고 이제는 기본 사양이 된 휴대폰 핸즈프리 커넥터가 있다.

트랜스미션은 아이신제 5단 자동. 변속 기어는 수동모드를 포함한 게이트식 스텝트로닉스로 설정되어있다. 게이트식 변속기어의 형상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주차 시에 앞뒤 진행을 반복할 때 D에서 R로 기어를 이동할 때 자꾸 실수로 매뉴얼 모드의 +로 기어가 들어가는 것은 그저 익숙하지 않은 탓이리라. 아쉬운 부분이라면 기어의 절도감 부분에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트로크의 유격도 크고 매뉴얼 모드에서는 스프링의 삐걱대는 소음도 일부 존재했다.

시트는 스웨이드 재질의 세미 버켓. 매우 편했다. 좌우 흔들림도 잘 잡아줘서 시승에 큰 도움이 되었다. 보통 장거리 여행에는 사이드 볼스터가 큼직한 버켓 시트는 불편한데 비해 이 시트는 매우 편안하고 디자인 적으로도 아름다웠다. SM7의 숨은 장점으로 꼽고 싶다. 요즘 충돌 테스트에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액티브 헤드레스트까지 포함되어 있다. 단, 승차 위치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시승 내내 이 위화감은 가셔지지 않았다. 도어 측의 벨트 라인도 낮게 느껴지는데 도어 디자인이 그렇다기 보다는 시트가 높다는 편이 맞겠다. 게다가 루프라인이 곡선이라 천정의 압박도 좀 있는 편이었다. 이 부분은 뒷좌석도 마찬가지였다. 키가 큰 사람은 머리가 천정에 닿는 것을 불평할 수도 있겠다. 기억으로는 일본은 토요타의 비스타(VISTA)부터 시도되기 시작한 이런 높은 승차 자세의 세단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전반적인 추세인지도 모르겠다. 시트의 높낮이 조절 범위를 조금 더 확대시켜 주었으면 한다.

계기판은 조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다. 투과식 계기판으로 낮에도 점등해야 보이는 방식인데 SM7의 인테리어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심플한 것은 좋지만 그 면적에 비해 공간이 좀 비어 보이고 좌우 대칭 밸런스도 안 맞는다.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의 그것과 색상이나 디자인이 매우 비슷한데 (타코미터를 작게 가져가는 설정까지도) 그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게다가 낮의 경우 좀 더 강한 빛으로 점등되는데 그 밝기가 일정하지 않아 일부 얼룩덜룩해 보이는 초보적인 실수까지 보인다. 차라리 아날로그가 아닌, 토요타 아발론 등에 채택된 디지털 계기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계기판은 매우 심플한데 수온 게이지도 폐지되어 있다. 수온계가 없는 점은 이채롭지만 최근 아날로그 수온계의 설정을 본다면 오히려 SM7의 경고등 방식이 더 적당하다. 예열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파란색, 과열 상태일 때 빨간색. 이 두 가지면 충분하다.

천정의 선루프는 넓어서 시원하다. 틸트와 슬라이딩 기능이 내장된 전형적인 선루프 디자인인데 면적이 매우 넓은 편이다. 최근 닛산의 모델을 보면 좌우가 좁고 앞뒤로 긴 새로운 형태의 선루프 옵션도 많이 보이는데 SM7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선루프는 전차종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SM7뿐만 아니라 어느 차를 선택하더라도 반드시 선루프를 옵션으로 추천하고 싶다. 밝은 실내에서 운전하면 마음도 밝고 차분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Drive

시승을 위해 키를 받는데 키가 보통 키가 아니다. 이미 일본 등지에서는 소형차에도 널리 쓰이는 스마트 카드 키. 이 스마트 카드 키를 소지하고만 있어도 차는 그 카드 키의 소유자에게는 이미 키가 꽂혀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차에 접근해 손잡이의 검은 버튼을 누르면 80cm 이내의 카드 키의 존재를 인식해 도어록은 자동으로 해제된다. 운전석에 승차해도 카드 키를 꺼낼 필요가 없다. 키 홀 위치에는 돌리기 쉬운 손잡이가 대신 달려있어 돌리기만 하면 시동이 걸린다. 평소 짐이 많거나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 키를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꺼내기가 번거로웠는데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앞으로 많은 차가 이런 스마트 카드 키를 채용하기를 희망한다.

시동을 걸면 8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명기 Neo VQ 3.5 엔진이 깨어난다. 소음이나 진동은 합격선이다.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와 엔진 후드 가까이 갔는데도 소음은 미미하다. 준 렉서스 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엔진이 조용하면 골목길을 달릴 때 사람들이 잘 안 비켜줘서 고생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세단 엔진은 조용할 수록 좋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좌측의 페달 브레이크로 대체되었다. 한번 더 밟으면 해제된다.

