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적벽'의 늦가을 有感

in #tripsteem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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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느새 끝자락인가? 강원 산간 고봉에 내려앉은 눈이 SNS 상에 올라왔다. 좀 더 곁에 머물러 주면 좋으련만 가을은 얄짤없다. 서둘러 남하하는 가을을 따라 남도로 향했다.
가을을 정조준하여 맨 먼저 찾은 곳은 '화순적벽'이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세번씩이나 걸음했다는 비경이라기에.

전남 화순과 곡성을 경계하는 백아산 자락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창랑천으로 흘러든다. 화순적벽은 창랑천을 따라 7km에 걸쳐 형성된 붉은 절벽을 말한다. 1519년 조선 기묘사화 후 화순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가 이곳 절경을 보고 중국 적벽에 버금간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화순적벽은 보고싶다고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발동케 한다.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2013년까지 일반인 접근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광주에 물 부족이 심각했다. 댐 조성이 답이었다. 적격지로 이곳이 선정됐다. 1982년과 1985년 댐공사를 강행하면서 이 일대 15개 마을이 수몰되었다. 광주시민의 상수원 때문에
결국 이들은 고향을 물속에 두고 뿔뿔히 흩어져야 했던 아픔이 서린 곳이다.

2014년에 이르러 광주시장과 화순군수가 만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일반인에게 개방해 관광지로 활성화시키기로 입을 모았다. 그렇게하여 매주 수, 토, 일요일만 개방키로 한 것이다. 하루 3회(09:30, 13:00, 15:30), 360명만 제한 출입할 수 있게 정했다. 일정 장소에 모여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반드시 투어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가 있게 부분 개방이 이루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1985년에 마을이 물에 잠겨버린 후 마을사람들은 10년 가까이 고향이 그리워도 가볼 수 없었다. 길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수몰된 마을 가까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임도를 만들어 달라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그렇게 생겨난 4.8km의 임도로 마을사람들은 산소를 가고 고향도 간다. 덕분에 이제 이 길을 통해 외지인들도 36인승 셔틀버스를 타고 적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산모롱이를 구비구비 돌아가는 비포장길은 워낙 좁고 험하다. 셔틀버스가 교행이 안돼 들고날때마다 교신하여 일방으로만 운행한다.

우연찮게 지에스홈쇼핑 '화순투어'에 참가했다. 서울서 타고온 40인승 버스는 적벽투어 전용 셔틀버스와 잠시 임무를 교대했다. 덩치가 조금 작은 노란색 셔틀버스로 옮겨탔다. 전남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했다. "아름다운 가을날 화순 제1경인 적벽을 여러분께 소개하게 되어 반갑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뒤뚱거리며 산길을 오르던 투어버스가 전망 좋은 중턱에 멈춰섰다. 해설사가 우측 창밖을 가리켰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산봉우리가 적벽을 향해 헤엄쳐 가는 거북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거북섬이란다. 강촌 삼악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의암호의 붕어섬이 연상된다. 이곳이 제1전망대다.

10여분 더 달려간 곳, 제2전망대에선 차에서 내렸다. 목재 전망데크에 올라서니 망향정을 품고 있는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파에 깎이고 파인 암벽이 수면에 비춰 더욱 장관이다. 빽빽한 단풍숲 한가운데 드러난 호수면은 장판처럼 잔잔하며 그윽했다. 미처 못 빠져나간 물안개가 산허리를 휘감아 신비로움을 더했다. 여행은 사람을 설레게 한다. 창밖으로 꽃처럼 핀 단풍이 연신 스쳐 지난다.
가을향기가 너무나 달큰하다. 통천문 앞에 멈춰선 셔틀버스는 일행들을 토해냈다.

주발을 엎어놓은 듯한 돌탑 사이의 '通天門'이 머쓱한 자태로 객을 맞는다. 주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다. 자고로 '통천문'이라 하면 하늘과 맞닿은 곳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어야 그 이름에 걸맞다. 천왕봉 아래 통천문처럼.

망미정을 가리키는 이정표 따라 둔덕을 내려섰다. 이내 억겁의 비밀을 품은 적벽이 그림처럼 눈앞에 바짝 다가섰다. 강가로 나아갔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 풍광에 반해 천리길 멀다않고 찾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적벽을 맞보고 있는 정자가 망미정(望美亭)이다. 이곳에 앉아 적벽의 풍광을 품으니 잠시 시인 묵객이 된 기분이다.

망미정의 주인은 병자호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정지준(1592∼1663)이다. 당시 인조가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에 분개한 그는 고향에 내려와 초막을 짓고 은둔 생활을 하다가 계묘년(1663) 12월 숨을 거뒀다. 적벽 가까이에 있던 정자는 동복 댐이 들어서면서 1983년 현 위치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망미정을 뒤로하고 강을 굽어볼 수 있는 둔덕 위 망향정(望鄕亭) 에 올라섰다. 망향정은 물에 잠겨 졸지에 고향을 잃은 15개 마을 사람들의 설움과 그리움을 달래주기 위해 지은 정자다. 수몰민들은 매년 한번씩 정자 한켠에 세워진 망향탑 앞에 모여 시제를 올리고 있다.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통천문 앞으로 이동했다. 따사로운 늦가을 햇살이 나를 감싼다. 여행을 하다보면 인공적으로 꽃단장하고 국적 불명의 조형물을 세워 억지 볼거리를 유도하는 곳이 많다. 아주 가끔은 자연 그대로가 좋아 긴 여운이 남는 곳도 만난다.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몇몇 조형물 빼곤 화순적벽이 그런 곳이다.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비포장 산길을 뒤뚱거리며 빠져 나왔다.




'화순적벽'의 늦가을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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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곳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