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왕험성 앞 / 밤

in #zzan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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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두운 밤, 금방이라도 뭔가 터질 듯한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난공불락인 왕험성 성곽에 완전무장을 한 병사 셋이 성문 위를 지키고 있다. 삼조선을 상징하는 깃발, 치우천황기와 장군기가 바람에 심히 위태하게 펄럭인다.

병사1: 아따, 날씨가 왜 이런다냐!
오늘 교대하고 탁주 한사발 할려 했더만
기분 꿀꿀하게 원..
병사2: (혀를 차며 비웃듯이) 야 이놈아!
지금 서북쪽 국경의 낌세가 이상하다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한게 엊그제인데 정신 못 차리고 탁주를 마시려 하다니
에라이 이 씨블놈..
병사1: 뭐라!!(실실 쪼개며!)
난공불락의 왕험성에다가 최고의 지략가 가대발 대장군이 있지!
글구 그뿐이당가 고막한 장군은 싸움의 신 아니더냐
걱정 붙들어 매라 이 쪼잔한 새가슴 놈아!
재작년 한나라놈들과 싸울 때 생각 안나냐?
나는 아직도 가슴이 시원하고, 오금이 저린다 이놈아!

이때 성곽 안쪽 간부급 장수들과 함께 고막한 장군의 순찰 도는 소리가 들리고, 병사들의 존경어린 장군님, 장군님 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 성곽 위 병사들 삼엄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부동자세 취한다.

병사들: (부동자세로) 장군!
고막한: 궂은 날씨에 고생들 많네.
이제 교대시간이 멀지 않았군
그때까지 고생해 주게
병사들: 예! 장군

고막한 장군은 따르는 장수들과 함께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고, 병사들은 충천한 사기와 매서운 눈빛으로 성곽 밖 먼 곳을 삼엄히 응시하고 있는 중, 저 멀리서 번개가 친다. 무언가 움직임이 있는 거 같아 고개를 내밀어 다시 살핀다.
다시 매서운 번개, 멀리서 위만의 최측근장수 유리타가 단필마로 달려온다. 병사들 황급히 고막한 장군을 부르고 고막한 일행 급히 성곽위로 오른다.

고막한: (서서히 누군지 가늠할 수 있는 거리가 되자) 유리타 아닌가! 음~

병사들 웅성거리며, 긴장된 분위기가 감돈다.
달려오던 말 멈추고 성곽 앞을 한 바퀴 휘돌아 멈춰 서고선, 쓰고 있던 장갓을 벗는다.

유리타: 고막한 장군! 유리타가 장군을 뵙습니다.
고막한: 그래, 자네가 여긴 어인일인가? 서북변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유리타: 위만장군의 긴급한 전갈이 있사옵니다. 한시가 급하니 성문을 열어 주십시오.
고막한: 왕험성은 함부로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위만장군의 전갈이 있다면 먼저 전해주게
유리타: (전갈을 활에 묶고 활시위를 당긴다) 여기 있습니다.
(슈유웅 탁) 한시가 급하옵니다. 장군!

성곽 기둥에 꽂힌 화살을 뽑아 전갈을 읽고 얼굴이 상기된 고막한은 부하장수에게 가대발 장군께 전하라 하고, 다시 성문앞 유리타를 응시한다.

고막한: 유리타! 한나라군은 어디쯤이라던가? 서북변의 조선군은 무사하다던가?
유리타: 장군! 한나라 20만 대군이 열 길로 나누어 오고 있습니다.
서남쪽 조선군은 전멸하였으며, 우리 봉수대 연락망도 이미 며칠 전 궤멸되었습니다.
고막한: 무어라! 위만장군은 어디에 있나?
유리타: 위만장군도 급히 왕험성을 지키려 성밖 10리 앞에 진군 중이고 한나라 선발대와의 거리는 불과 20리 차이에 불과합니다. 장군! 한시가 급하옵니다.
성문을 열고, 서북 위만장군이 전열을 정비하여 왕험성을 사수하도록 해야합니다.
고막한: 가대발 대장군이 연락을 줄거네 좀만 기다려 주게
유리타: 한시가 급하옵니다. 장군~

고막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조급해 하자 고막한의 부관 사우가 분연히 앞으로 나서 무릎을 꿇는다.

사우: 장군! 위만장군은 가대발 대장군의 막역지우이며, 서북변 조선군은 정예 중의 정예, 한나라에 희생되어서는 안됩니다. 신속히 성안으로 들여 전열을 가다듬고 한나라와 대항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장군!!
고막한: 성안으로 무장한 군대를 들이는 건 대장군 명령이 있어야한다. 기다려라!

사우를 비롯해 따르던 무리들 모두 무릎을 꿇고 한시가 급하고 한나라와의 전쟁에 승기를 잡기 위해선 위만군대를 신속히 들이자 요구한다. 고막한은 눈을 감고 한참을 생각한 후,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고막한: (“전투는 승기가 아니던가” 나즈막히 중얼거리며) 유리타! 위만장군께 신속히 왕험성으로 들어와 전열을 정비하고, 한나라와 전투에 임하라 전하라! 뒤돌아 휘하 장수들을 바라보며) 성문을 열고, 위만장군의 서북변군을 맞을 준비를 하라

유리타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돌아서 말을 몰아 어둠으로 사라진다. 개문의 북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 #1. 강가 초가집 /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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