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성교육

in #book4 years ago (edited)

9bdac1442eba3a031d83b259aca620f4.jpg


생리 (월경)


 선생님! 저번에 학교에서 성교육을 했는데, 생리(월경)에 대해서 남자 선생님이 설명해줬어요. 뭔가 이상했어요. 제대로 설명을 안해주시는것 같았어요. 실제 생리를 하는 여자 선생님이 해주면 좋았을걸 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학생이 수업때 내게 한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남자라고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여성의 몸’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면 ‘여성’인 선생님이였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학생의 말을 듣고 나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존 경험들이 사실은 곳곳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때 이 구절이 떠올랐다.

남성 위주의 의학계는 그동안 음핵 연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음핵의 구조가 정확히 어떻고 음핵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대해서도 여태 불확실한 면이 있다. 의학적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p.22



 문학, 예술, 정치 등 사회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역사적으로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연구되어 왔고 발전해 왔다는 사실은 공연하다. 그 사이에서 무수히 배제되고 잊혀지고 왜곡된 사실들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인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피와 처녀성’ 만한 것이 없다. 세계의 여러 문화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성의 성적 순결에 극도로 집착해 온 사실, 그리고 오로지 여성만 성녀 혹은 창녀, 순결 혹은 더러움으로 구분되어져 온 사실 또한 그러하다. 심지어 의학계에서도 쓰이는 ‘여성의 처녀성을 취하는 일’을 꽃을 꺾는 일에 비유하는 말은 혐오스럽기 까지 하다. 이렇게 잘못 널리 알려진 일을 바로잡는 것부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성 지식 (性 知識)을 교육하는 것 부터가 먼저 아닐까. 우리의 몸은 태어날때 부터 죽을때까지 쓰는 것이니 말이다.

생리는 우리 인생에서 적잖은 시간을 차지한다. 한 달에 한 번 닷새씩 생리를 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60일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리를 40년동안 한다면, 인생에서 2천 4백 일(즉 6년 반)을 생리하면서 보낸다는 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이 출혈에 관해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필요가 있다 -p.57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몸에 대해서, 특별히 이제 마주해야 하는 ‘생리’ 또는 ‘월경’ 라는 현상에 대하여 질문을 종종 하는 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야 할, 그리고 경험하고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생리를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그냥 피와 점막일 뿐인 생리에 대하여 사회는 극도록 잘못된 개념을 주입시킨다. 이 책에는 여성이 겪는 월경에 대하여 가장 기초적이고 순수한 ‘사실’만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질의 응답>을 내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읽어서 그런지 어른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질 좋은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정할 수 있을 듯 하다. 성교육은 정말이지 자세하고 친절할 수록 좋다.



7ebbc27ad8e7aae804eee0bb13acf235.jpg

섹스


우리는 역사상 가장 공공연히 성애화된 사회에서 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p.76



 책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섹스를 부끄러워하는 유일한 종인 동시에 섹스 했다는 사실을 숨긴단다. 세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우리 인간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해온 일이 하나 있다면 섹스라는데, 대체 왜 굳이 ‘직접적’ 으로는 숨기고, 온갖 미디어에는 만천하에 드러나는 포르노 수준급의 이미지와 영상들을 뿌리는지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대체 남들은 어떻게 ‘안전하게’ 섹스하는지, ‘보통의 성생활’ 이란 뭔지. 여성과 남성의 몸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은 드물다.



 책이나 미디어에서 또는 가장 관심갖고 교육해주었어야 할 부모님이 알려주지 않았던 ‘성’ 에 대하여 늘 가져왔던 질문을 이 책에서 찾으리라 확신한다. 생리통, 안전하게 섹스하는 방법, 자위, 성의 개념 등 우리가 꼭 알고있어야 할 산 지식들이 가득 담겨있다. 성 개념이 더욱 오픈하고 공공히 확산될 수록 우리는 안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Sort:  

딸 가진 아빠로서, 진짜 성교육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새해, 기쁜 연휴 보내세요^^

선생님이시니 더욱 교육에 대해 고심이 많으시겠어요. 요새들어 더욱 솔메님 글이 그립네요. 연휴 거의 끝인데, 즐거운 새해 되셨기를 바라요. ^^

제목 진짜잘 지었네요. 고리타분하지 않고 좋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질 좋은 교육 또한 참 멋진 제목 같지 않나요? ^^ 둘다 너무나 좋아하는 책입니다.
브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연휴였길 바라요.