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유 #37]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가장 화려한 무덤, 카이딘 황제릉

in #travel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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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베트남 여행에서 너무 가보고 싶던 '후에'를 못가본 것이 아쉬워서, 두번째 여행에서는 홀로 떨어져나와 하루 같은 1박2일로 후에에 다녀왔다. 베트남같이 커다란 나라에서 렌트카가 된다면 정말 좋을텐데, 아쉽게도 이 나라는 자동차 렌트가 불가하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시스템이 이 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 옵션 중 하나인데, 바로 '기사 포함 렌트'다. 나는 후에의 유적지 3군데 + 호이반 패스 + 마블 마운틴을 거쳐 호이안의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코스를 선택했다. 70$정도.

이 날 첫번째 코스로 후에의 유적지 중 가장 화려하다는 카이딘 황제릉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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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유적지를 좋아하는 습성상, 완전 취향 저격의 건축물일것 같은 예감이 드는 입구다. 넓찍한 계단을 올라 문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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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문무대신들의 석상이 늘어서 있다. 왼쪽에는 코끼리 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높은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우뚝 서있는 색 바랜 돌조각이나 건물을 볼때마다 마음이 일렁일렁한다. 만약 내가 판타지 게임 캐릭터였다면 아마도 돌 속성이었을 듯... 골렘 소환하고 동굴에서 살고 돌들과 대화하고...

카이딘 황제릉은 비탈진 경사를 따라 단계별 구역이 있고, 각 단 마다 높은 기둥의 문이나 첨탑이 있다. 전체 넓이에 비해 높고 얇은 섬세한 세로선이 하늘로 뻗어있는 모양이라 매우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내 폰카로는 전체 모습을 찍을 수가 없어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하는 사진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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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딘 황제의 통치 기간은 1916~1925년으로 채 10년이 안되지만 그가 남긴 화려한 흔적이 많다. 즉위한지 4년만에 짓기 시작한 그 자신의 무덤은, 응우옌 왕조의 유산 중 가장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사치와 향락을 즐겼고 문화와 건축을 사랑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한 통치자는 대개 위대한 작품을 남긴다. 그리고 그 유산들은 대개 후손들의 훌륭한 수입원이 되곤 한다. 이 황제릉의 입장료는 한화 5천원 가량으로,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비싼 편이지만, 내가 갔던 베트남의 모든 유적지들 중에 가장 오밀조밀하게 잘 짜여진 훌륭한 소극 같은 느낌이어서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

관광지로써의 '후에'를 표현하는 문장 중에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라는 말장난이 있다. 동의할 수 없다. 내가 후에에서 지출한 비용 중 아까웠던 것은 단 한푼도 없었다. 아... 택시 요금 정도만 빼고... 기사를 잘 만났다면 이것도 인정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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릉의 최상단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천정궁이 있다. 실내는 아주 그냥 대리석에 온갖 칠기와 보석과 문양으로 번쩍번쩍하다. 금으로 된 황제의 상 아래 18m 부근에 실제 관이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동서양 건축 스타일의 혼합으로 독특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그건 이 예술 작품을 분석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른쪽 뒷편의 문은 서양의 기둥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걸 눈치채기에는 너무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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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왕조의 흔적은 베트남 전역에 남아있지만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 지나지 않았다. 이런 위대한 역사(役事)를 이루어낸 왕의 모습을 초상화가 아닌 사진으로 접하는 것은 꽤 새로운 경험이다. 다만, 내가 베트남 인이라면 그저 신선한 느낌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는 온갖 사치와 향락을 일삼아 왕조를 몰락하게 한 위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인은 폐결핵이었고, 사망 당시 아편중독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이 짧은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으며, 모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얄팍한 풍문으로 평가할 생각은 없다. 카이딘 왕이 살아있던,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멸망을 앞두고 있던 20세기 초는, 제국주의가 혼란스럽게 엉켜있었고 과학의 발달로 이전에 없던 광범위한 식민지배와 약탈이 가능했던 시기다. 먹음직한 아시아의 큼지막한 나라에 유럽 열강이 어떻게든 개입했을 것은 매우 자명하다. 세계 1차 대전의 와중에도 프랑스는 응우옌 왕조에 사치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다른 생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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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오면서 한 컷 더. 이 단을 올라가면 문무백관의 석상이 있고, 그 앞에는 황제의 업적을 기리는 비문을 보관한 비전(위 사진 가운데의 건물)과 양쪽으로 오벨리스크가 있다. 거기서 한 단 더 올라가면 천정궁이 나오고, 릉과 유물들과 옛날 사진들 몇 점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관이 있다.

카이딘 황제릉은 후에를 관광할 때 꼭 보러가라고 많이들 추천하는 곳인데, 나도 그런 지겨운 소리를 쓸 수 밖에 없다. 아주 인상적이고 화려한 곳인데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석조건물이 유럽풍이 혼합되어 지어져서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특별함까지 있다.


카이딘 황제릉 방문 정보 요약

■ 오픈시간
07:00~17:30

■ 입장료
100,000 VDN

  • 무조건 베트남돈 cash만 된다!! 이 날 $밖에 없어서 대략 낭패... 카이딘 황제릉에 온 한국인 단체 관광객과 즉석 환전

■ 관람시간
30여분 정도

■ 주의사항
복장제한 있다. 그런데 검사 안하는 듯... (모르고 나시 입었었는데 제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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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네요... 잘보고 갑니다 @bleury님 팔로할게요~

감사합니다 ^^

베트남 유적지 화려하네요^^

오랜만이예요! 네 엄청 화려한데... 나중에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걸 알고 충격요 하하;

네? 저게 콩크리트라구요?ㅎㅎㅎ 그걸로 저렇게 표현할수있는것도 예술로 인정해야할듯요ㅎㅎ

Very nice

You should visit there too!

후에랑 비슷한 발음으로 후회라고 있죠.
후에가면 후회한다라고 농담처럼 얘기하시던데 저는 후에가 너무
멋졌답니다.
혼자라도 다녀오셨으니 이제 조금은 한(?)을 푸셨네요.^^

관광지로써의 '후에'를 표현하는 문장 중에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라는 말장난이 있다. 동의할 수 없다.
<- 라고 썼었죠 ㅎㅎ 저도 너무 좋았어요!

우와... 화려함이 대단합니다 ㄷㄷㄷ

오 워니님! 오랜만이네요 ^^ 네 정말 화려하더라구요

우와 진짜 멋있는 사진들이네요!! 이유님 잘 지내셨어요?? 시간 나면 가끔 이유님 블로그에 와보곤 했는데, 글이 없어서 ㅠㅠㅠ

언제 오셨대요 ㅠㅠ

또 몰래 다녀가셨군요 ㅠㅠ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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