변속기어를 D로 옮기고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본다. 대배기량 세단답게 매끄럽게 굴러가는데 승차감이 좀 특이하다. 약간 통통거리는 인상인데 타이어 공기압이 조금 과다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범프를 통과한 후의 충격 흡수가 약간 어색하다. 노면이 나쁜 도로를 달릴 때 승차감은 그 부드러움이 조금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다. 세단치고는 재미난 서스펜션 특성이라 나중의 코너링 주행 감각이 기대된다.

엔진은 217마력에 32kgm 토크. 3.5리터 엔진으로 본다면 살짝 디튠된 숫자다. 닛산 티아나에 탑재된 동일한 Neo VQ35 엔진도 231마력에 34kgm 토크를 발휘한다. 한국의 저급 휘발유 품질에 맞춘 설정이라는 루머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시내에서의 주행은 불만 없다. 가고 싶은 만큼 밟으면 딱 그만큼 정직하게 가속을 해준다. 저속 항속 주행도 저 rpm 영역에서 매끄럽다. 처음엔 변속 타이밍이 조금 예상을 벗어났지만 나중에는 필자가 적응을 했는지 트랜스미션이 학습을 했는지 위화감은 사라졌다. 100km/h 항속 주행에서의 회전수는 1,800 정도. 소음에도 연비에도 유리한 기어 설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가속 시의 느낌이 일본차나 독일차와는 다른, 오히려 미국의 대형 세단의 가속을 연상시켰다는 것이다. 부욱- 하는 풍부한 소리와 함께 호쾌하게 가속한다. 정밀한 모터 감각도 아니고 레이싱 엔진의 관능적인 느낌과도 틀리다. 3.5리터의 충분한 힘을 적당히 과시하며 부족함 없는 가속 감각을 보여준다. 체감적인 선을 긋자면 혼다 어코드 3.0과 렉서스 ES300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랄까. 어코드처럼 깜짝깜짝 놀래키며 펑하고 파워가 튀어나오지도 않고 ES300처럼 물 흐르듯 매끄럽지도 않지만 실용 영역에서 불만이 없는, 말 그대로 지극히 무난한 엔진이다. 이런 무난함이 VQ 엔진을 명기로 평가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특징을 잡는다면 가벼운 가속에도 매번 호쾌함을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정도랄까. 가벼운 가속을 위해 오른 발에 힘을 살짝 주면 SM7은 또 호쾌한 가속을 보여주려 한다. 약간 오버액션.

SM7의 가속은 오히려 정지 가속 보다는 항속 중의 추월 가속이 더 돋보인다. 충분한 속도를 내고 변속기도 하이 기어에 물려있을 때의 추월 가속은 매우 경쾌하다. 고속 영역으로 가도 힘이 부치거나 하는 인상은 전혀 없다. 이런 유연성이 대배기량 엔진의 매력이기도 하다. 정지 가속보다는 주행 중 추월 가속에 더 만족도가 높은 것도 역시 실용성에 포인트를 맞춘 SM7의 컨셉과 그 방향이 일치한다. 소음도 적당한 수준이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 등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고 전반적으로 낮은 음량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렉서스 ES300이 정지 시에는 극히 조용하지만 달릴 때 의외로 노면 소음이 컸던 것을 생각하면 SM7의 소음 대책은 매우 적절하다.

브레이킹은 평균 수준. 쐐기처럼 꾸욱 조여주는 느낌은 아니다. 약간 둔중하게 감속이 되지만 브레이크가 밀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ABS 개입이 늦은 편은 좋지만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만큼 브레이크 용량을 키우거나 특성을 조금 더 날카롭게 매만져도 나쁘진 않겠다.

SM7의 감동스러운 점은 코너링이었다. 업클라임을 하면서 기존의 시승 차량으로는 타이어 스킬음을 지겹게 들었던 포인트를 비슷한 속도로 지나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타이어가 좋은 탓일까? 어지간한 급코너를 과격하게 돌려도 차는 이쯤이야 하면서 가볍게 돌아버린다. 참고로 VDC(Vehicle Dynamic Controle :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는 작동 중이었다. 대향차도 있는 공도에서는 VDC를 끄는 모험은 별로 하고싶지 않다. 어라 이것봐라 싶어서 완만한 코너를 일부러 라인을 급하게 잡아 오버 스피드로 진입하니 그제서야 차는 약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이며 타이어가 미끄러진다. 물론 그 전에 VDC 개입은 느껴진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스포츠카와도 고갯길에서 페이스를 맞춰줄 수 있다는 느낌이다. 하체 밸런스가 의외로 상당하다. 전륜구동 중대형 세단에서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바닥과의 밀착감이었다. 레이싱 모드가 아닌, 보통의 스포츠 모드에서 SM7의 코너링에 불만을 가지는 일은 별로 없겠다. 물론 즐거움은 이전에 시승했던 혼다 어코드 쪽이 월등했지만 그것은 차가 위험에 빠지려는 움직임을 운전자가 자제시키는 컨트롤의 즐거움이었다. SM7은 운전자가 모험을 감행해도 차 쪽에서 뒷처리를 배려해주는 느낌이랄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형 세단으로서의 시각으로 보자면 SM7의 설정이 맞다고 본다.

