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달러’ 폭격과 신흥국, 그리고 한국 경제

in #tooza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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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 장기금리가 3%를 돌파하자, 다시 ‘Fragile Five(경제 성장률은 높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5대 개발도상국으로 터키, 브라질, 인도, 아르헨티나, 남아공을 일컫는다.)’ 에게 직격탄이 날아왔다. 아르헨티나가 제일 먼저 메이데이를 외치고 IMF에 또 다시 손을 내밀었으며, 터키 역시 리라화 폭락을 견디지 못하고 대통령 긴급조치를 통해 시장에 개입할 것을 천명했다. 이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과연 그런 일이 발생할까? 알아보도록 하자.

Fragile Five and South Korea


우리나라의 경우 Morgan Stanley 에서 과거 Fragile Five 보다는 경제구조가 양호하나 대외 여건이 변화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Troubled Ten’ 으로 분류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여타 개발도상국과는 상당히 다르다. 일단 Fragile Five 로 분류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조금 뜯어 보도록 하자.

  1. 경제의 발전도 대비 서비스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2. 무역의존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은 아니나, 특정국에 수출 물량이 지나치게 쏠린(40% 이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3. 제조업 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되어 있지 않다.

  4. 경제적 부가가치의 배분 상태가 열악하다.

  5.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

즉, ‘취약한 국가’ 의 특성이라 함은 결국 경제 자체가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형태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떨까? 우리나라 경제는 특이하게도 어떤 면에서는 선진국보다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잠재 성장 동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OECD 평균을 한참 상회하며 또한 제조업 내 주력업종의 분산도 역시 양호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식서비스업 기반이 추가 성장세를 제한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Power of ‘Made in Korea’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총부가가치 대비 제조업 비중은 30.3% 로 글로벌 평균인 16.5% 를 두 배 가까이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의 높은 비중으로 인해 제조업 내부의 편중이 심할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제조업 내에서 생산량 비중이 전체 대비 10%를 넘는 업종은 IT, 자동차, 화학, 철강, 정유로 총 5가지이다. 이는 G7 국가들의 평균 주력 제조업 업종 갯수가 2-3개를 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제조업의 1티어 그룹이 비교적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로, 분산도가 낮다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경제의 포트폴리오를 비교적 잘 분산시켜 온 국가이다.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원화의 힘이 더욱 강해질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의 남-북-미 평화무드는 이와 같은 현상에 더욱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려 어느새 한미 금리가 역전됐지만, 오히려 원화 환율은 작년 대비 절상된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취약한 국가들에게서 자본이 계속 빠져나가는 현상을 두고 우리나라에도 곧 그런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섣불리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라는 트라우마가 깊숙이 잔존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 상 무조건 관리하며 갈 수밖에 없는 경제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전과 동일한 관점으로 ‘미국 금리 인상 > 한국 자본 유출 > 환 폭락 > 경제 위기’ 를 예측하는 논리의 사슬은 이미 끊어졌다는 것이다.

Risky Points


다만 국내 경기가 강한 하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불안 요인이다. 특히 자동차를 선두로 한 제조업의 둔화는 정부에서도 기재부 차원에서 이미 위기감을 드러낼 정도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는 2015년 이후 자동차 업종의 고질적인 부진과 최근의 한국GM 사태로 인한 측면이 크지만, 자동차는 전후방 파급효과가 상당히 큰 업종이기 때문에 제조업 전체를 둔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해양플랜트 사업을 일거에 축소시키며 수주물량이 대폭 쪼그라든 조선 역시 제조업 둔화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너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를 점차 완화하며 1분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58.8% 증가하고 국내 카드 사용액 역시 14.1% 증가하는 등 인/아웃바운드 내수가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나쁘게 봐야 ‘노란 불’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니, 터키와 아르헨티나 소식에 너무 걱정하지는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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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쪽음 확실히 침체 아닌가요? 아직은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고, 딱 적당한 분량의 글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컨텐츠 기대하며, 팔로우 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오오 다시 스팀잇 활동하시는군요. 페북에서 늘 잘 읽고있지만 괜히 반갑네요. 다시금 좋은 글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잘봤습니다. 어려운 단어없이 깔끔하게
저같은 사람도 쉽게 볼 수 있게 하셧네요
그나마 내수가 강한모습이라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