한가지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는데 정지 가속이나 주행 중 급가속을 하면 앞머리가 들리는 피칭 모션이 약간 크게 느껴진다. 전륜 구동 타이어의 접지력이 순간 상실되는 느낌인데 코너를 탈출하며 스티어가 중립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재가속을 했을 때 앞머리가 순간 휘청하는게 처음엔 토크 스티어 현상이 아닌가도 싶었지만 요즘 세상에 토크 스티어 특성을 내버려둘 리가 없으니 전륜 트랙션이 살짝 불안해졌다는 편이 맞겠다. 하이 파워 전륜(前輪) 구동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전륜구동 구조에서는 엔진을 앞차축보다 앞에 위치해 가속 시 전륜에 충분히 하중이 가해지게 설계해서 전륜의 트랙션을 확보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전후 중량 배분이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SM7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전륜에 걸리는 트랙션보다는 전체 하중 배분에 더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한다. SM7에서는 없는 4륜구동의 운동성이 문득 궁금해졌다. 참고로 닛산 티아나는 4륜구동 옵션도 있다. (일본은 눈이 많은 토호쿠, 홋카이도 지역을 위해 소형차를 비롯한 거의 전차종에 4륜구동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각종 옵션

SM7은 옵션이 상당하다. 옵션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을 만큼 갖추어놓았다. 선택 가능한 옵션을 대부분 기본 사양을 채택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최고 라인업인 RE35는 선루프가 유일한 선택 가능한 옵션이다. 제논 헤드램프, 솔라컨트롤 글래스, 리어 파워 선블라인드, 뒷좌석 열선, VDC, 스마트 카드 키, 레인 센싱 와이퍼, 공기청정기, 게다가 7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에 MP3 대응 CD체인저, TV, DVD 네비게이션과 DVD 플레이어, 리어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전부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다.

변속 기어를 후진에 넣었을 때 광각 카메라와 차내 모니터를 통해 후방을 보는 기능은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다. 적외선 거리 감지 센서는 대신 폐지되었다. 일본은 이 리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 발전시켜 자동차가 혼자 자동으로 주차되는 시스템까지 상용화시켜 현재 토요타 프리우스에 장착되어 있다. 시계가 좁은 골목에서 큰길로 나오면서 전방 90도 좌우를 비춰주는 사각 모니터링 시스템도 상용화될 정도니 앞으로 이런 모니터링 관련 옵션은 아직도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리어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DVD를 채택한 네비게이션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사용법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컨트롤러에 사선 이동 버튼이 추가되어 있는 점이 좋다. DVD의 대용량을 충분히 활용해 내장된 지도 데이터의 방대함은 지금까지 본 중에 최고다. 지나가는 전철역의 출입구 번호나 아파트의 동 번호는 물론 심지어 아파트 단지의 조경 상태까지 비슷하게 재현해놓았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몇 가지 버튼이 입력이 중단되는데 안전을 위한 배려로 보이지만 동승자의 조작도 불허하는 점은 좀 아쉽다. 지도 표시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어 야간 주행 시에는 상당히 거슬린다. 사브(SAAB)는 불빛이 없는 교외의 도로를 달릴 때를 위해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남기고 모든 등화가 꺼지는 기능이 있다. 그런 부분의 배려가 필요하다.

센터페시아의 인터페이스는 버튼의 라이트를 제외하면 공조, 음향, 네비게이션 등을 전부 LCD 모니터에 집중시키고 있다. 통합의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조금 혼란이 있다. 공조와 음향은 서로 연관 관계가 없으므로 하나의 모니터로 표시하는데 있어 상승효과는 없으니 차라리 기존의 작은 창으로 공조 상태를 표시해주는 편이 아직은 더 편하다. 디스플레이의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조금은 아쉽다. 기능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심미적인 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언젠간 도입되겠지만 센터페시아에 SD 메모리 카드 슬롯이 내장되어 펌웨어나 GPS 정보 업데이트가 좀 더 편리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SM7의 불안요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SM7의 최대 불안 요소는 라이벌 모델이 아닌, 같은 르노삼성의 신형 SM5이다. 베이스는 같은 티아나를 모델로 하고 있고 엔진과 범퍼 사이즈를 조절해 다시 중형 세단으로 출시한다는 예정이다. 엔진과 차대 등을 공유하는 패턴은 전세계적인 흐름이지만 뉴 SM5와 SM7은 차대 공유가 아닌, 기본적으로 동일한 차에 가깝다. 게다가 SM7이 먼저 발매되었으니 SM5는 그 급을 맞추기 위해 상당 부분 저렴한 옵션으로 갈 확률이 높다. 외관도 SM7보다 크롬 몰딩 류를 줄여 수수한 모습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SM7의 가치나 품위를 일부 깎아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차를 선택하는 것은 그 차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비슷한 모습의 더 저렴한 차가 길을 다니고 있다면 별로 유쾌할 리 없다. SM5를 SM7처럼 보이게 해주는 사제 개조 키트가 등장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생각해보니 히트 상품이 될 수도 있겠다) 차량 선택에 있어서도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다. SM7 마케팅을 간섭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뉴 SM5가 어떤 모습과 마케팅 전략으로 출시될지 매우 주목된다.

그리고 현대 그랜져 XG의 후속인 TG가 2005년 봄 발표 예정이다. SM7과 정면으로 대응되는 라이벌 모델이다. SM7은 그동안 SM5 소유자들의 대체 수요가 높아서 첫 출시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옵션에 따라서는 지금 주문해도 2005년 봄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때쯤 TG가 발표된다고 하니 그 부분에서 결정을 유보하는 대기 수요자들도 상당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엔트리급 수입차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등장한 혼다 어코드는 3천만원대 수입차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다. 어코드의 성공을 신호탄으로 2005년에는 수입차 첫 입문자 들을 위한 3천만원대 모델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일본과의 FTA 체결도 중요한 변수다. 일부는 차급이 틀릴 수도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대기 라이벌 들이다.

SM7의 가치

일단 단순 계산을 해보자. SM7의 최고 사양 모델 RE35의 경우 판매가가 3,510만원이다. 선루프를 제외하고는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격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혼다 어코드 모델은 3,890만원이다. 동일한 혼다 어코드 3.0의 북미 판매가는 26,700불이다. 달러당 1,100원으로 계산했을 때 2,937만원이다. (물론 세세한 차이는 있다. 국내 어코드에는 사이드 미러 부분에 방향등이 들어가지만 홈링크 리모컨이나 XM 위성 라디오 등은 생략된다. 참고로 북미의 혼다 딜러에서는 가격 할인이 존재하므로 실제 가격은 더 떨어진다. 일본의 어코드와 인스파이어는 국내에서 팔리는 어코드와 차이가 커서 북미의 어코드를 비교했다.) 동일한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비해 1,000만원 가까운 프리미엄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어코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혼다 코리아에서도 노마진 공급 정책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다른 수입차의 경우는 현지에 비해 1.5배 이상의 가격 책정도 드물지 않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될 예정이었다가 라이벌 모델에 꿀리지 않으려 의미 없이 가격을 수천만원이나 올려버린 모델마저 있다. 이런 역전 현상은 후진국으로 갈 수록 더 심해진다. 조금 우울해지는 내용이다.

일본 닛산 티아나의 최고 사양 모델의 현지 가격은 340만 2천엔이다. 엔당 10원으로 계산했을 때 3,402만원이다. SM7의 3,501만원과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만약 르노삼성이 없이 한국 닛산이 설립되어 티아나를 직접 수입했다고 예상한다면 5천만원 가까이, 혹은 그 이상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런 계산으로 본다면 SM7은 딜러 프리미엄 없이 원가 그대로 판매하는 바겐세일 중인 수입차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계산법과 닛산의 조립공장으로 전락한 르노삼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차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 동안 한국민들은 자국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택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계층간 불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십 년간 국산차에 대한 일방적인 애정을 보여줬다. 농산물이 아닌 공산품에서는 유래가 없는, 정부와 국민의 혼연일체의 범국가적인 지원이었다. 그 지원으로 인해 한국산 차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 2라운드에 돌입해도 이르지 않는 시점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역 없는 경쟁이 펼쳐져야 하고 그 경쟁은 결국 소비자들을 위한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SM7은 이래저래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신차다. 국산차인지 수입차인지 논쟁을 시작으로 중형차인지 대형차인지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곧 SM5 신형이 나오면 다시 한번 관심이 모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차에 집중해서 본다면 SM7은 매우 잘 만들어진 차다. 닛산의 주장대로 타는 사람에게 종합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알맹이를 갖추고 있다. 단종된 기존의 SM5도 좋은 차였다. 르노삼성의 A/S는 국내의 열악했던 자동차 A/S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르노삼성의 존재가 국내 산업과 경제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끼쳤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카 라이프에 있어서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선택의 폭까지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SM7 역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으로 전반적인 자동차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 자동차 신모델이 출시되었다는 것은 어쨌든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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